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전문가들은 얼굴을 드러내기를 꺼린다.
수백명의 엔젤투자자들을 몰고 다니면서 하루 아침에 경영권을 뒤엎기도 하고, 다 죽어가는 회사를 살려놓기도 하지만 이들의 움직임은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사건(?)이 터질 때까지는 회사의 직원들조차 낌새를 채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루 아침에 최대주주가 뒤바뀐 디지탈임팩트의 경우가 그랬다.
한국디지탈라인의 정현준(32) 경영고문은 최근 새한이 보유하고 있던 디지탈임팩트의 주식 150만주와 신주인수권증서 60만주를 인수해 20%의 지분을 확보하면서 최대주주가 됐다.
그는 장외매매를 통해 디지탈임팩트의 주식을 주당 6천원씩 총 90억원에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고문은 8월에 열릴 예정인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정식으로 대표이사에 취임할 계획이다.
경영정상화를 위해 한시적으로 대표이사에 취임하지만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는다고 한다.
자금난을 겪어왔던 디지탈임팩트는 막대한 자금력을 지닌 정 고문이 가세하면서 부실기업의 이미지를 탈피하게 됐다.
M&A 전문가로 알려진 정 고문은 한국디지탈라인과 동방상호신용금고의 최대주주이면서 20여개 벤처기업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해왔다.
그의 움직임은 지금까지 베일에 가려져왔으나, 디지탈임팩트건을 계기로 외부에 노출됐다.
그는 우호지분을 끌어들여 경영권을 장악하고 자금을 동원해 부실 벤처기업을 정상화시키는 데 뛰어난 역량을 발휘해온 것으로 업계에는 알려져 있다.
또 직간접적인 벤처투자를 통해 지금까지 모두 1천억원에 가까운 막대한 시세차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한국디지탈라인의 전환사채를 통해 500여억원의 시세차익을 올리기도 했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온 그는 95년 졸업과 함께 M&A 업계에 뛰어들었다.
취직도 하기 싫었고 마땅히 할 일도 없었던 차에 우연히 걸려든 일이 인생을 뒤바꿔놓은 것이다.
프론티어M&A에서 1년여 동안 연구원으로 활동하던 그는 이듬해 프라임매니지먼트라는 M&A컨설팅회사를 설립한다.
선배에게 빌린 3천만원을 포함해 여기저기서 긁어모은 1억원이 자본금의 전부였다.
당시 조그만 M&A의 성공보수가 8천만원 가량으로 초반에는 제법 짭짤한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IMF가 닥치면서 의뢰가 뚝 끊겼고 프라임매니지먼트는 엄청난 빚더미에 올라앉게 된다.
하지만 이때쯤 해서는 M&A 전문가로서 명성이 제법 알려졌고, 수백명의 엔젤투자자들이 그의 주변에 있었다.
정 고문을 믿고 언제든 투자에 나설 사람들이었다.
그의 M&A기법은 상당히 고전적이다.
우선 M&A 대상 업체의 내부자를 ‘포섭해’ 그 기업의 내부정보를 확보한다.
회사의 자금사정, 최고경영자에 대한 내부의 평가 등을 낱낱이 파악한다.
이런 내부정보자에게는 후하게 사례한다.
다음은 위험회피 전략이다.
자금을 일시불로 지급하지 않고, 가능하면 우호지분을 확보한다.
마지막으로 자금을 조달한다.
자신을 믿고 따르는 엔젤투자자들을 많이 확보하고 이들에게 수익을 보장해준다.
한국디지탈라인의 인수 그리고 대박 사업이 본 궤도에 접어든 것은 98년 12월 한국디지탈라인의 M&A를 중개하면서부터다.
당시 매물로 나왔던 한국디지탈라인의 M&A를 중개하려다 인수희망자가 갑작스런 자금난에 몰리면서 협상 자체가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협상이 결렬되면 한국디지탈라인은 심각한 경영위기에 빠질 형편이었다.
엔젤투자자들은 이미 그를 믿고 자금을 투입한 상태였다.
결국 그는 한국디지탈라인의 지분 30%를 매입하고 경영권을 확보하기에 이른다.
특유의 수완을 발휘해 자금을 동원하고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등 기업의 체질개선에 주력한 끝에 한국디지탈라인은 무사히 IMF를 통과하고 이듬해 코스닥에 진입한다.
그는 물론이고 그를 따라 한국디지탈라인에 투자했던 엔젤투자자들은 엄청난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었다.
