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3:43 (목)
[포커스] D램 감산설 다시 ‘모락모락’
[포커스] D램 감산설 다시 ‘모락모락’
  • 최석포 메리츠증권
  • 승인 2001.07.0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끝없는 가격 하락에 소문 확산… PC 수요 부진·업체간 이해 달라 현실성 떨어져
지난 4월 인텔과 AMD는 두차례에 걸쳐 중앙처리장치(CPU)의 가격을 무려 절반 가까이 내렸다.
이런 조처는 침체된 PC 수요를 살리고, 여기서 파생된 신규 PC 수요가 다시 D램 구매량 증가로 이어져 하락하던 D램 가격을 어느 정도 지지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지금까지 두달이 넘도록 이렇다 할 시장의 반응은 나타나고 있지 않다.
비수기라는 계절적 요인을 고려해도 수요가 이토록 부진한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PC 이외의 대부분 전자기기 시장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러다간 세계경제가 자칫 불황으로 치닫지 않는가 하는 두려움마저 생긴다.


5월까지는 그나마 완만하게 하락하던 D램 가격이 6월 들어 다시 추락세를 보이고 있다.
심리적 마지노선이라 여겼던 128M SD램 2달러선과 64M SD램 1달러선이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붕괴되고 말았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하락세가 둔했던 256M SD램과 128M 램버스 D램 가격도 하락 정도가 안심할 단계를 넘어섰다.
256M SD램은 D램 업체들이 생산비중을 늘리고 대만업체들도 최근 들어 양산에 들어감에 따라 공급량이 늘면서 5.8~6.2달러에서 거래되고 있다.
128M 램버스 D램 가격도 현재는 8달러 후반대까지 떨어지고 있다.
D램 산업, 사상최대 위기 지금과 같은 가격대에서는 SD램을 생산하는 전세계 D램 업체들은 모두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최강의 원가경쟁력을 가진 삼성전자조차도 6월 들어서는 램버스 D램과 16M EDO D램을 제외하고는 전체 D램 제품에서 손실을 내고 있다는 말이 나돌 정도다.
실제로 D램 업체들의 손익이 크게 나빠지고 있는 상황은 업체들의 분기실적이 공개되면서 자연스럽게 밝혀지고 있다.
6월 초 분기결산을 마감한 마이크론은 3억달러가 넘는 당기 순손실을 기록했다.
인피니온도 애널리스트 모임에서 6월 말 분기결산에서는 5억2천만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근 들어 증권가에서는 D램 업체들의 감산설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있다.
지난 6월20일에는 도시바가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까지 메모리를 생산하는 요카이치 공장의 오래된 생산라인의 가동을 일부 정지할 것이라도 보도가 나왔다.
생산량을 30% 줄일 계획이라는 것이다.
그뒤로 감산설은 더욱 확산되기 시작했다.
이어 국내의 내로라는 D램 업체 최고경영자가 D램 산업이 사상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며 감산을 적극 검토할 시기라고 말한 인터뷰 내용이 알려졌다.
이에 따라 감산설은 세를 더해가고 있는 것 같다.
사실 D램 업체들의 감산설은 올해 초에도 D램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을 때 증권시장에 한번 등장했던 메뉴다.
반도체 업종과 관련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라면 누구든 D램 업체들이 전격적으로 감산을 단행해 D램 가격을 단박에 올려주기를 기대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투자자들의 마음 속을 들여다보면 과거 D램 업체들이 감산을 단행했던 향수를 떠올리면서 무의식적인 기대를 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것도 어느 한 업체의 생산품목 조정을 통한 자연 감산이 아니라 업체들이 단합해 한꺼번에 생산량이나 출하량을 줄이는 그런 물리적 감산을 고대하는 것이다.
이런 기대에는 현재 시점에서 감산의 현실성이 있느냐 여부는 고려되지 않고 있다.
과거 D램 업체들은 시장상황이 좋지 않을 때면 여러 업체들이 연합해 생산량이나 시장 출하량을 줄이곤 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97년 1월부터 8월까지 단행된 감산이었다.
당시 한국의 3개사(삼성전자, 현대전자, LG반도체)와 일본의 5개사(NEC, 도시바, 히타치, 미쓰비시, 후지쓰) 등 모두 8개사가 감산이라는 형식을 동원해 시장 출하량을 줄인 것이다.
이에 따라 대략 8개월 동안 16M D램 가격을 9달러선에서 안정시켰다.
