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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사모펀드 태풍인가 미풍인가
[머니] 사모펀드 태풍인가 미풍인가
  • 이정환
  • 승인 2000.07.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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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용 앞두고 증권가에 살생부.."적대적 M&aA 가능성 적다" 전망도 무성
사모펀드는 과연 기업인수합병(M&A) 폭풍을 몰고올 것인가. 증권가에는 벌써부터 살생부가 나돌기 시작했고 대주주 지분율이 낮은 기업들은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렸다.
투신권은 큰손과 기업들을 대상으로 은밀하게 상품판매를 타진하고 있다.
말라붙었다던 유동자금이 적대적 M&A라는 테마를 타고 한꺼번에 터져나올 태세다.
팽팽한 전운이 감도는 가운데 증시는 일촉즉발의 긴장상태에 빠져들고 있다.


사모펀드 어떻게 운용되나 주식형 사모펀드는 투자자를 100명 미만으로 제한하고 비공개적으로 자금을 운용하는 펀드를 말한다.
특히 동일종목에 대한 투자한도가 신탁자산의 50%까지 대폭 늘어나 몇몇 우량종목을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일이 가능하다.
사모펀드는 크게 자기주식취득목적 펀드와 일반투자목적 펀드 두가지로 구분되는데 M&A와 관련해 주목받는 것은 일반투자목적 펀드다.
일반투자목적 펀드는 보통 삼성전자 등의 몇몇 우량종목을 중점적으로 매입하기 위해 결성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적대적 M&A를 위한 지분 매집 목적으로 활용될 수도 있다.
5% 이상의 주식 매입을 신고하도록 돼 있는 증권거래법의 적용을 받지 않아 은밀하게 주식을 매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적’에게 노출되지 않으면서 우호지분을 대량 확보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투신권 관계자들에 따르면 사모펀드의 펀드당 가입자는 많아야 10명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법인영업 담당자들은 특히 한명의 가입자로 구성된 맞춤형 단독펀드도 성행할 것으로 전망한다.
투자신탁협회 박병우 상품판매팀장은 “단독펀드의 상당수가 적대적 M&A의 의도로 활동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살생부에 올라 있는 기업 가운데 실제로 적대적 M&A가 가능한 기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 증권가의 일반적인 평가다.
대신경제연구소 조용찬 책임연구원은 “상당수 기업들이 표면상의 대주주 지분 외에 우호지분을 다량 확보하고 있는데다, 적대적 M&A가 가시화할 경우 주식 관련 사모사채를 발행하는 등 전면전으로 맞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한정된 유동물량과 대량 매집에 따른 주가 급등까지 감안하면 펀드를 통한 적대적 M&A의 성공 가능성은 지극히 불투명하다고 볼 수 있다.
현금동원 능력도 관건이다.
유형화하기는 어렵지만 적대적 M&A는 막대한 자금력을 필요로 한다.
대우증권 이종우 연구위원에 따르면 지난 94년부터 97년까지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 확보를 시도했던 15개 기업의 평균 매수총액은 177억원에 이른다.
사모펀드로만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경우, 동일종목의 투자한도가 50%로 제한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적어도 펀드규모가 354억원 이상은 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개매수와 사모펀드 병행해야 최근에는 자금상황까지 여의치 않다.
대한투자신탁 이척중 상품개발부장은 “올해 초만 해도 사모펀드와 관련한 문의가 제법 있었으나 최근에는 자금경색 탓인지 적극적인 마케팅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다”고 말한다.
한국투자신탁 이혁근 상품개발팀 차장도 “개별적인 접촉은 꾸준히 하고 있지만 삼성전자 등의 대형 우량종목을 중점 편입하는 펀드에 간혹 관심을 보일 뿐 M&A 목적의 투자의향을 보인 세력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적대적 M&A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SK증권 리서치센터 강현철 연구원은 “적대적 M&A는 성공확률도 적고 만약 성공하더라도 인적, 물적 측면에서 후유증이 심각하다”고 지적한다.
떠들썩한 일각의 전망과는 달리 사모펀드의 허용이 당장 대대적인 적대적 M&A 바람을 몰고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정부가 공개 주식매수에 대한 사전신고제를 사후신고제로 변경하고, 현재 7일로 돼 있는 공개매수 대기기간을 폐지 또는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다양한 M&A 전략을 구사하는 일이 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에도 사모펀드만으로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전략은 그다지 현실성이 없고 장내 공개매수와 사모펀드를 병행하거나 다수의 사모펀드를 운용해 지분을 소리없이 매집하는 전략이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 증시는 공격적인 지분인수전뿐만 아니라 전략적 업무제휴나 합종연횡 등의 우호적 M&A에도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IMT-2000과 관련한 통신업체들의 대규모 합종연횡이 예상되고 은행 등 금융권의 대규모 구조조정도 예고돼 있다.
무엇보다도 업체간 과열경쟁으로 한계를 맞고 있는 인터넷·정보통신 업체들의 인수합병이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하면 M&A의 파급효과는 산업 전반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것이다.
사모펀드의 허용으로 촉발된 M&A 바람은 하반기 증시를 좌우하는 핵심 테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모펀드와 관련한 몇가지 진실들
6월19일 금융감독원이 주식형 사모펀드를 허용하기로 한 데 이어 23일 재정경제부가 공모 M&A 전용펀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 흘러나오면서 시장의 관심은 적대적 M&A로 치닫기 시작했다.
금감원과 투신권 관계자들은 사모펀드와 M&A 전용펀드가 혼용되어 쓰이는 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사모펀드는 7월1일부터 허용됐고 M&A 전용펀드는 단지 검토중이라고 알려졌을 뿐인데도 말이다.
1.사모펀드는 M&A 펀드가 아니다 사모펀드는 은행권의 특정금전신탁과 유사한 상품으로 우량종목에 대한 집중투자를 통해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다.
금감원 자산운용업무과의 황성충 책임조사역은 “사모펀드가 M&A를 위한 펀드가 아니다”고 말했다.
간혹 적대적 M&A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도 있겠지만 그다지 효율적인 방식도 아니고 성공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것이다.
황 책임은 “M&A에 대한 기대감이 사모펀드의 허용과 맞물리면서 다소 왜곡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2.차라리 장내에서 직접 매입해라 사모펀드의 경우 동일종목에 대한 투자한도가 50%로 대폭 늘었다고는 하지만 50%의 투자한도는 적대적 M&A를 목표로 하는 세력에게 여전히 걸림돌이다.
단적인 예로 A회사의 주식을 100억원어치 편입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2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신변노출을 피하는 대가가 100억원이라면 결코 만만한 액수는 아니다.
투자신탁협회의 박병우 상품판매팀장은 “그 정도의 자금이면 장내에서 공격적으로 공개 매수에 나서는 편이 훨씬 현명한 전략”이라고 지적한다.
3.공모 M&A 펀드는 없다 사모펀드와 함께 불거져나온 공모 M&A 전용펀드는 엉뚱하기까지 하다.
한국증권연구원의 고경수 연구원은 공모 M&A 전용펀드에 대해 “터무니 없는 발상”이라고 일축했다.
우선 법 조항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 할 뿐만 아니라 불특정 다수가 공개적으로 경영권 확보에 나선다는 것도 현실성이 없다는 주장이다.
의결권을 누가 행사할 것인가의 문제도 제기된다.
재경부 증권제도과의 김재환 사무관은 “구조조정의 마무리단계로 M&A 활성화와 전용펀드의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고 한 말이 와전된 것 같다”며 “‘공모’ M&A펀드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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