정 고문은 냉혹한 M&A시장에 몸담고 있지만 나름대로 원칙을 갖고 있다.
우선 단순한 시세차익보다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주력한다.
한국디지탈라인이나 디지탈임팩트의 경우 피치못해 최대주주가 됐지만 지분확보나 시세차익에는 큰 관심이 없다.
경영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편이 훨씬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의 포트폴리오에는 시스템통합(SI) 업체인 지오컴과 스포츠·연예마케팅 회사인 스타돔엔터테인먼트 등 벤처기업들이 포진해 있다.
대부분 성장잠재력은 있지만 자금난과 경영부실을 겪고 있는 벤처기업들이다.
그가 개입함으로써 기업가치를 올릴 수 있는 기업들이다.
그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자금을 투입하고 전문경영인을 영입한 뒤, 과감한 구조조정과 경영개선을 통해 기업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도록 한다고 말한다.
전문가는 시장에 팔지 않는다 그는 투자이익을 장내시장에서 회수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한다.
“장내시장에서 지분을 팔 경우 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결국 개인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국디지탈라인의 전환사채도 전환가격 1천원에 한때 5만원까지 치솟았으나 아직까지 전량을 그대로 보유하고 있다.
굳이 시장을 흔들면서까지 이익챙기기에 급급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일부 몰지각한 벤처캐피털들이 코스닥 등록과 동시에 물량을 한꺼번에 토해내 시장질서를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신에 그는 장외시장을 통해 투자이익을 회수한다.
기업가치에 따라 얼마든지 제값을 받고 처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경영개선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일,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업을 연결시켜 주는 일이 M&A 전문가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를 “경영인이 아니라 금융전문가”라고 평가한다.
경영의 전권을 전문경영인에게 일임하고, 그는 자금조달을 지원하거나 간혹 대외적인 투자에 조언을 해주는 역할을 한다.
의견은 이사회와 감사를 통해 반영하고, 전문경영인은 주주총회를 통해 심판하거나 갈아치우면 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무리하게 경영에 간섭하거나 즉흥적으로 회사를 흔드는 일이 오히려 회사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고 믿는다.
“얄팍한 속임수로 포장하기보다는 합리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꾸준히 높여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 그가 6년 동안 M&A시장에서 터득한 원칙이다.
이것이 합쳐져 성공을 보장한다는 것이다. 1.정보 확보내부에서 흘러나온 구체적이고 정확한 정보가 없다면 M&A는 불가능하다. 회계장부에도 드러나지 않은 영업상의 비밀, 최고경영자에 대한 내부의 평가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예컨대 기술력은 튼튼한데 직원들 모두가 떠날 생각만 하고 있다면 그 기업의 미래는 거론할 가치가 없다. 내부자의 포섭은 지극히 당연하고도 필수적인 과정이다. 내부 정보원들에게는 정보제공에 대한 사례를 지불하기도 하고 진급 조건을 붙이기도 한다. 무엇보다도 정보원을 선택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학연이나 지연도 믿을 수 없다. 철저히 연고자를 통해 알음알음 접촉해나가는 수밖에 없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한사람이라도 확실한 자기 편이 있어야 한다. 2.실행 전략뚜껑을 열기 전에 기업의 내용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 가능하면 투자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 자금을 일시불로 지급하지 않고 분할하는 방법이 있다. 약속한 것과 다를 경우 일정 부분 차액을 감하겠다는 조건을 내걸 수도 있다. 가장 쉬운 방법은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것이다. 1대주주가 어려우면 2대, 3대주주를 끌어들여야 한다. 중요한 점은 같은 편에게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수익을 돌려줘야 한다는 것이다. 주주들에게 약속을 지켜야 한다. M&A 성공의 관건은 많은 사람을 아는 것보다 한사람을 성실하고 정확하게 아는 것이다. 3.자금 확보직접 자금을 조달할 수도 있고, 큰손을 끌어들일 수도 있다. 다만 상황에 따라 자금흐름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확실하다는 말 한마디면 의심없이 따라올 수 있는 엔젤투자자들을 확보해야 한다. 돈 1천만원이라도 소중하게 생각해주고 약속은 철저히 지켜야 한다. 설령 M&A가 실패하더라도 자신을 믿고 따라온 투자자들에게는 최소한의 수익을 보장해줘야 한다. 수익을 올려주면 투자자들은 행복해하고 공신력은 올라가게 돼 있다. 그리고 이러한 믿음이 M&A를 성공으로 이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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