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6:14 (화)
[공룡들의e혁명] ⑥ 롯데
[공룡들의e혁명] ⑥ 롯데
  • 박종생
  • 승인 2000.11.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롯데껌에서 롯데닷컴으로

신동빈 부회장이 주도 온라인 유통혁명… 백화점, 세븐일레븐 등 막강 오프라인이 든든한 지원군

롯데그룹은 돌다리도 두드려가는 경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런 보수적 경영방식이 외환위기 이후 국내 재계에서 롯데를 두드러지게 만들었다.
롯데 임원들을 만나보면 “1등을 할 것 같지 않으면 아예 뛰어들지 않는다”는 말을 자주 듣게 된다.
이리 재보고 저리 재본 뒤 사업에 뛰어들고, 뛰어든 뒤에는 치밀하게 사업을 추진하는 게 롯데 스타일이다.
롯데는 인터넷 사업도 마찬가지라고 얘기한다.
다른 그룹처럼 인터넷 사업에 ‘세몰이’식으로 확 달려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 대신 속도는 느리지만 하나둘씩 사업을 다져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롯데에서 인터넷 사업을 책임진 실무진에게서는 뭔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분위기가 풍긴다.
막강한 유통파워에 대한 자부심이 배어나온다.
롯데백화점, 마그넷, 세븐일레븐 등을 보유한 롯데는 국내 오프라인 유통의 선두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인터넷 사업에서도 기존 오프라인 유통이 중요하다는 것은 최근 1~2년간 인터넷 쇼핑몰들이 온몸으로 보여준 바다.
롯데는 기존 오프라인의 막강한 유통채널을 근간으로 해 온라인 유통에서도 강자로 자리잡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롯데의 야심작은 지난 2월 출범한 롯데닷컴 www.lotte.com 이다.
롯데 신격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롯데의 인터넷 사업을 실질적으로 대표한다고 볼 수 있다.
헬로우서울 사이트를 운영했던 대홍기획 인터랙티브팀과 롯데백화점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했던 롯데백화점 인터넷팀을 통합해 설립했다.
온라인 사업자들과 오프라인 사업자들이 함께 모인 것이다.
두 조직이 통합되면서 롯데닷컴은 이제와는 다른 모델로 변신하고 있다.
헬로우서울 사이트는 롯데백화점, 종로서적, 뮤직랜드, 코스메틱랜드 등 전문 몰(mall)들이 입점하는 형태였다.
오프라인의 인프라를 인터넷에 옮긴다는 개념으로 각각의 전문 몰들이 공동사업을 펼쳤다.
하지만 지금은 하나의 회사가 패션, 뷰티, 리빙, 레저, 북, 뮤직 등 11개 카테고리를 전체적으로 관장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지향하는 목표는 ‘생활포털’이다.
현재 이곳에서는 40만여종의 상품이 팔린다.
지난 96년 6월 헬로우서울이 500여개의 상품으로 시작했던 것과는 비교가 안된다.
주로 팔리는 품목은 책, 음반, 컴퓨터, 식품 등이다.
롯데닷컴 마케팅팀 양동운 부장은 “식품은 명절 때 선물용으로 많이 나간다”며 “이때는 택시나 오토바이까지 동원해 배달을 해야 할 정도”라고 말한다.
옷은 아직 초보단계여서 표준 티나 표준 색상의 옷들이 월 4천~5천만원 정도씩 팔려나간다.
회원수는 현재 50만여명이며, 매출은 올해 300억원을 예상하고 있다.
영업수지는 적자다.
강한 물류 위에서 생활포털 지향 롯데닷컴의 강점은 뭐니뭐니해도 물류에 있다.
우선 상품공급 측면이다.
롯데닷컴 관계자들은 이를 “오프라인의 후광을 업고 있다”고 표현한다.
현재 전국 주요 거점에 롯데백화점이 12개, 할인점 마그넷이 20개 지점을 보유한 것을 비롯해, 도심 곳곳에 24시간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570개, 롯데리아가 500여개 체인점을 확보하고 있다.
아직까지는 이 유통망을 모두 이용하는 단계에까지 이르지 못했다.
일부 지역에서 시범서비스를 하는 단계다.
5월부터 서울 강동구의 7군데 세븐일레븐 체인점을 통해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데, 현재로선 체인점당 하루 1~2건 정도의 음반 판매가 이뤄지는 수준이다.
롯데닷컴은 내년 상반기에 세븐일레븐과 롯데리아 전 체인점으로 이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양 부장은 “기존 택배서비스는 맞벌이 부부처럼 집에 사람이 없는 가구에는 물건을 배달하기 쉽지 않다”며 “세븐일레븐은 24시간 내내 업무를 보기 때문에 어느 때나 가까운 체인점에서 물건을 찾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백화점은 연말부터 잠실점부터 택배서비스를 실시한다.
백화점 식품매장을 물류창고로 활용하고, 생필품이나 식품 등을 직접 집에까지 배달할 계획이다.
지역밀착형 생활서비스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상품조달 측면에서도 롯데닷컴은 강점을 지니고 있다고 자신한다.
우선 백화점에서 상품조달 경력을 쌓은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다.
다양한 조달 노하우를 갖고 있다는 얘기다.
상품조달은 기존 백화점과 마그넷 공급원과 롯데닷컴 자체 공급원으로 나뉜다.
자체적으로 조달하는 게 다수를 차지한다.
롯데닷컴은 패션, 화장품, 액세서리 등에서 다른 업체들과 차별화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이른바 명품 서비스를 본격화하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브랜드 이미지에서 이득을 보는 것이기도 하다.