하지만 감산에 따른 갖가지 부작용이 나타나면서, 같은 해 9월에는 감산이라는 말이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이 기간 중 실제로 이득을 제일 많이 본 업체는 감산에 참여하지 않은 마이크론과 대만 업체들이었다.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되자 이들 업체들은 생산설비를 풀가동해 높은 가격에 많은 물량을 팔 수 있었다.
반대로 손실을 제일 크게 본 업체는 감산 분위기를 주도했고 원가경쟁력이 가장 우수했던 삼성전자였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그 당시 감산은 필연적으로 실패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다름 아니라 생산통제는 하지 않고 출하량만 통제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감산업체들의 재고증가는 불을 보듯 뻔했다.
더욱이 이렇다 할 감시기구조차 없는 상황에서 일일이 개별업체의 출하량을 파악하고 통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식적인 기구를 만들어 조직적으로 감시하고 통제한다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자칫하면 PC 업체들이 통상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마이크론, 감산 고려 안해 그렇다면 지금 시점에서 감산이 현실성이 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가장 먼저 부닥치는 문제가 PC 수요의 부진이다.
과거에는 PC 수요가 그런대로 괜찮았기 때문에 시장방출량을 줄이면 곧바로 효과가 나타나 D램 가격이 안정됐다.
하지만 지금의 D램 시장은 가장 큰 문제가 수요부진이다.
따라서 공급량을 줄인다 해도 D램 수요자가 물건을 높은 가격에 살 수 있는가 하는 원론적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다시 말해 감산의 기본여건이 충분치 않다는 얘기다.
또다른 문제는 감산이 성공하기 위해선 많은 업체들이 참여해 일정한 시장점유율에 해당괴는 물량이 통제되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의 D램 업계 판도로는 이것이 어렵다는 판단이 드는 게 사실이다.
97년에는 D램 사업 비중이 컸던 일본 업체들이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감산에 적극적으로 동참했다.
당시 감산에 참여했던 8개사의 시장점유율은 83%를 넘었다.
하지만 현재 일본 업체들은 과거와 달리 D램 사업 비중이 크게 줄어들어 97년과 같은 형식의 감산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NEC의 경우 D램 사업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NEC는 오히려 차세대 고집적도 제품으로 생산품목을 조정하고, D램 생산 능력을 수익성이 높은 다른 제품으로 전환하는 일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적어도 한국 업체와 마이크론, 인피니온이 필수적으로 동참해야만 감산의 기본조건이 성립될 것 같다.
4개사의 시장점유율을 합하면 70%선에 이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이들 업체간에는 교류도 활발하지 않았고 문화나 정서도 다르다.
따라서 감산이라는 중대한 문제에 쉽게 합의할지 의문이다.
좀더 현실적인 문제는 시장점유율 20%대를 보이는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이 아직까지는 감산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과거 감산의 폐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어 이 문제에 대해 매우 소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오히려 그동안 확보한 재원을 바탕으로 이번 기회를 이용해 D램 산업의 구조조정을 확실히 하는 계기로 삼아야 된다는 내부 여론이 앞서는 것 같다.
하이닉스반도체도 내부사정을 살펴보면 D램 감산을 단행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하이닉스에서 그나마 100% 가동하고 있는 곳은 D램 라인뿐이다.
따라서 감산으로 D램 가격 상승이 확실하지 않는 상황에서 D램 라인 가동률을 줄이면 당장 추가 원가부담과 매출축소가 발생할 수 있다.
또 하나의 문제점은 감산이 이뤄진다 해도 감산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감산에 참여하는 업체들은 라인 운용, 현금확보 욕구, 생산, 출하, 재고 상황이 각자 다르다.
때문에 반드시 감산합의를 깨고 합의한 물량보다 더 많이 팔려는 업체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비 오펙(OPEC)의 원유 생산량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고, 세계 석유 수요가 둔화하던 지난 80년대 이후 이슬람교라는 종교적 동일성을 지녔던 오펙의 생산 카르텔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지금 시점에서 D램 업체들의 감산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D램 시황이 지금보다 더 악화될 경우 삼성전자나 마이크론 같은 최상위 회사들도 감내하기 힘든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그러면 감산론이 다시 제기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선 삼성전자나 마이크론은 참아낼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 같다.
PC시장 전망 ‘우울’ 우세
일반 소비자 수요 윈도우XP 이후, 기업 수요는 경기 풀려야 회복될 듯 D램 수요는 PC, 워크스테이션, 서버, 사무용 기기 등 다양한 곳에서 창출된다.
이 가운데 PC는 D램 수요의 약 65%를 차지하는 가장 큰 시장이다.
