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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닫힌 입, 마음으로 열자
[직업] 닫힌 입, 마음으로 열자
  • 이정숙 SMG 대표이사
  • 승인 2001.07.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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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상한 일입니다.
나는 열린 마음으로 사원들을 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원들이 왜 그렇게 나를 어려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회의만 시작하면 모두 입에 ‘지퍼’를 채운단 말입니다.
그러니 회의 시간에 혼자 떠들 수밖에요.”

코스닥 상장을 한 중견 기업의 최고경영자인 김아무개씨는 사원들과 대화가 끊긴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톡톡 튀는 새로운 경영방법을 도입해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회사들이 혜성처럼 잇따라 나타나 그의 회사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게다가 그의 회사는 코스닥에 상장할 때와 달리 주가가 연일 추락하고 수출계획에 차질이 생기면서 사업성과도 지지부진해지고 있다.
CEO인 그는 매일매일 주주들에게 시달리고 있다.
CEO와 사원의 ‘동상이몽’ 김씨는 회사가 살 길은 사원들로부터 젊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얻어내 경영에 반영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름대로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사원들이 선뜻 아이디어를 내놓지 않아 가슴이 답답할 뿐이라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이 회사에 소속된 사원 최아무개씨는 전혀 다른 말을 했다.
“말도 마세요. 사장이 얼마나 독선적인지. 그 앞에서는 말을 하면 할수록 말하는 사람만 손해를 봅니다.
누가 괜찮은 아이디어를 내면 ‘그거 네가 한번 추진해봐’ 하며 즉석에서 명령을 내립니다.
그러면 같은 부서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낸 사람에게 잘난 척한다고 뒤에서 한마디씩 하죠. 아이디어가 신통치 않다 싶으면 ‘그것도 말이라고 하냐’면서 사람들 앞에서 면박을 주기 일쑤입니다.
그러니 누가 사장 앞에서 말을 하고 싶겠어요.” 이처럼 회사는 젊은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CEO의 태도는 바뀌지 않아 어려움에 처한 곳이 김씨 회사뿐만은 아닐 것이다.
디지털 시대 경영의 핵심으로는 팀워크를 꼽을 수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 속에서 새로운 방법을 찾을 때 활로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원들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없는 CEO는 팀워크를 이끌어내지 못해 금세 무능한 사장으로 낙인찍힐 수밖에 없다.
사원들이 무능한 CEO에 매달려 질질 끌려다니는 회사에 비전이 있을 턱이 없다.
일반적으로 CEO가 사원들로부터 아이디어를 끌어내려면 70%는 듣고 30%만 말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들으나마나 한 시시한 내용이라도 인내심을 갖고 들을 줄 알아야 ‘대어’를 낚을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에게 마음의 문을 열게 되기 때문이다.
CEO가 말도 안되는 사원의 이야기를 들어줄 때, 그런 모습을 본 다른 사원들은 그제야 마음놓고 좋은 아이디어를 말하게 된다.
사장이라는 지위가 주는 중압감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사장은 말도 안되는 의견일수록 잘 들을 줄 알아야 하는 게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첫번째 원칙이다.
“어떻게 그렇게 밖에 말을 못하나. 나이도 어린 것이, 사장이면 다야? 내가 하인이야 뭐야. 부족한 것이 있으면 뭐가 부족한지 알려줘야 사장이지, 소리만 지른다고 다야?” 민 상무는 붉으락푸르락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사장실 문을 닫았다.
민 상무가 이끄는 마케팅팀은 신상품 출시에 맞춰 마케팅 전략을 짜느라고 몇일 동안 밤잠을 설치며 일했다.
하지만 기획안을 결재받으려는 순간 사장은 서류를 집어던지며 “그것도 아이디어냐”고 소리부터 내질렀다.
게다가 “아니, 회사 생활을 그렇게 오래 하고도 머리가 그 정도밖에 안 돌아가나. 그것도 전략이라고 짰어요”라며 심하게 몰아붙이자 민 상무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구겨져버렸다.
다혈질인 사장의 성격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민 상무는 사장의 말투에 질려 “다시는 밤샘 작업을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하고 있었다.
요즘 세상엔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아이들도 자존심 구겨지는 말을 듣기 싫어한다.
하물며 회사에서 그 정도의 직급에 있는 나이 많은 어른의 경우에는 어떻겠는가. 사장은 자기보다 직급이 낮은 사원에게 함부로 자존심을 짓밞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 말을 듣고도 열심히 일하고 싶은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이다.
이게 사내 커뮤니케이션의 두번째 원칙이다.
“김 팀장, 요즘 얼굴이 아주 좋아 보이는군.” 복도를 오가다 만난 한 중견 기업의 서아무개 사장이 오랜만에 얼굴을 보게 된 김아무개 팀장에게 말을 붙였다.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사장의 표정이 어찌나 진지한지 김 팀장은 순간 당황했다.
그리고 사장 말의 진의를 파악하기 위해 고심하기 시작했다.
“남들은 밤샘 작업 하느라고 얼굴이 핼쓱한데 왜 자네만 그렇게 피둥피둥한가라는 뜻으로 말한 것은 아닐까.” “아니야, 액면 그대로 내 얼굴이 좋아 보인다는 뜻일 거야.” 이렇게 엇갈리는 해석을 놓고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만약 서 사장이 밝게 웃는 얼굴로 김 팀장에게 말을 붙였다면 별 탈이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사장은 너무나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붙여 김 팀장을 고민하게 만들었다.
그는 사장 말의 진의를 파악하느라 적어도 일주일 이상 직장 일에 전념할 수가 없었다.
자존심을 건드리지 마라 두말할 나위 없이 CEO의 말은 사원들에게 큰 영향력을 갖는다.
CEO의 말 한마디가 사원의 행과 불행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물론, 인생 자체를 바꿔놓기도 한다.
CEO가 사원들의 기를 살리려면 우선 내가 말하기보다 사원의 말을 들어주겠다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사장 앞에서 한마디 하려면 주눅부터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사원에게 말할 기회를 주지 않고 앞질러 결론을 내거나 말허리를 자르거나 단정적으로 말하면 사원은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것이다.
사원의 입을 열게 하는 방법으로는 사장이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
질문도 잘못하면 취조받는 기분을 느끼게 할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부드러운 말투는 필수이며, 직원들이 “예” “아니오”로 대답하지 않고 상황을 설명할 수 있도록 ‘6하원칙’에 따라 질문을 해야 한다.
두번째로 아무리 무시하고 싶은 상황이 일어나도 사원의 자존심을 깎아내리는 말은 절대 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사원이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일 자체를 나무라는 것은 좋지만, 그것을 인격과 연결시켜 말하는 것은 금물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배고픈 것보다 자존심 짓밟히는 일을 더 참기 어려워한다고 알려져 있다.
마지막으로 CEO가 사원의 기를 살리려면 말하는 내용과 표정 등 언어 이외의 커뮤니케이션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가벼운 이야기를 무거운 표정으로 말하거나 심각한 내용을 가벼운 표정으로 말한다면 오해가 일어나 예상하지 못한 엉뚱한 결과를 만들어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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