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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엘지전자 ‘지주회사 늪’에 빠지다
[머니] 엘지전자 ‘지주회사 늪’에 빠지다
  • 이원재 연구기자
  • 승인 2000.1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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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둔화 엎치고 적자 계열사 덮치고…외국인 매도공세로 주가 추락
엘지전자가 3분기 실적발표를 즈음해 외국인들의 집중공격을 받았다.
외국인들은 엘지전자 주식을 11월3일부터 15일까지 거래일수로 9일 연속 순매도했다.
이 때문에 11월1일 17.8%(2767만주)이던 외국인 지분율은 15일 14.7%(2286만주)까지 낮아졌다.
엘지전자 주가는 1만8200원에서 16일 1만3300원까지 추락했다.
이 틈에 기관투자가들이 8일 연속 순매도에 나서고, 현대증권이 투자등급을 매수에서 시장연동으로 하향조정하는 등 국내 시선도 곱지 않다.


계열사 때문에 3분기 670억원 손해 주식시장에서 엘지전자를 둘러싸고 어두운 분위기가 조성되기 시작한 계기는 3분기 실적악화 발표다.
엘지전자의 3분기 매출은 3조6500억원으로 2분기에 견줘 6% 늘어났지만, 영업이익은 1760억원으로 37% 줄어들었다.
내수위축으로 소비가 줄어들어 실적이 악화되기는 했지만, 이 정도면 경기둔화기에도 버틸 수 있을 만한 정도라는 게 증권가 평가다.
문제는 경상이익이다.
경상이익은 340억원으로 90%나 줄었다.
장사를 해서 번 돈인 영업이익과 금융비용까지 합산한 경상이익 사이의 엄청난 차이는 690억원에 이르는 ‘지분법 평가손실’에서 생겼다.
엘지텔레콤(28%), 엘지산전(42%) 등 지분을 갖고 있는 다른 관계사들의 적자를 떠안는 바람에 영업이익의 40%나 되는 손실을 입게 된 것이다.
엘지전자가 엘지텔레콤이나 엘지산전과 같은 적자기업들의 지분을 대폭 늘려 부담이 커지게 된 것은 지난 6월 결정된 엘지정보통신 합병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법적으로 지주회사가 허용될 때까지 한시적으로 엘지전자를 정보통신 계열사들의 지주회사로 삼겠다는 전략에서 비롯한다.
증권가에서는 “대주주가 복잡하게 얽힌 지분관계를 정리해 그룹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를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세운 전략이 결과적으로 경기둔화기에 공격적 투자를 한 셈이 되면서 애꿎은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며 고깝게 보는 시선이 만만치 않다.
경기둔화나 단말기보조금 정책 변화 등 외부요인 때문에 받는 타격이야 투자자들이 감수할 수 있다 치더라도, 대주주 이해를 좇아 진행되는 지배구조 재편작업 때문에 실적에 영향을 받는 것은 용납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외국인들이 매도에 나선 이유도 이런 불투명성에 있다는 지적이다.
엘지전자가 넘어야 할 산은 만만치 않다.
엘지정보통신을 합병하는 과정에서 기존 주주들의 매수청구를 받아주고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자사주를 사들이느라 1조3천억원이나 쏟아부어 체력이 크게 떨어진 상태다.
IMT-2000사업권을 딴다면 내년에만 7천~8천억원을 투자해야 한다.
사업이 시작되더라도 당분간 적자를 떠안으면서 가야 할 판이다.
내년 상반기에 약 4천억원의 부채를 갚아야 하는 엘지텔레콤도 증자를 통한 자금조달이 절실한데, 엘지전자가 그 짐을 상당 부분 떠맡아야 할 처지다.
엘지전자는 엘지화학과 함께 엘지그룹의 중심축을 이룬다.
현대건설 문제에서 이미 여실히 드러났듯이 재벌그룹 대표기업의 문제는 대주주나 투자자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온 국민의 문제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꼬여가는 ‘디지털 엘지’의 해법을 궁금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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