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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앞으로 6개월…생각하기가 두렵다”
[머니] “앞으로 6개월…생각하기가 두렵다”
  • 이원재 연구기자
  • 승인 2000.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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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등록기업 3분기 실적발표…IT기업 성장세 둔화
경기는 이제 본격적인 겨울의 초입에 들어선 모양이다.
증권거래소와 상장기업협의회, 코스닥증권시장이 발표한 상장·등록기업 3분기 실적(7~9월)에는 곳곳에 찬바람이 깃들여 있다.
경기와 상관없이 성장할 줄로만 알았던 첨단 IT기업들도 이 찬바람 앞에서 기세가 꺾인 모습이다.



코스닥 벤처기업 신화는 없다
가장 추워 보이는 쪽은 코스닥시장의 벤처기업들이다.
12월 결산 코스닥 등록 벤처기업 136개의 3분기 순이익은 2분기에 견줘 64%나 줄어들었다.
매출 역시 13% 감소했다.
업종 특성상 3분기가 2분기보다 적을 수 있다는 계절적 요인을 감안한다 해도 코스닥 벤처기업들이 지금까지 보여준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코스닥 벤처기업들은 실적의 질에서도 크게 떨어지는 모양새다.
이는 판 금액에 견줘 남긴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를 따져볼 수 있는 매출액 영업이익률(영업이익/매출액)에서 나타난다.
코스닥증권시장은 3분기에 벤처기업들의 평균 매출액 영업이익률을 5.3%로 집계했는데, 이는 2분기 12.9%보다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3분기 코스닥 일반기업의 매출액 영업이익률 6.1%보다도 낮다.
매출액 순이익률도 비슷하다.
벤처기업의 3분기 매출액 순이익률은 3.4%로 2분기 8.2%보다 크게 줄었다.
하지만 일반기업의 1.9%보다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증권거래소 첨단기술주들은 어땠을까? 덩치가 크고 오래된 거래소 상장 IT기업들은 언뜻 보기엔 코스닥의 작은 벤처기업들보다 나아 보인다.
우선 종합주가지수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삼성전자가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
삼성전자는 3분기에 8조7600억원의 매출과 1조670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2분기보다 각각 2.7%, 5.1% 늘어난 수치다.
2분기가 엄청난 호황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의 실적을 거둔 셈이라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실제로 지난해 3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38%, 순이익은 137%나 증가했다.
삼성전자의 선전에 힘입어 반도체 업종 기업들은 2분기보다 4.3% 늘어난 11조3916억원의 매출에, 6% 늘어난 1조6830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주식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반도체 업종 실적이 이 정도면 경기둔화를 얘기하기는 좀 이르지 않느냐는 생각도 들 법하다.
삼성전자의 선전, 그러나… 하지만 반도체 장비업체들의 실적을 찬찬히 뜯어보면 반도체 업종에도 심상찮은 냉기가 감돌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대우증권이 미래산업, 신성이엔지, 주성엔지니어링 등 거래소와 코스닥의 반도체 장비업체 16개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3분기 매출액은 1777억원, 순이익 173억원으로 2분기에 견줘 각각 21%가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의 실적이 나빠졌다는 것은 삼성전자, 현대전자와 같은 대형 반도체 업체들의 설비투자가 2분기에 비해 줄어들었다는 것을 뜻한다.
2분기까지는 반도체가 호황일 것으로 예측하고 투자를 확대했지만, 3분기부터 경기둔화의 감을 잡고는 투자를 줄여나갔다는 얘기다.
설비투자 감소는 생산 축소로 이어지고, 이는 곧 매출 감소로 귀결한다.
대우증권 정창원 연구위원은 “일부 반도체 업체는 당장 필요하지 않은 설비투자는 일단 내년 이후로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거래소의 정보통신 관련 기업 52개로 이뤄진 정보통신 업종을 살펴보면 성장성 둔화의 초기단계인 매출감소 현상이 전반적으로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정보통신 업종 편입기업들의 매출액 합계는 12조9500억원으로 2분기에 견줘 1.24% 줄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의 순이익은 1조400억원으로 오히려 42% 늘어나 매출액이 줄어드는 가운데 내실을 챙길 가능성도 내비쳤다.
3분기 실적은 하드웨어 업종이 전반적으로 침체기에 접어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통신장비 등 18개의 하드웨어 관련 업체들이 몰려 있는 전기전자 업종의 매출액은 1조5511억원으로 2분기에 견줘 6.85% 줄어들었다.
순이익도 407억원에서 202억원으로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하드웨어 업종의 침체는 경기둔화 시기에 일어나는 전형적 현상이라며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현대증권 리서치센터 정태욱 이사는 “경기가 좋지 않으면 설비투자가 줄어들게 마련이고 일반적으로 장비시장이라고 일컫는 쪽은 매출이 줄어든다”며 “이런 의미에서 삼성전자 현대전자 엘지전자 삼성SDI 등의 실적은 연말까지 좀더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통신 서비스 “경기둔화 안 두렵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은 꾸준히 내실을 챙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의 경우 시장점유율 제한 때문에 마케팅 활동을 줄이고 있는 가운데, 매출액이 1조4320억원으로 2분기보다 3.8% 줄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5449억원으로 93.4%나 늘어났다.
한국통신프리텔도 매출액은 13% 줄었지만, 순이익은 622억원으로 전분기보다 40배 이상 늘어나 올해 처음으로 연간기준 흑자를 달성하겠다는 목표에 바짝 다가섰다.
동원경제연구소 온기선 이사는 “통신 서비스는 경기둔화의 타격을 크게 입지 않고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증권 정태욱 이사는 한걸음 더 나아가 “무선통신, 무선인터넷 등 IT기업 중에서도 최첨단 업종은 경기둔화에 상대적으로 둔감해 앞으로도 실적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순수 인터넷기업들은 여전히 수익모델을 찾지 못한 채 헤매고 있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매출액은 늘었지만 분기 기준 적자로 돌아섰고, 새롬기술 역시 매출액이 7억9천만원에 그치는 저조한 모습을 보이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이번에 발표된 실적이 주가에 얼마나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구구하다.
신영증권 장득수 조사부장은 “현재 주가에 실적악화가 얼마나 반영돼 있느냐의 문제”라고 전제하면서 “지금까지 주가하락에는 전반적인 경제시스템 문제가 큰 영향을 끼쳤고, 실적에 대한 우려는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악화된 3분기 실적에다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는 4분기 실적을 고려하면 시장에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원경제연구소 온기선 이사는 “4분기 실적까지도 이미 주가에 반영된 상태”라며 “이제 내년 1분기 실적이 주가 향배를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어느 쪽 입장에 서든 전문가들은 3분기 실적이 경기둔화 초반기 모습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는 데는 대체로 동의한다.
특히 이미 발표된 3분기 실적보다는 다가올 4분기나 내년 1분기 실적이 주가에 영향을 끼칠 텐데, 내년 1분기까지는 실적이 점점 악화하는 경기둔화기의 전형적 모습을 띨 것이라는 게 이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물론 이동통신 서비스 등 최첨단 IT기업들의 실적을 보면 경기둔화기를 강하게 버텨낼 수 있는 잠재력을 보여준다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이들 기업도 역시 어느 정도 성장세 둔화는 감수해야 한다.
예전처럼 끝없는 성장에 대한 기대를 바탕으로 형성됐던 높은 주가로 복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금융불안과 경기둔화, 게다가 추운 겨울의 초입에 서서 한국의 첨단기술주들은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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