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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중공업, 간판스타로 떠올라
1. 중공업, 간판스타로 떠올라
  • 임채훈 기자
  • 승인 2001.07.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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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경상이익 호조세 뚜렷… 구조조정에 따른 내부 반발 등 해결 과제 남아있어
두산이 두산중공업을 통해 소비재 위주 기업에서 산업재 중심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에 대해 시장은 긍정적 반응을 보인다.
최근 두산중공업 주가만 살펴봐도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중공업 시절이던 지난해 12월22일, 주가는 액면가 5천원에도 못미치는 3500원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비슷한 시점에 두산이 한국중공업을 인수하면서 주가는 조금씩 움직임을 달리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상승세를 보이던 주가는 올해 6월28일 장중 한때 1만3천원을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모았다.
두산중공업이 명실공히 두산의 대표기업으로 자리잡고 있다는 징표인 셈이다.
주가상승이 단지 유동성 변화 때문만은 아니다.
실적도 뒷받침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의 매출규모 변화가 이를 잘 말해준다.
두산중공업은 올해 1분기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5% 늘어난 626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또한 영업이익과 경상이익도 각각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3%, 230% 늘어난 408억원과 301억원을 일궈냈다.
두산중공업의 한 관계자는 “이런 추세라면 올해 경상이익 연간목표 1156억원은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본다”고 말한다.
두산이 경영을 맡으면서 구조조정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두산은 지난해 3.4%에 지나지 않았던 두산중공업의 영업이익률을 올해는 7%로, 2년 안으로는 1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두산은 그동안 그룹 내부의 구조조정을 통해 쌓은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쉽게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한다.
구조조정의 모범생으로 꼽히는 두산의 저력을 고려하면 이 정도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것이다.
실제 두산은 99년 한해 두산의 구매비용을 280억원이나 아끼며 단 1년 만에 영업이익률을 5%에서 11%로 개선한 경험이 있다.
두산그룹 이상하 상무는 “그동안의 경험으로 보았을 때 두산중공업도 충분히 가능한 목표”라고 자신한다.
영업이익률, 2년 안에 10%까지 계획을 이루기 위한 두산의 노력은 과감하게 진행되고 있다.
우선 인력을 대폭 줄였다.
두산은 경남 창원의 두산중공업 공장으로 입성한 지 채 4개월도 지나지 않아 1125명의 직원들을 명예퇴직시켰다.
비정규직까지 포함하면 명퇴자는 1500명이 넘는 규모다.
여직원 가운데 95%가 회사를 나가 두산중공업에서는 여사원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한국중공업 시절 강경한 것으로 이름을 날렸던 노조의 반발도 없이 인력조정을 이룬 것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다소 방만하게 운영하던 자금운영에도 칼날을 들이댔다.
두산이 자랑으로 내세우는 캐시플로 경영을 두산중공업에 적용하며 자금운영의 거품을 뺐다.
이상하 상무는 “동맥에서 단 한방울의 피도 새지 않으며 실핏줄로 흘러가듯 자금이 흐르고 있다”고 말한다.
두산은 인력과 자금의 거품을 빼고, 하반기에는 온라인 구매로 원자재 구매비용 절감에 나설 계획이다.
두산중공업을 두산의 대표주자로 만들려는 노력은 한걸음 더 나아간다.
두산은 발전설비와 담수화설비 사업을 두산중공업의 전략 사업분야로 삼아 이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발전설비 부문은 국내에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다.
99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의 발전설비 부문이 두산중공업으로 일원화됐기 때문이다.
현대와 삼성은 2010년까지 발전설비 분야에는 진출하지 않겠다는 약속까지 했다.
매년 1조원이 넘는 국내 발전설비 시장을 두산중공업이 상당 부분 독차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두산은 현재 제작과 설치에 치중하고 있는 발전설비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전기공과 한국전력기술을 인수할 계획이다.
