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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한글도메인 시장 과열
[포커스] 한글도메인 시장 과열
  • 임채훈
  • 승인 2000.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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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층형부터 키워드형 방식까지 선점 열기…MS마저 눈독
한글도메인 시장이 달아올랐다.
한글도메인 등록에 이용자들이 폭주하고 특정 도메인의 선점 논란(박스 참조), 마이크로소프트의 한글도메인 시장 진출 등 한글도메인에 대한 열기는 날이 갈수록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열기는 무엇보다 한글도메인이 갖고 있는 시장성 때문이다.
국어사전에 있는 단어가 모두 등록된다면 한글도메인 시장은 2조원 가량이 된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korea.com 같은 도메인이 60억원에 팔린 것을 감안하면 그 액수는 훨씬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한글도메인이란 과연 무엇이길래 열풍에 휩싸여 있는 것일까. 이상 열기마저 느껴지는 이유는 또 무엇일까.

계층형 방식, 도메인 선점 전쟁중 한글도메인은 구현방식에 따라 크게 계층형과 키워드형으로 나눌 수 있다.
지난 11월10일부터 등록을 받기 시작한 ‘한글.com, 한글.net, 한글.org’가 바로 계층형이다.
이 방식은 기존 영문도메인의 DNS(Domain Name System)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다만 ‘www.dot21.co.kr’에서 ‘www.닷21.co.kr’로, 영문이 한글로 바뀐다는 것만 다르다.
계층형은 다시 또 일반도메인과 국가도메인 2가지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일반도메인은 .com, .net, .org 등이고 국가도메인은 .kr, .jp처럼 국가명을 영문약자로 표현한 것이다.
흔히 레지스트리(registry)라고 불리는 미국의 VGRS(VeriSign Global Registry Service)가 산하 18개 레지스트라(registrar)를 통해 일반도메인 등록을 받는다.
국내에서는 미국의 네트워크솔루션(NSI), 넷피아, 한강시스템, 가비아, 예스닉이 레지스트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
레지스트라 밑에는 다시 리셀러(re-seller)라고 불리는 업체들이 있다.
후이즈 같은 곳이 대표적이다.
일반인들은 리셀러나 레지스트라를 통해 도메인 등록을 할 수 있다.
국가도메인은 내년 2월경부터 한글도메인 서비스를 할 예정이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KRNIC)가 레지스트리 역할을 맡게 된다.
한국인터넷정보센터는 지난 11월9일 한글인터넷센터, 한글도메인정보센터, 한글도메인센터, 웹티즌아시아를 레지스트라로 선정했다.
계층형의 장점은 표준이 통일됐다는 것이다.
최종 등록을 받는 곳이 VGRS와 KRNIC으로 단일화돼 있기 때문이다.
계층형은 기존 영문도메인과 마찬가지로 정해진 룰에 따라 선착순 등록을 받기 때문에 선점경쟁이 불꽃을 튀고 있다.
이미 편법 사전등록 논란이 일 정도로 과열 양상을 빚고 있다.
전운 감도는 키워드형 시장 키워드형은 일반인이 아닌 도메인 서비스 제공자 사이의 경쟁이 뜨거운 곳이다.
공인기관이 관리하는 계층형과 달리 민간업자가 제공하는 상용 서비스이기 때문에 서로 시장을 먼저 장악해 표준으로 선정되려는 싸움이 치열하다.
표준으로만 선정된다면 한글도메인의 큰 시장을 독식할 수 있다.
KRNIC이 키워드 방식의 표준을 위해 관련업체를 모아 컨소시엄을 구성했지만 지난 7월 업체들간의 이해관계로 컨소시엄이 깨졌을 정도다.
계층형은 www나 com 등을 하나하나 입력해야 하지만 키워드형은 자신이 가고자 하는 곳의 이름만 입력하면 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한겨레신문사 사이트를 가기 위해 계층형에서는 ‘www.한겨레.kr’이라고 쳐야 하지만 키워드형에서는 웹브라우저의 주소입력란에 ‘한겨레신문’이라고 입력만 하면 된다.
이 방식은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인터넷 소외계층의 웹 이용을 더욱 쉽게 해준다.