롯데닷컴은 다른 온라인 쇼핑몰들처럼 파격적인 가격할인 정책을 구사하지 않는다.
백화점에서 공급하는 상품들은 판매가격이 같다.
기존 유통채널과 마찰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다.
반면 자체 조달 상품들은 공급업체들과 협의해 가격을 결정한다.
롯데닷컴의 성공 열쇠는 기존 오프라인의 물류 및 사업 노하우를 온라인에 어떻게 결합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지금까지 성적은 어느 정도일까. 롯데닷컴 실무책임자인 강현구 이사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결시키는 게 장난이 아니다”는 표현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강 이사는 “오프라인 조직과 온라인 조직을 하나로 통합했다는 게 현재까지 성과라면 성과일 것”이라며 “앞으로 이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활용하느냐가 과제”라고 말했다.
현재는 기존 오프라인 조직과 상품조달, 물류를 함께 할 수 있는 부분을 계속 찾아나가는 과정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롯데닷컴은 유선, 모비도미는 무선 롯데그룹이 추진하는 인터넷 사업으로 롯데닷컴이 유선 쪽을 대표한다면 무선 쪽은 최근 설립된 모비도미가 맡고 있다.
이 회사도 신동빈 부회장이 대표를 겸하고 있다.
모비도미는 모바일을 이용한 마케팅 프로모션을 지향한다.
이를 위해 우선 즉석경품 서비스를 통해 회원들의 이메일, 직업, 나이 등 신상정보를 확보한 뒤 이를 기반으로 1대 1 광고마케팅에 나선다는 것이다.
각종 멀티미디어 콘텐츠 제공, 시장 리서치 사업도 펼칠 예정이다.
이 사업도 롯데닷컴과 마찬가지로 대홍기획 인력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어 오프라인의 광고마케팅 노하우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모비도미 김응조 과장은 “지금까지 광고가 방송과 인쇄매체를 주축으로 이뤄졌다면 이제는 이것을 무선인터넷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호텔 hotel.lotte.co.kr과 롯데월드 www.lotteworld.com 도 인터넷 사업에 커다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호텔은 이미 96년 2월에 객실예약 시스템을 갖췄다.
인터넷으로 신청했을 경우 할인혜택을 주고, 온라인에서 자동으로 예약을 확인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루 평균 온라인 예약자들이 10여명에 이르는데 외국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롯데호텔 인터넷 사이트에는 면세점 코너도 들어서 있다.
이 코너는 일본인 관광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롯데는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아예 일본에 세븐드림닷컴 www.7-dream.com 이라는 면세점 사이트를 개설해 토산품 등을 판매한다는 계획까지 세워두고 있다.
롯데월드는 현재 웹사이트에서 레저상품을 안내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는데 앞으로는 가상으로 놀이를 즐길 수 있는 사이버 테마파크 개념을 도입할 계획이다.
전 계열사 전방위 배치로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인터넷 사업은 그룹의 실질적 사령탑인 신동빈 부회장이 관장하는 탓인지 다른 그룹에 견주어 통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백화점, 마그넷, 세븐일레븐, 롯데리아 등 계열사들이 롯데닷컴의 유통채널로 활용되는 점만 봐도 그렇다.
물론 결과는 롯데그룹이 오프라인에서 섬세한 사업방식으로 성공을 거둔 것처럼, 온라인에서도 그런 사업수완을 보일 수 있을 것이냐에 달려 있다.
“앞으로 50년 먹고 살 기반 구축중” 인터뷰/롯데닷컴 강현구 이사 롯데닷컴 강현구(40) 이사는 국내에 전자상거래를 도입한 초기 멤버 가운데 한사람이다. 대홍기획에서 마케팅 리서치와 기획을 담당하다 95년 5월 태스크포스인 인터랙티브팀 팀장으로 발탁되면서 전자상거래와 인연을 맺었다. 처음엔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의 광고마케팅을 개발하는 게 목적이었으나 인터넷이 뜨면서 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96년 6월 국내 최초의 온라인 쇼핑몰(헬로우서울)을 열었다. >롯데닷컴이 지향하는 바는. 생활포털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는 단순히 물건을 파는 데 그치지 않고, 주부들에게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생활문화를 창출하고자 한다. ‘마루’라는 온라인 클럽이 있는데 주부들의 온갖 관심사들이 여기서 소화될 수 있다. 장터같은 곳이다. 일반적 인터넷 쇼핑몰들은 벤딩머신(자동판매기)과 다를 바 없다. >오프라인의 유통채널과 온라인을 결합하는 작업은 잘되고 있나. 시스템을 통합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 이제 시작이라고 보면 된다. 직원들에게 앞으로 50년간 먹고 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비유하고 있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양쪽의 노하우를 결합시키는 게 핵심 과제다. >온라인 쇼핑몰들이 난립하고 있는데 이들의 미래를 어떻게 보나. 조사기관에 따라 다른데 국내 온라인 쇼핑몰이 1600개 또는 3천개라고 한다. 대부분 기본이 갖춰져 있지 않다. 전자상거래가 가능하려면 고객획득, 주문수행, 결제 등 기본적 프로세스가 있어야 한다. 그런 걸 갖춘 업체는 30개가 안된다. 더욱이 전자상거래는 IT기술이 해결해줄 수 있는 게 전체 프로세스의 30%밖에 안된다. 상품 조달, 배송 등 물류는 기존 오프라인 방식과 똑같다. 손과 발은 오프라인 유통채널에 있다. 그런 만큼 오프라인 기반이 없는 온라인 쇼핑몰은 고전을 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