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삼국지에 가려진 영웅들의 참모습

2007-04-09     정진욱 전문위원·북 칼럼니스
정사 삼국지 진수 지음, 민음사 펴냄, 전 4권 11만원 책 읽는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큰 물건이 나왔다.
진(晋)나라의 역사가 진수(陳壽)가 쓴 <삼국지>를 건양대학교 김원중 교수(중국언어문화학과)가 번역했다.
지난 94년 나왔던 번역본을 절판시키고 각고의 12년을 보낸 결실이다.
편집자는 장은수 민음사 편집인. 흠잡을 데 없는 책 만들기. ‘한국 최고의 편집자’ 명불허전이다.
<소설 삼국지>(三國志演義)는 한중일 삼국이 가장 사랑하는 책이다.
삼국지 하면 소설 삼국지다.
그러나 진수의 역사책 <삼국지>가 없었다면 나관중의 삼국지가 있겠는가. <정사 삼국지>의 재미? 장담컨대, 소설 삼국지를 능가한다.
제갈량, 유비, 관우, 장비에 가려 있던 1천여명의 걸출한 인물들이 영웅본색을 되찾았다.
오나라 육손이 관우를 아이 다루듯 하는 장면을 보시라. <정사 삼국지>출간을 가장 반길 사람은 조조다.
<소설 삼국지>가 ‘실7 허3’이라지만 사실 여부보다 근본 입장이 문제다.
소설 삼국지에서 난세의 간웅이 되고만 조조는 <정사 삼국지>의 주인공이다.
자신을 도와준 여백사를 기습 살인하는 허구를 통해 파렴치범 조조를 탄생시킨 증오심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나관중이 <소설 삼국지>를 만들어내던 시기는 원나라가 끝나가고 명나라가 세워지던 때. 한(漢)족의 역사는 이민족 지배의 역사다.
촉한정통론이란 ‘중화주의적 상상력’은 한족이 고단한 현실을 이겨낸 힘이었다.
‘동북공정’이 지금만의 일은 아닌 것이다.
중화주의의 더께를 벗겨낸 조조의 참 얼굴은 어떤가. 인재를 아끼고 백성을 사랑했던 걸출한 군주. 자신의 아들과 조카를 죽인 적장 장수(張繡)가 항복하자, 그 재주를 아껴 열후에 봉하고 사돈을 맺는다.
포로가 된 관우가 자기 사람이 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도 살려주고 보살핀 이가 그다.
그렇다고 유비와 제갈량이 폄하되는 것도 아니다.
인물의 장단을 논하는 진수의 붓끝은 엄정하다.
그것이 <정사 삼국지>의 진정한 매력이다.
정진욱 전문위원·북 칼럼니스트 chung888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