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경기부양 압박에 결국 백기

기준금리 7개월만에 0.25%p 인하한 2.5% 결정
정부 내수활성화에 화답…한은 체면 구겨져

2013-05-09     한상오 기자

정부의 경기부양 압박에 끝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백기를 들었다.

한국은행은 9일 예상을 깨고  기준금리를 2.75%에서 2.5%로 0.25%포인트 내렸다.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연 3%에서 2.75%로 내린 후 7개월 만이다.

이번 금리인하는 경기 상황이 악화하지 않았다던 기존의 입장을 바꾼 것이다. 그동안 한은은 미약하게나마 경기 회복 추세로 가고 있다고 진단해 왔다.

하지만 올해 성장률이 당초 예상보다 크게 떨어진 2% 중반대의 저성장에 그칠 것으로 추정된데다 엔저 현상과 대북 리스크라는 악재까지 보태진 현 상황을 더이상 간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하 결정은 올해 들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대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물가 상승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은 가운데 경기 회복세는 미약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국내총생산(GDP) 성장이 잠재 성장률에 못 미치면서 저성장 고착화로 한국 경제의 성장 잠재력 자체를 끌어내릴 수 있다는 정부와 시장의 우려에 화답한 셈이다.

김 총재는 그동안 금리를 내릴 의향이 없음을 공공연히 밝혀왔다.  이달초 '델리 발언'의 경우 금융통화위원회 1주일 전에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과 이를 시사할 수 있는 금융·경제에 관한 사항을 일체 언급하지 않는 관행마저 깬 것이여서, 사실상 금리 동결을 암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직전까지 금통위에서 금리 동결 결정에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한 김 총재에 대한 책임론은 불가피해 보인다.

한편 한은의 금리인하 결정으로 추경 등 정부의 경기부양 노력에 물가정책을 연계하는 정책 공조의 엇박자 논란은 수그러들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