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PC통신은 살아 있다

2000-08-22     한정희
웹기반 무료 서비스에 전전긍긍...수익.콘텐츠.커뮤니티로 생명력 유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PC통신이 난감해졌다.
전화번호를 치면 또르륵 또르륵 하다가 치지직 하며 통신을 연결했던 일들이 초고속 통신망이 상용화된 지금은 추억 속의 일처럼 비춰진다.
천리안, 하이텔, 나우누리는 한때 우리나라 통신서비스 시장을 3분했던 최강자였다.
하지만 지금 이들은 웹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서비스들에 포위되었다.
딱딱한 화면에 텍스트 위주의 정보, 게다가 월회비에 정보이용료까지…. 빠른 속도에 동영상 중심의 콘텐츠, 무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 업체들과는 게임이 안되는 것처럼 보인다.
PC통신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AOL이냐 아니냐 PC통신업체들이 어려움에 부딪치게 된 주된 이유는 웹 환경을 기반으로 한 무료 인터넷의 등장이다.
PC통신이 유료에다 폐쇄적인 반면, 인터넷은 무료에다 개방적이고 서비스도 점점 고급화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인터넷을 중심에 두고 생활한다.
PC통신업체들이 위기의 징후를 실감한 건 작년 말부터다.
작년 말과 올해 초, PC통신 가입자 증가세가 정체 또는 감소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짭짤한 수익이 되었던 부가정보(유료 정보) 이용률도 역시 감소 추세다.
‘PC통신은 위기다’ 라는 지적에 업체들은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업체들의 처지에 따라 위기를 느끼고 진단하는 정도는 다르다.
위기를 탈출하기 위한 전략도 다양하다.
천리안은 PC통신의 위기를 인정하면서도 이는 단기적인 현상이라고 잘라 말한다.
이영철 마케팅팀장은 “인터넷의 무료 포털 서비스업체들은 수익모델이 없는 한 오래 가지 못한다”고 전망한다.
수익모델이 분명하지 않은 상태에서 펀딩은 더더욱 쉽지 않으며, 따라서 많은 수의 서비스업체들이 1, 2년 안에 없어질 거라는 것이다.
천리안은 오히려 한국 제일의 PC통신업체로서 자신감을 내비친다.
천리안은 그러면서 웹으로의 진출을 차분히 준비하고 있다.
하반기부터 초고속망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전략상품인 퀵메신저와 무선 포털서비스 선점을 위한 모바일천리안, 무료이메일 @choㅣㅣian 서비스를 개시한다.
검색엔진 넷서치와 커뮤니티클럽인 천리안클럽인터페이스 등을 통해 기존 인터넷 포털업체의 분야에 속속 진출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하이텔은 천리안과는 다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양순호 콘텐츠 채널사업팀장은 “다음이나 야후같은 인터넷 포털 서비스업체들을 이미 주요한 경쟁자로 삼고 있다”고 말한다.
작년까지만 해도 아메리카온라인(AOL) 모델을 추구했지만 면밀한 검토를 통해 전략을 바꿨다는 것이다.
하이텔은 현재의 PC통신 부분은 슬림화해 나가면서 경쟁력 있는 부분은 웹 기반 시장으로 재빨리 전환할 계획이다.
하이텔은 이미 콘텐츠의 상당 부분을 웹 기반으로 바꾸고 있다.
그 일환으로 지난 7월에는 ‘콘텐츠 월드’라는 유료 콘텐츠몰을 개설했다.
콘텐츠 월드는 6개의 스튜디오로 구성돼 있으며, 유료화가 확실한 콘텐츠 시장을 선점한다는 야심을 불태우고 있다.
특히 커뮤니티와 콘텐츠가 결합한 버티컬 포털을 만들어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에게 도전장을 내밀 계획이다.
PC통신 경쟁 더이상 의미없다 나우누리는 이제 PC통신 업체 사이의 경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진단한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가 대세인 지금,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특화된 인터넷 포털로 거듭나느냐 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나우누리는 PC통신 환경을 인터넷 환경으로 바꾸기 위해 지난 98년 12월부터 별도 팀을 구성해 인터넷 표준 플랫폼 개발 작업을 해왔다.
하반기에는 본격적인 서비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인터넷 포탈들과 경쟁하기 위해 특화된 콘텐츠 확보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나우누리는 자신의 1823전략(나우누리는 18세에서 23세까지의 네티즌들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에 맞는 콘텐츠로 만화, 성인, 교육, 취업, 게임 등을 꼽는다.
문용식 최고관리책임자(COO)는 “나우누리는 이용자들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정도의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말한다.
나우누리는 오는 12월 출범할 인터넷 기반 포털 사이트 ‘@NOW’에 동호회, 채팅 등의 서비스를 개설하고 커뮤니티 전략도 인터넷 시대에 맞게 짜나갈 예정이다.
무선인터넷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무선 종합포털 사이트‘모티즌’도 운영하고 있다.
유니텔은 지난 3월 삼성SDS에서 분리하면서 단순 인터넷 PC통신업체가 아닌 종합 인터넷서비스회사로 거듭나고 있다.
유니텔은 다른 PC통신업체와는 달리 기존 PC통신 부분을 유지하면서, 이를 기반으로 인터넷 쇼핑몰 ‘유니플라자’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만간 인터넷 인프라 쪽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PC통신도 결국 웹을 기반으로 한 환경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인정한 탓이다.
유니텔은 웹 환경에 크게 2가지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다.
하나는 기존 PC통신을 웹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이다.
이를 위해 유니텔은 어린이 전문 사이트인 ‘유니키즈’와 중고생 대상 사이트인 ‘클릭스터디’, 대학생 전문 포털인 ‘내일샷’, 주부 전문 사이트인 ‘아이주부닷컴’ 등을 개설했다.
다른 하나는 PC통신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순수한 웹 기반 커뮤니티 사이트를 직접 만드는 것이다.
지난 2월 문을 연 ‘웨피’가 대표적인 경우다.
유니텔 홍보담당자 정혜림 대리는 “웨피는 폐쇄된 공간에서 운영되는 PC통신과는 달리 오픈된 커뮤니티 사이트”리먀 “PC통신 유니텔과는 별개로 나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PC통신업체들의 웹 적응하기는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AOL 모델을 지향하며 PC통신 중심의 웹화를 진행하든, PC통신 분야를 최소화 하면서 웹으로 전면 이행을 하든, 이미 웹 기반의 인터넷 시장으로 가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이 PC통신 사업에 미련을 버리지 않는다.
확실한 수익이 있기 때문이다.
풍부한 콘텐츠와 커뮤니티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발길을 잡는다.
형식은 깨뜨리고 내용은 승화시키는 것이 웹시대 PC통신업체의 운명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