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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OT칼럼] 닷컴 기업 성공의 잣대는?
[DOT칼럼] 닷컴 기업 성공의 잣대는?
  • 박신영(베베타운 대표)
  • 승인 2000.07.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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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이렇다.
“한번 들어가봐 재미있어. 너도 좋아할걸.” 대학 1학년 봄, C++ 프로그래밍 강의를 듣던 나는 뭐든 뜯어고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선배의 권유로 IRC에 접속했다.
웹포비디다(Webopedia)는 IRC를 이렇게 정의하고 있다.
“인터넷 릴레이 챗.(Internet Relay Chat) 80년대 후반에 개발된 채팅 시스템으로, 세계 어디서나 여러 명이 인터넷에 접속해 생생한 토론이 가능하다.
구식 채팅과 달리 IRC는 사용자를 두사람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지금은 너무나 일상화한 채팅방이지만 세계 어느 누구와도 만날 수 있다는 매력은 마약과 같았다.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게 된다는 ‘굶주린 IRC, 잠오는 IRC’ 속으로 깊이 빠져들었다.
컴퓨터 앞에서 밤을 지새고 기숙사로 돌아갈 땐 피곤함보다 세계가 모두 내 친구라는 생각에 그저 행복하기만 했다.
한탕주의 타깃이 된 인터넷 지금도 통신과 함께 성장한 친구들은 “너희랑은 평생 함께할 거야”라고 서로 말할 만큼 절친하다.
실세계가 아니라 통신상의 별명으로 서로를 부르는 것은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부딪치고 싸우면서 복잡하게 얽히는 현실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것 때문은 아니다.
서로의 감성을 나누고 동질성을 느끼며 하나가 된다.
그 뒤로 인터넷은 나에게 생활의 일부가 됐다.
지금 나는 서로를 이어주는 네트워크없이는 살 수 없는 인간이 돼버렸다.
인간을 제외하고, 가장 인간적인 물건을 찾으라면 인터넷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인터넷은 생명이 있는 것처럼 살아 움직인다.
감성을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는 도구가 바로 내 앞에 있다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에서 엔도르핀이 분출한다.
나는 프로그래밍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컴퓨터를 맘대로 뜯어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인터넷의 매력을 머리뿐 아니라 마음으로 알고 있다.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도구로, 사람을 끌어 모아 광고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그리고 이제는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한탕주의의 타깃으로 인터넷이 변했다.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사업체를 이끌고 있는 나 역시 당장 ‘수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남는다.
인터넷으로 체험하고 쌓아온 감성과, 가장 현실적인 돈을 연관짓고 싶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신념이라고 생각한다.
생활을 편리하고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사람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을 제공하기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고 싶다.
그 대가는 노력한 만큼만 받겠다는 선에서 멈추고 싶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일이지, 그 결과가 아니다.
돈을 쫓는 사람은 돈을 벌지 못한다는 선조의 말씀은 첨단시대에서도 통한다.
“이거 돈 된다니까!” 그렇게 시작해서 정말 돈이 되는 것은 1만분의 1도 안될 것이다.
아기와 엄마 그리고 모든 인류를 위해 생활방식은 시대에 따라 변한다.
거기에 동감하기 때문이다.
닷컴 기업들은 사람들에게 “그건 구식이야. 이렇게 바꿔야 해”라고 억지로 변화를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사람들은 새 것을 보고 잠시 어리둥절해할지 모르지만, 동감하지 않는다면 결국 잊고 말 것이다.
이제 시작이다.
닷컴 기업들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이목을 끌었으니 성공적인 시작을 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모델이 성공할지, 애써 찾아낸 모델이 죽이 될지 밥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흐름을 읽고 앞을 내다보면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안다면 성공이 보일 것이다.
닷컴 기업들은 스스로 노력하고 희생하며 인류에 도움이 되는 에디슨이 돼야 한다.
에디슨이 밤을 밝힐 수 있는 전구를 발명한 것처럼 미래를 밝힐 그 무엇을 만들어내야 한다.
인간의 욕망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성공을 위한 척도는 ‘신념과 희생’ 아니었던가. 우리 회사 2층 테라스에 올라가면 테헤란로가 한눈에 들어온다.
그 테헤란로 사무실마다 금광을 찾아 헤매는 광부가 아니라, 인터넷에 활력을 불어넣는 연구자가 가득하기를 기대한다.
내가 하는 일도 아기와 엄마부터 시작해 모든 인류에게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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