국내 발전소 정비를 담당하는 한전기공과 역시 국내 원자력발전소 설계를 담당하는 한전기술을 차지한다면 발전소의 설계에서 노후장비 보수까지 수직적 통합을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전기공은 지난해 4286억원의 매출에 39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고, 한전기술은 2100억원의 매출에 300억원의 이익을 올릴 정도로 알짜 기업이어서 두산중공업은 더욱 눈독을 들이고 있다.
담수화설비 시장도 두산중공업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분야다.
바닷물을 민물로 만들 때 필요한 설비를 공급하는 이 사업에서 두산중공업은 세계시장 점유율 29%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두산중공업이 수주한 아랍에미리트의 알따윌라 공사는 하루 담수 생산량이 5천만갤런(2억2700만리터) 규모로 60만명이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두산중공업이 두산의 대표기업으로 자리잡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없는 건 아니다.
두산중공업 내부의 반발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면 대표기업은커녕 말썽기업으로 전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산중공업 직원들은 마땅한 비전 제시 없이 직원들을 내몰기만 하는 두산 본사에 대해 못마땅한 반응이다.
마치 점령자가 명령하는 듯한 느낌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영업이익률을 2년 안에 10%까지 끌어올린다는 두산그룹의 계획에 대해서도 부정적 반응을 보인다.
중공업은 소비재와는 달리 공사기간이 10년에 이를 정도로 길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구매비용을 줄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현금확보를 중시하는 두산의 경영 특성상 두산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인건비를 계속 줄일 것이라고 걱정한다.
두산기계에서도 영업이익률을 맞추기 위해 정규직을 줄이고 비정규직 노동자를 늘렸듯이, 두산중공업에서도 근로자들의 이익을 거스르는 방법으로 회사구조를 개선할 것이라는 얘기다.
두산중공업의 한 직원은 “두산그룹에서 온 경영자들이 직원들을 두산의 한가족으로 대해야 하는데, 한중 직원을 다스리러 온 점령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는다.
회사 통합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임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한전기술·한전기공 인수가 관건 한전기공과 한전기술을 인수하는 것도 두산중공업의 계획대로 진행될지 미지수다.
알짜배기 회사인 이 두 회사가 두산중공업으로 넘어가는 것을 다른 기업에서 그냥 보고 있지만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전기술 인수에 참여한 세계적 업체 웨스트하우스와 국내의 대림산업 모두 인수에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대림산업 김진서 부장은 “대림은 영광 원전 건설에 참여하고 있어 시너지 효과가 있고, 두산중공업이 모든 것을 독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시장에 널리 퍼져 있다”고 말한다.
다른 기업들이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바람에 두산중공업이 인수에 실패한다면 수직적 통합이라는 사업계획에 커다란 차질이 생길 것이다.
인수에 성공한다 해도 갈 길은 멀다.
국내 전력수요 증가가 국내총생산(GDP) 성장률보다 빨라 지금 당장은 시장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앞으로 국내 발전소 건립이 포화상태에 이르면 두산중공업은 해외시장을 넘봐야 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GE나 웨스팅하우스, 미쓰비씨 같은 곳에 비해 두산중공업은 기술력이 떨어진다.
두산중공업의 한 관계자도 “기술력이 다소 떨어지기 때문에 해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지금부터 기술향상에 힘써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두산은 두산중공업을 인수하고 나서 기계, 전자, 건설, 포장 등 중간산업재의 비중을 75.9%로 높였다.
대신 주류나 외식 등 소비재사업의 비중은 22.3%로 이전에 비해 14%포인트 가까이 줄어들었다.
겉으로 보기엔 완전히 산업재 중심의 회사로 탈바꿈한 것이다.
하지만 시장 관계자들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한다.
두산중공업을 성공적으로 구조조정한 뒤 합리적으로 끌고가야만 두산이 거듭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우증권 이종승 연구위원은 “구조조정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면서 하반기에는 성과가 본격적으로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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