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나온 책 ] 논술고사에서 찾은 한국의 교양

2006-11-06     이재현 기자
한국의 교양을 읽는다 - 과학편 김보일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1만4천원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라는 책이 나왔을 때 많은 지식인들이 던진 의문이 하나 있다.
대체 교양이란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사전적인 의미로는 ‘문화에 관한 광범한 지식을 쌓아 길러지는 마음의 윤택함’으로 나와 있다.
영어로는 Culture 즉 문화로 번역된다.
그렇다면 교양 있는 사람은 문화에 관한 광범한 지식을 쌓아 마음이 윤택한가. 문화를 인류가 쌓아온 지식의 총체라고 본다면 교양 있는 사람이 되기란 무척이나 힘든 노릇이다.
어쨌든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라는 책은 그 도전적인 질문으로 많은 독자들을 설레게 했지만 그 대답은 질문에 비해 좀 맥이 빠져서 한편으로는 실망을 주기도 했다.
‘꿈은 필요한가’라는 질문처럼 정답이 없는 질문이니 그럴 법도 하겠지만 프랑스 지성들의 질문과 대답치곤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만큼은 사실이다.
이 책은 <세계의 …> 그것과 같은 포맷이다.
우리의 수능을 바칼로레아와 비교한다는 게 낯간지러운 일이기는 하지만 세계의 교양이 아닌 한국의 교양을 찾아 질문과 대답을 만든 시도는 높이 평가받을 만하다.
인문학의 위기를 부르짖는 마당에 이만한 수확이라도 감지덕지할 일이다.
그러나 질문의 수준이 <세계의 …> 목차와는 달리 덜 도전적이어서 흥미를 반감시키고 있다.
정답이 없는 질문이 아닌 대부분 정답이 나와 있는 질문인 것이다.
‘유전자 조작식품,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항목처럼 사람들 대부분 어설프게나마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질문이 그것이다.
물론 각 대학이 그동안 논술 시험에서 낸 문제들을 재조립해 만든 질문이라는 한계는 있다 하더라도 이 정도의 질문과 대답이 우리의 마음을 윤택하게 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문화, 사회, 인문편이 더 나올 이 연작물의 노고는 좌시되어서는 안 된다.
이 책으로 말미암아 한국의 교양 수준이 확인될 테니 꼭 보자.
이재현 기자 yjh9208@economy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