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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앗! 줄이 사라졌다.
[포커스] 앗! 줄이 사라졌다.
  • 김성재(한겨레신문)
  • 승인 2000.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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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reless, Wireless, Wireless!”
세계 각 나라에서 온 2100여개 기업들이 1만2천여개의 첨단 제품과 기술을 선보인 2000년 추계 컴덱스(Comdex)쇼를 주관한 키쓰리미디어(Key3Media)는 ‘올해의 핫이슈’를 이렇게 한개 단어를 반복 사용해 표현했다.
새 밀레니엄의 문을 열었던 지난해 컴덱스에서 ‘피시 그 이후’(Post PC)라는 주제를 내세웠던 것을 기억한다면, ‘이후’의 의미가 구체화된 셈이다.
지난해 처음으로 나온 선 없는(wireless) 인터넷 기술과 제품이 이번 컴덱스에서는 마침내 일상생활에서 실용화될 수 있는 형태로 발전했다.

지난 79년 ‘컴퓨터(Computer) 딜러들의(Dealers’) 박람회(Expostion)’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컴덱스가 올해로 21번째를 맞으면서 컴퓨터는 없고 무선통신기기만 난무하는 정보통신(IT) 박람회로 완전히 탈바꿈했다.
컴퓨터를 종이공책처럼... “올해 컴덱스의 큰 흐름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참가업체들은 대부분 망설임없이 “무선인터넷의 실용화 기술”이라고 대답했다.
고전적 사무용기기인 PC와 팩스, 복사기를 휴대용 단말기에 연결해 무선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나온 도시바의 당 췬 미국영업본부장은 “지난해 몇몇 기업이 소개한 무선인터넷 접속 기술이 이번 행사기간 동안 라스베이거스에 넘쳐나고 있다”고 표현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개막 연설을 맡은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 회장은 1만6천여명의 정보통신업체 인사들 앞에 펜으로 입력할수 있는 A4용지 크기만한 최신형 휴대용 피시(태블릿피시)를 들고나와 자랑하면서 “무선통신 기술이 이 컴퓨터를 종이공책(paper notebook)처럼 사용할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튿날 열린 컴덱스 컨퍼런스 기조연설에서 오라클의 로렌스 앨리슨 회장은 “앞으로 PC산업은 결국 쇠퇴할 것”이라고까지 단언했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에 마련된 전시장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 것도 PC나 모니터 같은 하드웨어나 주변기기가 아니었다.
전시장은 쏟아져 나온 휴대용 무선인터넷 기술의 각축장이 되어 관람객들을 흥분시켰다.
블루투스칩 사용 인터넷 접속 방식 관심 끌어 단연 관심을 끈 것은 근거리 무선데이터처리기술인 블루투스(Bluetooth) 칩을 사용한 인터넷 접속방식이었다.
블루투스 개발업체인 미국의 CMR가 비디오게임을 TCP/IP방식이 아닌 블루투스 칩을 이용해 선을 연결하지 않고 시연하자 호기심많은 관람객들이 구름떼처럼 몰렸다.
블루투스 칩을 사용해 휴대폰 단말기로 인터넷에 접속하고 이를 직접 출력하거나 프리젠테이션하는 기술은 전시장 부스 곳곳에서 시연돼 관람객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개인용 소형 정보기기로 부상하는 팜의 PDA는 컴퓨터의 아성 마이크로소프트의 태블릿PC, 포켓PC와 격돌했다.
PDA는 소니, 도시바 등 대부분의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제품을 내놓으면서 이미 PC를 대체할 새로운 인터넷 단말기로 자리를 잡았다.
국내 업체 가운데서는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CDMA 모듈과 블루투스 칩을 내장해 휴대전화 없이 바로 인터넷에 접속할수 있고 휴대전화로도 사용할수 있는 PDA를 개발한 사이버뱅크가 외국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PDA와 함께 ‘PC 그 이후’를 책임질 웹패드 역시 다양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왔다.
노트만한 크기의 화면에 펜으로 직접 문서를 작성해 이메일을 보내거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웹패드는 PDA의 중간단계 정보기기로 사용할 수 있지만, 오는 2004년까지 9천만대의 시장이 열려 있는 차세대 정보기기다.
하니웰이 선보인 웹패드는 집안에 플러그를 연결해둔 일종의 기지국으로부터 100m 이내에서 무선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제품이다.
우리나라의 삼성전자도 불루투스를 채용한 웹패드 ‘이지웹’을 전시했고, 경쟁업체인 엘지전자는 무선인터넷으로 웹브라우징이 가능한 플립형 휴대전화를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
PDA나 웹패드 등 무선인터넷 단말기와 함께 이번 컴덱스의 초점이 된 분야는 네트워킹이었다.
단순히 서버를 통해 콘텐츠를 제공받는 인터넷이 아닌, PC나 PDA, 휴대폰, 텔레비전, 카메라, 팩스 등 모든 사무용 및 가전기기들을 유·무선으로 연결해 사용하는 기술이다.
개별적인 닷컴 기능들이 유·무선으로 연결되는 닷넷(.net) 시대의 도래를 의미한다.
휴렛팩커드의 칼리 피오리나 회장은 이번 컴덱스 기조연설에서 “모든 사람과 사물, 장소를 연결하는 ‘쿨타운’을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휴렛팩커드는 이번에 카메라로 사진을 찍어 이를 컴퓨터 화면을 통해 편집하고 프린터로 사진과 똑같이 인쇄할수 있는 제품을 전시했다.
노키아는 인터넷과 텔레비전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단말기를 선보였고, 국내 벤처업체인 애니유저넷은 기존에 사용하던 일반 전화번호를 그대로 인터넷에서 사용할수 있게 하는 무선인터넷 전화국시스템을 개발해 선보였다.
무선인터넷의 급부상과 PC 등 하드웨어 분야의 위축은 국내 업체들의 부스에도 다른 풍경을 만들어냈다.
디지털 텔레비전과 LCD, PDP 등 디스플레이장치를 중심으로 부스를 차린 엘지전자와 삼성전자는 부스의 크기와 대기업 명성에 걸맞는 관심을 끌어내지 못했다.
반면, 무선인터넷이나 네트워크 분야에 참신한 기술을 소개한 100개 이상의 중소 벤처업체들은 수적으로도 두배나 늘었지만 외국인들의 관심도 높아 ‘IT코리아’의 위상을 높였다.
디지털 르네상스 개막 컴덱스쇼는 그동안 빛의 속도로 발전해온 컴퓨터 산업의 역사를 보여주는 박물관이기도 하다.
지난 81년 열린 컴덱스에서 최초의 16비트 PC인 IBM PC가 처음 선보였다.
이후 82년 XT급, 83년 AT급 PC, 84년에는 최초의 386PC인 컴팩데스크프로가 세상에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도스(DOS)와 윈도체계도 컴덱스에서 처음 나왔다.
그러나 새천년이 열린 지난해부터 시작된 무선인터넷과 네트워킹의 거센 흐름은 컴퓨터의 한 시대에 점을 찍고 올해부터는 새로운 전환기를 맞기 시작했다.
PC와 인터넷과 새로운 무선통신 기술이 ‘디지털 르네상스’를 가져올 것이라는 휴렛팩커드 피오리나 회장의 예언이 다음번 컴덱스쇼에서는 얼마나 실현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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