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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반도체 뛰는 거야 떨어지는 거야
[포커스] 반도체 뛰는 거야 떨어지는 거야
  • 홍승민(와이즈인포넷선임연구원
  • 승인 2000.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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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성장 이어진다”에 증권가 “더 어려워진다” 전망 엇갈려…국내 시장 영향에 주목
삼성전자와 현대전자가 최근 견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11월15일 현재 삼성전자는 월 초보다 4% 상승한 16만9500원, 현대전자는 2.4% 상승한 7390원으로 각각 장을 마감했다.
같은 기간 동안 종합주가지수가 0.19% 상승하는 데 그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높은 상승률이다.
특히 북미 현물시장에서 64메가디램 가격이 하락한 가운데 나온 상승세라 주목된다.
64메가(8x8)SD램(PC100) 가격은 월 초에 비해 16.4%나 하락했다.
외국인도 모처럼 삼성전자를 순매수해 반도체주가 상승세를 탄 증시를 힘차게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 “반도체 불패 신화는 계속된다” 미국의 관련 전문가들은 향후 반도체 시장 전망에 대한 낙관적 견해를 고수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인 SIA와 가트너그룹의 데이터퀘스트(Dataquest) 등은 “2003년까지는 반도체산업의 경기가 둔화하지 않을 것이며, 2003년까지 매년 평균 17% 이상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에도 연간 성장률이 10%는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SIA의 더그 안드레이(Doug Andrey)는 “반도체 경기주기는 항상 4년 단위로 움직이는데, 현재는 호황사이클에 접어든지 두번째 해 중반을 지나고 있다”고 얘기한다.
SIA는 지난주 올해 반도체 업계 전체 매출전망치와 향후 3년간 전망치를 상향조정했다.
여기서 SIA는 올해 반도체 매출신장률이 37%로 시장규모가 20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SIA는 내년도 업계 성장률은 22%로 총규모 2500억달러 시장이 형성될 것이며, 2010년 혹은 2011년까지 시장규모가 1조달러에 이를 것이란 낙관적 전망을 발표했다.
이렇게 낙관적 전망을 내놓은 주요 원인은 시장의 전반적 변모 때문이다.
이제 PC산업 혼자 반도체 산업을 이끄는 시대가 지나고 무선, 통신, 데이터 네트워킹, 가전, 광대역 광통신 등의 업계가 주요 고객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 반도체 시장 판세도 변하고 있다.
최근 SIA 자료를 보면 반도체 소비가 고른 균형세를 찾아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0년 전만 해도 일본이 전체 소비의 39%, 북미가 28%, 유럽이 19%, 아시아태평양이 14%를 각각 차지했다.
그러나 올해 자료를 보면 북미가 31%로 선두를 차지했고 그 다음이 아시아태평양 지역으로 25%, 일본은 23%로 떨어졌다.
유럽은 21%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증권가 “반도체, 큰일났다” 그러나 반도체 업계에 대한 주식시장 전망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못하다.
지난 수개월간 미국 증권가에서는 반도체 산업이 당초 업계 전문가들 예상보다 훨씬 빠른 내년부터 경기둔화에 직면할 것이라는 주장이 줄기차게 제기되었다.
신규 공장 설비의 과대증설과 PC 및 무선통신 기기의 매출둔화가 그 이유로 꼽혔다.
반도체 산업은 최근 PC라는 단일한 시장에서 탈피해 이동전화, 인터넷, 인프라 등으로 시장을 확대한 상태다.
그러나 이들 개별 시장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
우선 세계 무선통신 단말기 시장을 주도하는 노키아와 에릭슨이 최근 연간 5억대라는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텍사스인스트루먼트와 필립스 등 단말기용 반도체를 생산하는 업체들의 주가가 폭락했다.
델컴퓨터와 같은 PC업체들도 특히 유럽을 중심으로 판매가 예상치에 크게 밑돌 것이라고 실토했다.
이 때문에 인텔과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반도체 업체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노텔과 루슨트 등 세계적 통신장비 업체들도 매출이 예상에 못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발표했다.
지난주에는 시스코시스템즈도 1분기 이래 통신장비 판매가 50% 가량 증가했지만 재고는 180% 이상 폭증했다고 발표했다.
반도체 업체의 설비투자 확대 움직임도 긍정적으로 해석되기 어렵다.
분석가들은 올해 반도체 업체들의 설비투자가 580~6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의 거의 2배에 해당하는 것이다.
인텔은 올해 설비투자 예산을 전년 대비 2배인 60억달러로 늘렸으며, IBM도 지난달 새로운 반도체 생산설비에 5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식의 대규모 자본 투자에 대해 월스트리트의 분석가들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이같은 막대한 규모의 투자가 결국 반도체 생산 과잉으로 연결돼 가격 폭락을 야기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인 메릴린치는 최근 반도체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는 34개 기업에 대한 연례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반도체 업계의 설비투자는 65% 증가한 것으로 추산되지만 내년에는 급격히 감소해 12%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일부 시장조사기관이 추산하는 25~3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가트너그룹은 올해 37%의 성장률을 구가하며 호황을 누린 세계 반도체 시장이 내년에는 성장세가 둔화돼 성장률이 27%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트너그룹은 또 컴퓨터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공급과잉으로 오는 2002년 2분기께 세계 반도체 업계가 불황을 맞기 시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불황은 그 후에도 지속돼 2003년에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 규모가 30% 감소하고, 전체 반도체 시장 규모가 6% 정도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반도체주, 낙폭 제한적일 듯 그러나 국제 반도체 가격이 추가 하락하더라도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등 국내 반도체주는 크게 떨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그동안의 하락세와 국제 반도체 가격이 바닥권에 이르고 있음을 감안할 때 추가 급락 가능성이 적다.
미국 시장의 최대 불안 요인인 대통령 선거가 끝나가고 있다는 점도 호재다.
그 이후 당분간은 미국 시장의 상승세를 점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외국인의 매수세로 이어질 수 있으며, 반도체주의 수급여건을 호전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국내 매수주체들도 최근 적극적으로 사자에 나서고 있다.
국민연금, 체신예금 등 연기금이 증시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다.
이들은 블루칩 위주로 주식을 사들여 악성매물을 소화해내고 있다.
최근 주가의 하방경직성이 뚜렷해진 것도 이런 이유로 풀이된다.
대표적 증시 강세론자인 애비 조셉 코헨 골드만삭스 분석가는 11월14일 그동안 주가가 지나치게 하락했다고 지적하며 증시에 대한 자신의 낙관적인 전망을 재차 강조했다.
미국 증시 반등과 그에 따른 외국인 매수규모 확대가 구조조정 부진, 자금시장 악화, 세계경제 둔화와 같은 대형 악재를 어느 정도나 상쇄시켜줄 수 있을 것인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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