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안법 개정 때마다 이해득실 서로 달라

농수산물유통개혁 역사와 쟁점

2013-06-19     안성용 선임기자

본지의 지난 14일자 ‘제2 농안법 파동 일어나나?’ 기사가 나간 후 많은 독자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독자들은 농수산물 유통에서 문제가 무엇이고, 어떻게 해결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궁금해 했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농산물 유통개혁을 둘러싼 역사와 쟁점을 짚어본다. - 편집자 주

1995년 5.3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이하 농안법) 파동

1994년 당시 민자당의 신재기 의원이 의원입법으로 경매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농안법을 개정했다. 이후 1995년에 일명 신재기 농안법이 시행령을 정비하고 5월 3일 시행됐으나, 가락동시장을 비롯한 전국 공영도매시장에서 중도매인들이 준법투쟁에 나서고, 그 결과 가락동시장을 비롯한 전국의 공영도매시장에서 농수산물의 거래가 중단돼 청과물 가격이 폭등하는 사상 초유의 농수산물 유통대란이 발생하게 된다.

이로 인해 당시 김영삼정부는 법 시행 3일도 채지나지 않아 농안법의 시행을 6개월간 연기하고, 정부입법으로 농안법을 재개정하기로 한다.

5.3 농안법 파동은 이해당사자들 간의 문제로만 인식되던 농수산물 유통문제에 대해 정치권 및 시민사회의 관심을 촉발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기득권층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전근대적 유통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크게 인식한 농민, 시민단체들이 "농안법 재개정을 위한 농민・시민단체 연대회의"를 결성하고 농안법의 올바른 재개정을 위해 나섰다. 당시 연대회의에는 고 김근태 의원, 김완배 서울대교수, 조성우 전농 부의장 등이 참여했다.

 

 

농안법 개정 및 조례제정 등의 역사와 주요 내용

1995년 11월 농안법개정 (정부입법, 경매제보완)

1997년 대선 및 정권교체 (농수산물유통개혁위원회 발족/위원장 김완배 서울대교수)

1999년 농안법개정 (핵심 개혁과제인 시장도매인제 도입)

1999년 강서도매시장에 시장도매인제 도매시장건설계획수립 (고건시장 당시)

2004년 강서도매시장에 시장도매인제 도매시장 개장

2010년 대구도매시장에 수산부류 시장도매인제 도입 추진. 농안법에 부류별로 도매시장법인을 두어야 함을 이유로 농수산부가 반대해 시장도매인제 도입 무산.

2012년 농수산부에서 경매과정이 불필요한 수산부류에 대해 도매시장 법인제도를 삭제하는 농안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으나, 당정 협의에서 좌초됨. 가락동시장 수산부류 시장도매인제 도입 계획 무산

2012년 서울시의회 도매시장조례개정안 제정. 가락동시장에 시장도매인제 확대 도입 확정

 

유통개혁법안 (농안법 개정, 조례제정)을 둘러싼 쟁점

민주당 김춘진 의원이 대표발의한 농안법 일부개정안은 공영도매시장의 두 유통주체인 ‘도매시장법인과 시장도매인의 역할 변경’과 ‘도매시장법인 지정권한을 지자체에서 농림부로 변경’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두 쟁점 모두 관련 당사자들 사이에 이해득실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법률안에 따르면 시장도매인은 매수판매를 원칙으로 하며, 위탁판매는 농림축산식품부령 또는 해양수산부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도매시장법인은 아무런 제한이 없어 위탁과 매수 판매를 선택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이번 법률안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이 부문에 대해선 농림축산식품부에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도매시장법인의 지정권한을 광역지자체장에서 농림축산식품부장관으로 변경하는 것도 이해관계가 상충된다. 이번 개정법률안은 지난해 말 서울시 조례로 통과돼 진행하고 있는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에서 2016년경부터 시장도매인제도를 본격 도입키로 한 결정과도 부딪힌다.

가락시장을 관리하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경매제와 도매시장법인에 대한 관리, 평가기준을 강화해 도매시장법인에 관한 ‘관행적인 재지정’이 어렵게 됐다. 특히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는 법령에 정해져 있는 도매시장법인이 부담해야 할 표준하역비를 출하주에게 부담시키는 행위를 바로 잡기 위해 도매시장법인의 평가 관리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도매시장법인의 지정권이 어디에 있느냐가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개정안 발의가 이런 상황 속에 경매제유지 등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뤄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한편 이번 김춘진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지난해 새누리당 강석호 의원이 개정하려고 시도하다 폐기된 것과 내용이 대동소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