어떻게 보면 PC 시장이 D램 전체 수요를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PC 시장은 크게 보면 기업 시장과 일반소비자 시장으로 나눌 수 있다.
기업 시장은 1년 내내 판매가 꾸준해 별달리 계절을 타지 않는다.
하지만 일반소비자 시장은 미국과 유럽에서 9월 신학기와 크리스마스 시즌에 집중적으로 많이 팔리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이런 일반소비자 시장의 특성 때문에 PC 시장 전체로는 자연스럽게 계절성을 띤다.
반도체 전문가들에 따르면 대개 PC 수요가 분기별로 볼 때 1분기 21%, 2분기 23%, 3분기 26%, 4분기 30%의 비중으로 판매된다고 한다.
상·하반기로 구분해보면 상반기 44%, 하반기 56%의 판매비중을 보이는 셈이다.
6월 들어 D램 가격 하락세가 재차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어 시장의 관심은 하반기 PC 수요에 기대를 걸고 있다.
과거의 예를 보면 5~6월 비수기를 지나 7월부터는 PC 수요가 점차 회복되기 시작한다.
이에 따라 D램 가격도 안정세를 보이면서 4분기에는 상승세를 보이는 게 일반적인 추세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올해도 이러한 계절성이 나타날 것인가 여부다.
국내 반도체시장 전문가들의 견해는 대체적으로 두가지로 나뉘고 있다.
과거 추세가 그대로 나타날 것이라는 견해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이다.
전체적으로는 과거 추세가 올해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좀더 우세를 보이고 있다.
좀더 깊이 들어가보면 7~8월까지는 지금처럼 수요부진이 계속 이어지리라는 견해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우선 10월 윈도우XP 출시를 앞두고 있어, 예년 같으면 7~9월에 나타날 수요가 올해는 10월 이후로 시기가 늦춰진다는 논리다.
이런 시장의 움직임을 고려해 PC 업체들은 과거엔 9월 신학기 수요를 앞두고 6월부터 신규모델 준비에 들어갔지만 올해 윈도우XP 출시 영향 때문에 신규모델 출시를 하반기 후반으로 잡고 있다고 한다.
시장 전문가들의 견해를 종합해보면 하반기 PC 수요의 회복은 결국은 윈도우XP의 출시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윈도우XP는 윈도우미디어플레이어, 윈도우메신저 등을 한 프로그램 안에 탑재해 윈도우98이나 윈도우Me 등이 구현하지 못했던 여러 기능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예컨대 여러 사용자들이 로그인해 공동작업을 수행할 수 있고, 원격 데스크톱 기능도 있어 직장에서도 집에 두고온 PC에 접속할 수 있다.
또한 PC카메라가 달린 PC라면 화상회의도 가능하다.
이런 기능들은 분명 윈도우98이나 윈도우Me에 비해 탁월한 기능임에 틀림없다.
시장 전문가들은 마이크로소프트가 막대한 비용을 들여 대대적인 판촉행사를 전개한다고는 하지만 막상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점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적어도 95년 9월에 출시된 윈도우95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데에는 대체적으로 동감하는 분위기다.
일반소비자 시장과는 달리 기업 시장은 윈도우XP의 본격적인 구매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대부분의 사내 전산시스템이 윈도우95나 윈도우98과 연계돼 있어 이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는 사내 전산시스템에 대한 별도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지금과 같은 경기불황 상황에서는 투자가 제한적 수준에 머물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윈도우XP의 출시 초기에는 아무래도 일반소비자의 반응에 따라 성공적인 시장진입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랄 수 있는 D램 시장의 회복 여부도 단기적으로는 윈도우XP의 출시 성공 여부에 따라 장래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윈도우XP라는 변수 외에도 PC 시장을 비관적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이들은 D램 시장의 분위기가 과거와는 다르다고 지적한다.
D램은 대개 8월부터 11월까지가 연중 최대 성수기이다.
PC 수요가 견조한 상태에서는 D램은 이 기간중 판매량이 늘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것이 일반적 추세였다.
하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PC 시장이 이전의 PC 시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우선 중앙처리장치(CPU)와 D램 등 부품가격 하락에 따른 PC의 판매가격 인하조치가 PC 판매량 증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번째로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기에 처해 있는 지금, 많은 디지털 기기들의 출현으로 소비자들의 소비가 PC에 집중되지 않고 여러 제품으로 분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세계적인 경기회복 지연으로 전반적인 소비수준이 위축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봐도 D램 반도체 업체들에겐 그리 좋은 소식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용인 기자 dragon@dot21.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