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이제 경제학에서 배울 것은 ‘인간의 심리’

2008-02-25     한상오 기자
최신 신경경제학과 행동경제학 이론을 바탕으로 한 메커니즘 현실 경제를 움직이는 심리의 비밀을 아는가? 경제학은 인간의 ‘합리적 이성’이 최고로 꽃피운 영역이다.
즉 ‘효용의 극대화’가 합리적인 선택이라는 견해가 18세기 이후 경제학을 지탱해온 기본 과정이었다.
손해를 보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이익’을 남기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어떤 이익이 진짜 선택인지를 판단하기 위해 이성의 쌀쌀한 차가움은 기본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실제 경제는 그렇게 움직이지 않는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바로 돌아서서 한 번만 더 생각하면 후회할 소비를 반복한다.
또한 질이 더 좋은 상품이 꼭 더 팔리지는 않는 이상한 현상 때문에 마케터들은 머리를 싸맨다.
대기업 사장부터 구멍가게 아저씨, 주식시장의 큰 손에서 개미투자자까지 나름대로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행동을 한다고 하지만 진짜 경제는 통계, 확률, 그래프가 알려주는 대로 움직이지만은 않는다.
사랑의 기쁨, 두려움, 분노, 질투와 같은 감정들이 숫자를 물들이고, 계산을 엉망으로 만든다.
때문에 그 누구도 현실 경제를 움직이는 심리의 비밀을 모르면 함정에 빠질 수밖에 없다.
세상을 지배하는 ‘마음의 계산법’ ‘99% 경제를 움직이는 1% 심리의 힘’이라는 부제를 가진 <이코노믹 마인드>는 좋은 와인이 쌓여있는데 파리만 날리는 와인 바 주인, 매번 후회하지만 구매를 멈추지 않는 온라인쇼핑 중독자, 쓸데없이 선수 몸값을 올리는 축구 구단주, 손해를 보아도 끝까지 주식을 못 버리는 초보 주식투자자 등 얼핏 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현실경제에 주목하였다.
그리고 이 현상들에는 각각 사람들의 복잡한 심리가 숨어있다고 말한다.
특히 “불합리한 행동에는 모두 체계와 이유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가 주의만 하며 올바른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본문은 이런 논리 아래 최신 신경경제학과 행동경제학 이론을 토대로 인간 심리의 메커니즘을 예리하게 파헤쳐서 진짜 경제를 움직이는 마음의 힘을 분석한다.
합리적 사고에 기초하여 경제적 선택을 하게 된다는 오래된 가정은 더 이상 절대 명제가 아니다.
경제적 판단과 선택이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비이성적이고 자기기만적인 심리 메커니즘을 통해 작용하고 있다.
이 책은 이탈리아의 인지경제학자 마테오 모테를리니(Matteo Motterlini)가 쓴 ‘마음의 경제’에 대한 입문서이다.
이 책은 지난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심리학자 데니얼 카너먼의 실험을 비롯한 심리학의 여러 성과들과 최신 경제학의 이론들을 대중들의 눈높이로 풀어낸다.
또한 책은 연말 보너스를 흥청망청 쓰게 되는 이유, 잘 나가는 축구팀이 중요한 경기를 망치는 이유, 은메달보다는 동메달을 선호하는 이유, 용의 꼬리보다 뱀의 머리가 좋은 까닭, 작심삼일이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 등 흥미진진한 소재를 인간의 심리와 결합시켜 명쾌히 풀이한다.
'감성에 주목하는' 새로운 경제학 트렌드 이 책은 '감성에 주목하는' 새로운 경제학 트렌드에 따른 책이다.
경제학과 심리학의 적절한 결합은 일상에서 경제적인 선택을 할 때 벌어지는 역설적이고 예외적인 상황들을 설명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또한 두뇌를 좀 더 잘 사용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어 분별 있게 결정을 내리거나 더 영리한 소비를 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감성에 주목하는 새로운 경제학의 트렌드. 최신 신경경제학·행동경제학 이론을 바탕으로 인간 심리의 메커니즘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예를 들어 ‘어중간한 실패’를 받아들이기 싫어하는 성향은 한 개인에게는 도박판에 남은 돈 마저 다 쏟아부어보자는 선택을 하게 만든다.
그리고 축구 구단주에게는 일류 선수를 데려오기 위해 엄청난 트레이드 비용을 치르도록 한다.
또 다른 예로, 합리적인 기준을 정해서 선택해야 한다는 ‘사려 깊은’ 성향은 어떤 결과를 낳을까. 같은 업종의 주식이 작년에 상승세였다는 이유로, 내가 산 주식도 1년 뒤에는 상승세가 될 거라 기대하면서 쥐고 있게 만든다.
의사들에게는 자기에게 찾아오는 환자들의 50% 정도를 항상 수술하게 만들고, 지난 선거에서 당선된 후보가 200만 명 일자리 창출을 내세워다는 이유로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일자리 창출을 공약으로 내게 만든다.
이런 심리의 함정들이 결국 당신을 누군가의 현금인출기로 만들고, 능력 있는 마케터의 뒤통수를 친다.
이탈리아 프로축구구단 AC 밀란의 과학 분야 고문이기도 한 저자는 다행스럽게도 이렇게 조언한다.
“이러한 불합리한 행동에는 다 체계가 있고 이유가 있다.
때문에 우리가 주의만 하면 ‘올바른’ 결정을 하기 위한 방법을 알 수 있다” 더 다행스러운 것은 그 방법을 아는 과정 자체가 ‘재미있는 일’이기도 하다.
다국적 기업 코카콜라의 주주 대부분이 애틀랜타 주민인 비밀을 알려주고, 도저히 손님들이 선택할 것 같지 않는 비싼 고급 와인이 메뉴에 있는 이유를 설명해 준다.
청바지 하나를 사러 가서 스무 번도 넘게 입고 나서 결국 못 사고 나오는 사정을 해명해주기도 하고, 연봉계약서에 사인을 할 때 나보다 더 머리 좋은 인사팀의 계략을 미리 눈치 채게 만들기도 한다.
아마도 이 책의 제일 첫 독자는 정작 자기 지갑 관리는 잘 못하는 경제학자일 수도, 돈이 아무리 많아도 남들보다 비싼 비용으로 항구 정박 비용을 댈 수 없다고 거절한 빌 게이츠 같은 갑부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상오 기자 hanso110@economy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