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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미국 대선 망신살 인터넷까지 뻗쳤다
[포커스] 미국 대선 망신살 인터넷까지 뻗쳤다
  • 이철민 통신원
  • 승인 2000.11.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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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속 폭주에 언론사 사이트 넉다운…뒤늦은 대책 마련이 성과라면 성과 지난 96년은 미국 정치에서 인터넷의 영향력이 본격적으로 발휘된 시기로 기억된다.
각종 언론사들이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선거전 초반부터 각 진영의 상세한 정보를 전달했을 뿐만 아니라 선거 당일부터는 개표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정당과 후보들이 나름대로 홈페이지를 구축해 전략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한 것도 그때부터다.
인터넷을 통한 진정한 민주정치가 꽃피울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 것도 그 즈음. 하지만 이번 미국 대통령 선거야말로 인터넷의 위력이 진정으로 발휘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선거가 축복이 될 줄 알았는데… 미국의 언론매체들은 사무실에서 주로 생활하는 상당수 미국인들과 대통령 선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운 각국의 네티즌들을 위해 인터넷 사이트 운영에 엄청난 자금을 쏟아부었다.
을 비롯한 대부분의 방송사들이 정규 방송시간에 지속적으로 선거 관련 사이트의 URL을 노출시켜 방송시간의 한계를 극복했다.
신문사들은 선거 몇달 전부터 자사 홈페이지에 특집코너를 운영하며 하루에 한번 발행되는 지면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그러나 이번 선거가 그런 언론매체들에게 축복이 되지는 못했다.
예상외의 접전과 플로리다 주를 둘러싼 재검표 논란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결정되지 못하는 이른바 ‘Too Close To Call’ 상황이 계속되면서 예상을 훨씬 넘어서는 숫자의 네티즌들이 언론매체의 선거 관련 홈페이지를 방문했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만반의 준비를 했다는 선전과 달리 일시에 몰려든 이용자들 때문에 서비스가 일시 중지되거나 접속시간이 느려지는 현상이 도처에서 발생한 것이다.
가장 큰 문제가 발생한 곳은 <뉴욕타임스> www.NYTimes.com 였다.
개표가 시작되자마자 속도가 떨어지더니 다음날 아침에는 한 페이지를 띄우는 데 평균 2분이 걸렸다.
그나마 접속을 시도한 네티즌 가운데 64%만 성공했다.
이용자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고, 홈페이지 운영자에게는 수천통의 항의메일이 쏟아졌다.
그에 비하면 한 페이지를 띄우는 데 평균 27초가 걸리고, 84%의 성공률을 기록한 www.msnbc.com 는 사정이 훨씬 나은 셈이다.
이밖에도 수많은 언론매체 홈페이지가 기술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다.
속도 저하는 일반적인 현상이었고, 새로 올라온 헤드라인 링크가 그 전 기사로 연결되는 불상사도 속출했다.
CNN 최대 접속에 만족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선의 최대 승자는 www.cnn.com 이었다.
주피터미디어메트릭스 집계에 따르면 중복접속자를 제외하고 약 350만명이 개표 첫날 홈페이지를 방문했다.
이번 대선을 통해 을 추격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려 한 MSNBC는 260만명의 접속자를 끌어모으는 데 그쳐 2위에 머물렀다.
재미있는 것은 이 두 홈페이지 경쟁이 대선 이후에도 지속됐다는 사실이다.
플로리다 주 재검표 결과에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각 홈페이지 운영자들은 연달아 밤을 지새우는 격무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대선을 통해 언론매체가 홈페이지를 안일하게 생각해온 관행이 많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시청률이 모든 것을 좌우하던 시대에는 방송 콘텐츠가 가장 중요했지만, 홈페이지 접속자 수가 중요해지는 시점에서는 콘텐츠와 함께 기술적 부분에 대한 투자도 무시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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