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7-12 20:23 (금)
래리 서머스 전 장관, 인플레이션 차트 범죄 적발되다
래리 서머스 전 장관, 인플레이션 차트 범죄 적발되다
  • 양영빈 기자
  • 승인 2023.08.25 15:48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머스, 차트를 이론적, 사실적 근거없어 자의적으로 만들어
전혀 상관없는 데이터를 얼마든지 정확도로 재현할 수 있어
단위를 달리함으로써 특성 수치를 두드러지게 만들 수 있어

[이코노미21 양영빈] 차트 범죄(Chart Crime)는 경제 현상이나 사회 현상을 설명할 때 차트가 가지는 시각적 효과 극대화를 이용해 독자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주는 것을 통칭한다. 상대방에게 무엇인가를 설명할 때 문장만으로 하는 것 보다는 숫자를 시각적 자료로 표현하면 객관성과 설득력이 훨씬 강화된다.

문제는 저자가 시각적 자료(차트)를 악용해 저자의 의도를 주입하는 경우이다.

차트 범죄 사례 1: 래리 서머스 인플레이션

미국 재무부 장관을 역임했던 래리 서머스의 차트 범죄(Chart Crime)가 소셜미디어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서머스 전 장관은 현재 인플레이션이 많이 잡히긴 했지만 아직은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2013년 9월부터 현재까지 인플레이션과 과거 1966년 3월 ~ 1982년 12월 인플레이션을 비교한 차트를 트윗에 올렸다. 다음은 서머스 전 장관이 트윗에 올린 차트다.

출처=서머스 트윗(https://twitter.com/LHSummers/status/1694663903014260939)
출처=서머스 트윗(https://twitter.com/LHSummers/status/1694663903014260939)

서머스는 경제학계에서는 천재로 일컫는 걸출한 경제학자다. 그는 하버드대 역사상 최연소 종신교수 중 하나였고 우리나라 한국은행 이창용 총재의 박사과정 지도교수이기도 했다. 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새뮤얼슨과 케네스 애로우의 조카이기도 한 그는 화려한 집안과 자신의 능력을 배경으로 경제학계에서는 이른바 슈퍼스타로 자리매김을 했다.

서머스가 이번에 트윗에 올린 차트를 보면 파란색은 1966년 3월부터 1982년 12월까지 인플레이션이며 좌측 세로축에 수치를 나타냈다. 노란색은 2013년 9월부터 현재까지 인플레이션이며 우측 세로축은 그 수치를 보여준다.

이런 방식으로 차트를 보여주는 것은 크게 두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 두 기간을 자기 마음대로 보여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즉 두 시계열 값(여기서는 인플레이션)이 엇비슷한 부분을 겹쳐 보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방법으로 비교하는 것은 이론적, 사실적 근거는 전혀 없지만 차트가 보여주는 설득력은 매우 강하다. 둘째, 두 기간의 유사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왼쪽 세로축과 오른쪽 세로축의 시작점을 다르게 했을 뿐 아니라 축적도 다르게 했다. 그림을 보면 왼쪽 축의 한 단위와 오른쪽 축의 한 단위 길이가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차트 범죄를 저지를 때 단골로 써먹는 수법이다.

이 트윗에 대해 파이낸셜 타임즈의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인 루이스 애쉬워쓰(Louis Ashworth)는 즉각 반박을 했다. 그는 “위대한 래리가 차트 범죄를 저지르다(Big Larry does a chart crime)”는 제목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인플레이션과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이는 차트를 소개했다.

출처=파이낸셜타임즈(https://www.ft.com/content/76fae6bf-cd3f-40b0-be34-ff284c1fa129)
출처=파이낸셜타임즈(https://www.ft.com/content/76fae6bf-cd3f-40b0-be34-ff284c1fa129)

그림에서 분홍색(수치는 왼쪽 축 기준)은 2020년 5월부터 현재까지의 인플레이션이다. 파란색(오른쪽 축 기준)은 회사 2010부터 현재까지의 회사 보고서에 담긴 “stupid(멍청한)” 단어 수를 나타낸다. 애쉬워쓰는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는 두 데이터가 보여주는 유사성이 매우 높음을 강조한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현재 진행 중인 인플레이션을 전혀 상관이 없는 데이터를 통해 얼마든지 상당한 정확도로 재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차트 범죄 사례 2: 중국 위안화 외환보유고 증가

차트 범죄의 사례로 중국 위안화 외환보유고가 늘었다는 것을 강조할 때 쓰인 다음 그림을 볼 수 있다. 이 차트는 미국 달러와 중국 위안화가 각국 중앙은행의 외환 보유고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보여준다.

출처=파이낸셜타임즈(https://www.ft.com/content/3888bdba-d0d6-49a1-9e78-4d07ce458f42)
출처=파이낸셜타임즈(https://www.ft.com/content/3888bdba-d0d6-49a1-9e78-4d07ce458f42)

중국 위안화의 외환 보유고 비율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맞지만 위의 차트는 좀 다른 인상을 심어준다. 왼쪽 축의 간격은 5%포인트이고 오른쪽(위안화) 축의 간격은 1%포인트이다. 이 차트는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교묘하게 축의 간격을 바꿈으로써 위안화 비율이 상당히 증가했다는 인상을 심어 주기에 차트 범죄라고 할 수 있다.

차트 범죄 사례 3: 중국 인민은행 외환 보유와 황금 보유 변화

중국 인민은행의 외환 보유 또는 미국 국채 보유의 감소와 황금 보유의 증가는 종종 언론에 등장하는 소식이다. 다음은 인민은행의 외환 보유고(왼쪽, 10억달러)와 황금 보유(오른쪽, 톤)를 보여준다. 인민은행의 황금 보유가 2015년에 급증하면서 동시에 외환 보유(미국 국채 보유)가 감소함을 시각적으로 잘 보여준다.

출처= https://www.fxempire.com/forecasts/article/does-the-pboc-store-gold-at-the-fed-in-new-york-654322
출처= https://www.fxempire.com/forecasts/article/does-the-pboc-store-gold-at-the-fed-in-new-york-654322

이 자료는 거짓말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황금 보유 단위를 중량(톤)으로 함으로써 적절한 비교를 어렵게 한다. 만약 황금 보유를 같은 금액(같은 통화)으로 환산해서 보면 다음과 같은 그림을 볼 수 있다.

중국 인민은행의 보유한 외환(대부분 미국국채)를 매각한 것은 맞지만 그 자금으로 황금을 매입했다고 보기에는 매각금액과 매입금액의 차이가 너무 크다. 미국 국채 매각 대금은 1조달러에 달하지만 황금 매입금액은 매우 미미하기 때문이다.

출처=이코노미21(http://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11831)
출처=이코노미21(http://www.economy21.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11831)

이런 식의 차트 범죄는 매우 악질적이다. 황금 가격이 오른다는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인민은행을 이용해 자신들의 황금에 대한 견해를 사실상 강요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는 앞의 사례 말고도 매우 다양한 차트 범죄들이 난무하고 있다. 차트를 끼워 보여줌으로써 객관성을 담보할 것이라고 지레 짐작하지 말고 상대가 심지어 래리 서머스 같은 경제학 천재라도 늘 ‘방법적 회의’의 자세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이코노미21]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ㅇㅇ 2023-08-27 23:08:11
ㄷㄷㄷ

양영빈 2023-08-25 20:03:40
ㅎㅎ

ㅋㅋㅋ 2023-08-25 17:41:51
믿는사람 많던데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