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자연과학이 인문학을 만났을 때

2007-01-15     이재현 기자
과학으로 생각한다
이상욱 외 지음, 동아시아 펴냄, 1만4천원

요즘 젊은 엄마들은 아이들을 학원에 보내는 맛에 기르는 모양이다.
피아노도 배우고 그림 그리기도 배우고 주산도 배우고 태권도 도장에도 간다.
한 아이가 보통 서너 군데 학원에 다니는 게 기본이라고 하니 돈이 없어 학원에 못 다니는 아이는 축복을 받았다고 해야 하나. 하지만 어떻게 보면 아주 특별한 아이에게는 이 수많은 학원 다니기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되기 훈련일 수도 있다.


다빈치는 위대한 과학자이자 철학자이면서 조각가요 화가였다.
인류 최고의 천재였던 것이다.
천재의 특징은 무한한 호기심이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 알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이 책은 과학이 우리와 얼마나 밀접한 학문이자 철학인지를 문화로서 설명하고 있다.
뉴턴이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했다는 사실이 인류의 세계관을 바꾸고 이런 생각은 나중에 아인슈타인이 상대성 원리를 발표하면서 다시 뒤집어졌다.


시간과 공간은 각각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한데 뭉쳐서 흘러간다는 그의 주장은 충격적이다.
미국에서는 진화론을 가르치지 않는 주가 있다고 한다.
기독교를 국교로 삼는 나라에서 인류의 조상이 원숭이일지도 모른다는 걸 가르치면 하나님 꼴이 이상해지니까. 그래서 나온 이론이 지적 설계론이다.
인간을 비롯한 모든 것은 누군가가 완벽하게 설계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과학과 종교의 대립이다.
하지만 그들은 진화론을 공격하는 것으로 자신들의 지적 설계론을 옹호하고 있다.


이 책이 주장하는 미덕은 과학을 과학으로만 보지 말고 좀 더 확대 해석하자는 것이다.
아무리 복잡한 일도 잘게 쪼개면 간단하게 해결되는 것처럼, 컴퓨터도 그런 발상에서 나온 것처럼 우리 사유 체계의 본질은 모두 과학이라는 주장이다.
술에 취해서 그 다음 날 골골거리다가 종일 물만 마시는 것도 탈수현상에 따른 것이니 사는 게 모두 과학 아닌가. 읽는 즐거움을 주는 책이 드문 세상에서 오랜만에 만난 ‘좋은 책’이다.
어렵지 않다.


이재현 기자 yjh9208@economy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