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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 환자도 병원비 내야하나?
산재 환자도 병원비 내야하나?
  • 원종욱 연세의대 교수
  • 승인 2013.03.07 13:54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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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산재 환자로 살아남기④

김산재 씨는 요즘 너무 어이없고, 황당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김 씨는 요리사로 일하면서 식당 바닥은 항상 미끄러워서 늘 조심하고 있었는데, 그날은 정말 너무 바빠서 이리저리 뛰어다닐 수밖에 없었다. 재수가 없어서 그랬는지는 모르지만 그날따라 튀김 음식이 많아 바닥이 더욱 미끄러웠다. 결국 기름이 흐른 바닥에 미끄러 넘어지면서 끓는 물이 다리에 쏟아졌다. 양쪽 다리에 25% 2도 화상을 입고, 산재로 병원에 입원하였다. 병원에 입원한 산재 환자들에게 들어보니 산재환자의 의료비는 산재보험에서 다 나온다고 병원비는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다.

의사가 화상 치료를 하면서 흉터가 없게 하려고, 새살이 빨리 돋게 하려고 쓰는 약인데, 보험이 안 된다고 어찌할 것인 물어보기에, 그냥 쓰겠다고 했다. 치료는 비교적 잘 되어서 퇴원할 때가 되었는데, 병원비 중 산재보험에서 처리되지 않는 것이 1백만원이 넘게 나왔다. 병원에서는 본인 부담금이라고 하면서 본인이 내야 한다고 한다. 산재환자 병원비는 산재보험에서 다 나온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말인가? 어찌해야 하나 걱정이다.

 

 

▲ 원종욱 연세의대 교수

김 씨가 알고 있는 것처럼 산재보험의 요양급여는 요양비 전액을 보상해 주는 것이 원칙이다. 이 요양비에는 진단과 치료비용은 물론 재활 비용까지 포함되어 있다. 산재보험에서 인정하는 요양의 범위는 ①진찰 및 검사, ②약제 또는 진료재료와 의지(義肢)나 그 밖의 보조기의 지급, ③처치, 수술, 그 밖의 치료, ④재활치료, ⑤입원, ⑥간호 및 간병, ⑦이송, ⑧그 밖에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사항 등이다. 여기에는 통상적으로 의료기관에서 수행하는 치료와 재활에 필요한 모든 행위가 포함된다.

 

이를 자세히 보면 병원으로 옮길 때 필요한 구급차 이용료는 물론이고, 통원치료를 받을 때 소요되는 교통비도 포함된다. 또한 산재보험의 요양급여는 보통 건강보험에서 급여하지 않는 보철이나 일부 성형수술까지도 급여대상에 포함한다. 한 마디로 산재로 인한 상병을 치료하는데 필요로 하는 모든 비용을 산재보험에 지급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본인 부담금’이라는 것은 무슨 말인가? 본래 ‘본인 부담금’이란 말은 건강보험에서 나왔다. 건강보험에는 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 의료의 남용을 억제하기 위해서 본인부담금 제도가 있다. 즉, 외래나 입원비용의 일정 부분을 환자 본인이 부담하고 있고, 고가의 검사나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처치에 대해서도 급여하지 않는다. 또한 1인실이나 2인실과 같은 상급병상 사용료나 대학병원의 특진료 또한 비급여 대상이다. 이런 비급여 대상들이 모두 본인부담금에 해당된다.

산재보험에서는 요양비 전체를 급여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산재보험 요양급여 기준이 건강보험을 준용하고 있기 때문에 본인부담금이 존재한다. 즉, 건강보험에서는 외래나 입원료의 일부를 본인이 부담하지만 산재는 이에 대해서 본인부담금이 없다. 그러나 건강보험에서 급여하지 않는 일부 항목은 비급여 대상이다.

우리는 본인 부담금을 좀 더 상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에서 급여하지 않는 것에는 크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첫째는 치료 효과는 인정되지만 비용이 비싸고, 이를 대체할 다른 치료 방법이 있기 때문에 환자 자신이 100%를 부담하도록 하는 것과, 둘째, 아직 치료 방법의 효과가 확실하지 않아서 건강보험 급여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두 가지 모두 건강보험에서 급여하지 않기 때문에 환자 본인이 부담한다. 김 씨와 같은 화상환자들은 이런 치료가 특히 많고, 그래서 산재 화상 환자들에게 본인 부담금이 다른 환자들보다 많다.

그럼 산재 환자들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실 환자들은 어떤 치료 방법이 좋은 것인지 잘 모른다. 의사가 좋다는 치료법을 따를 수밖에 없다. 비싼 것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본인 부담금이 있다는 것이 더 좋은 치료 방법을 생각하는 경향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믿을 수 있는 좋은 의료기관을 찾아가는 것이고, 근로복지공단은 환자가 신뢰할 수 있고, 치료를 잘하는 좋은 의료기관을 산재보험 의료기관으로 지정하는 것이 최선이다.

현실적으로 아직까지 산재환자 입장에서 최선의 방법은 회사와 협의해서 본인부담금을 회사에서 부담하도록 하는 방법이다. 본인부담금 또한 치료의 과정에서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산재 환자의 입장에서는 사업주가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다. 환자가 본인의 편의를 위해서 1인실을 사용하거나 불필요하게 대학병원에서 특진을 받는 일이 아니라면, 산재보험에서 급여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업주가 부담하는 것이 마땅하고, 환자는 이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궁극적으로 산재보험에서 본인부담금은 없어져야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의 현실을 고려할 때 본인부담금 제도가 없다면 대부분의 산재 환자가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을 선호할 것이고, 병실 또한 1인실 사용을 원할 것이다.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환자의 부담이 없기 때문에 고가의 검사를 필요 이상으로 시행할 가능성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본인부담금을 없애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나 ‘본인부담금’이라는 명칭은 수정할 필요가 있다. 본인부담금이라는 명칭으로 인하여 산재보험 비급여 대상에 대해 산재 환자 본인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이 문제는 분명히 ‘산재보험 비급여’이고, 그렇기 때문에 산재 환자의 요양급여에 대한 사업주의 책임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업주가 지급하는 것이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재해 근로자의 편의에 의해서 사용된 비용은 재해근로자 본인이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겠지만 요양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비용은 ‘산재보험 비급여’로 명시하고, 사업주가 지급하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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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원 2013-04-04 17:10:02
치료방법 또한 비급여 항목이 많아 금전적으로 힘들어 하는 환자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이에 개인적인 생각으론 본인부담금이란 제도는 당연히 없어져야 하는 제도라고 생각했었는데, 교수님의 글을 읽어보니 한쪽에만 치우쳐 계산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직 소방관으로서 화상환자들이나 가족들을 만나게 되면, 위 내용을 공지하여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도록 해야 하겠습니다.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손정원 2013-04-04 17:00:59
재해로 인한 화상환자들 대부분은 119를 통해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이송되고 있으며, 위 환자와 같이 2도 혹은 3도의 중증환자들의 경우는 대부분 1차병원에서 가피절개술 같은 응급조치만 취한뒤, 화상치료전문센터로 2차후송을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화상환자의 치료 특성상 입원환자가 대부분으로 다인실이 비는 경우는 극히 드물고, 이에 환자들은 어쩔수 없이 우선적으로 1인실 혹은 특실을 가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