이런 점 때문에 일부에서는 계층형보다는 키워드형이 향후 대세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키워드형 한글도메인 시장은 토종업체와 외국업체간의 대결구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키워드형 서비스를 시작한 넷피아는 국내 토종업체임을 자랑한다.
넷피아는 한국통신, 하나로통신, 하이텔 등 인터넷접속서비스업체(ISP)의 네임서버에 한글도메인 서비스 프로그램을 심었다.
이를 통해 제휴 ISP 이용자에게 키워드방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넷피아 관계자는 “최근 데이콤, PSInet 등과도 계약을 맺었다”며 “이를 통해 국내 인터넷 사용자의 80%가 넷피아의 한글도메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 11월15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분을 갖고 있는 리얼네임스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 넷피아에 포문을 열었다.
리얼네임스는 키워드 서비스를 하던 또다른 국내 컨소시엄인 한글인터넷센터(HINC)까지 끌어들였다.
무엇보다 마이크로소프트라는 막강 후원군을 등에 업고 있어 기세가 등등하다.
한글도메인 농락당하다
‘대한민국.com’, ‘서태지.com’ 등의 인기 한글도메인이 등록 서비스가 시작된 11월10일 이전에 편법으로 선점됐다.
도메인등록업체인 가비아는 “일부 업체들이 한글도메인 등록 방식의 맹점을 이용해 인기 단어를 미리 등록했다”고 주장했다.
VGRS사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본 결과 이렇게 선점된 사이트는 ‘엘지텔레콤.com’ ‘한글.com’ ‘정몽준.com’ 등 1천여개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선점이 가능했던 것은 계층형 한글도메인의 등록방식 때문이다.
계층형 방식에서는 도메인을 인식할 때 최상위 도메인부터 인식한다.
예를 들어 ‘한겨레.com’이라는 사이트가 있으면 최상위 도메인인 com부터 인식을 한다.
상위도메인이 .com이냐 .kr이냐에 따라 정보를 특정서버로 보내게 된다.
.com인 경우, 앞에 있는 한글을 VGRS의 루트서버로 보낸다.
한글정보는 서버에서 아스키값으로 변환된다.
이번에 VGRS에서 한글을 아스키값으로 변환할 때 사용한 방식은 RACE(Row-based ASCII Compatible Enciding)라는 방식이다.
이 방식은 모든 한글도메인을 ‘bq--’로 시작되는 값으로 변환한다.
이 방법에 따르면 ‘한글.com’은 ‘bq--3dkvzlqa.com’이라는 값으로 바뀌게 된다.
이번에 도메인을 선점한 이들은 미리 이 방식을 파악했다.
‘한글.com’은 지난 10일 이전에 ‘bq--3dkvzlqa.com’이라는 영문으로 등록을 한 사람이 차지했다.
등록일인 10일에 ‘한글.com’을 입력한 사용자는 ‘한글.com’과 ‘bq--3dkvzlqa.com’을 같은 것으로 인식한 VGRS서버에 의해 등록을 할 수 없었다.
이번 사태에 대해 VGRS 측은 “현재는 시범등록 서비스 기간이므로 발생된 문제에 관해서는 통보해주길 바란다”는 원론적 답변만 하고 있다.
하지만 넷피아 이창훈 도메인팀장은 “VGRS 측과 면담한 결과 ‘국제도메인관리기구(ICANN)로부터 어떤 권한도 받지 못했다’며 사실상 발을 빼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VGRS의 이런 해명에 대해 KRNIC의 한 관계자는 “준비가 안됐으면 도메인 등록시기를 늦췄어야 했다”며 “막대한 수입이 예상되는 한글도메인 시장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철저한 검증없이 예약을 받았다”고 말했다.
넷피아 이창훈 팀장도 “VGRS는 막대한 이윤을 얻은 뒤 책임을 ICANN에 돌리려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이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이번 편법 선점을 맨 처음 알린 가비아 김홍국 대표는 “큰 돈을 벌기 위해 무조건 선점하고 보자는 과열경쟁 때문에 이번 일이 빚어졌다”며 “필요한 도메인만 등록하는 문화가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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