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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사회정책 용어에 대한 오해와 혼선
[칼럼] 사회정책 용어에 대한 오해와 혼선
  • 변재관 본지 편집기획위원장‧사회학 박사
  • 승인 2013.04.15 16:5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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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재관 박사의 사회정책 이야기>

필자가 언론매체를 통하여 글을 쓰는 것이 거의 5년만이다. 감각을 잃어버린 오랜만의 외출 같아서 영 어색하고, 무엇보다도 독자들이나 이 지면을 허락해 준 “이코노미21”에 짐만 될까하는 두려운 생각이 앞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그럼에도 저는 독자들께서 너그러운 아량으로 허락해주신다면 앞으로 기회 되는대로, 또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마다 조심스레 사회과학도로서의 세상읽기를 해볼 참이다.

▲ 변재관 박사
몇 년 전부터 ‘보편적 복지’, ‘복지국가’ 등의 용어가 우리사회의 거대담론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이런 용어들의 기본개념이나 문제인식이 너무 주관적이거나 혹은 너무 광의적, 때로는 협소하게 정의되는 등 왕성한 논의와는 별개로 현 시점에서 이론적, 실용적 성과들을 살펴보면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여기서는 이러한 몇 가지의 중요한 기본개념 혹은 의제(Agenda)와 관련된 오해와 혼선에 대한 필자 나름의 조심스러운 논평을 시도해보고자 한다.

첫째, ‘보편적 복지’와 ‘복지국가’는 동의어인가의 문제이다. 몇 년간의 이 논쟁을 지켜보면서 매우 우려스러웠던 점이 일부의 학자와 특히 정치권에서 별 이견 없이 ‘보편적 복지’와 ‘복지국가’를 거의 동의어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보편적 복지’는 ‘복지국가’라는 상위개념의 한 부분이라는 사실이다.

필자의 정의에 의하면, 2차 세계대전 이후 서구의 ‘복지국가’란 케인즈주의에 기초한 완전고용정책-복지국가의 경제적 속성-과 베버리지 보고서로 시작되는 충실한 사회보장정책-복지국가의 사회적 속성-의 두 기둥이 떠받치고 있는 국가사회체제를 말한다. 따라서 보편적 복지와 같은 의미로 ‘복지국가’를 사용, 논의할 경우 비정규직 문제를 비롯한 고용정책이 빠져있는 ‘외팔이 복지국가’만을 의미할 뿐이다.

최근 몇 년간의 한국에서의 ‘복지국가 논쟁’이 그 단적이 예였음을 독자들도 잘 기억할 것이다.

둘째,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선별적 혹은 잔여적 복지‘에 대한 개념과 범주의 문제이다. 한국에서 ’보편적 복지 논쟁‘이 사회복지학계가 아닌, 김상곤 교육감의 교육공약에서 비롯된 것임에 대해서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나, 필자 역시 말석에서나마 사회복지학도로서의 그 책임감과 자괴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이 논쟁이 정치권까지 불붙어 종국에는 보편적 복지는 절대 선(善)이요, 선택적 복지는 절대 악(惡)이라는 설익은 잠정 결론에는 동의하기 어렵다. 복지서비스와 공적 부조, 사회보험과 공적 부조 등의 제도간의 문제, 노인복지와 아동복지 등 계층복지간의 문제, 나아가 특정 제도안에서의 문제, 예를 들어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시행 시 대상자의 자격을 좁게 하고 일단 지정이 되면 제도 밖의 차상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급여를 지급(보편주의)할지, 대상자를 자격을 넓게 하고 수급자에게 상대적 적정급여만을 지급(선택주의)할지는 다양한 상황 등을 고려해야만 하는 매우 어려운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것과 관련하여 호시노 신야(星野 信也)교수가 제기한 ‘선별적 보편주의(Selective Universalism)의 가능성’과 관련된 논의가 매우 중요하나, 이는 다음 기회에 논의해보기로 하자.

초기복지국가의 과도기에 있는 현 우리의 상황에서는 ‘선’이냐 ‘악’이냐의 이분법이 아닌, ‘선택적 복지-특히 공적 부조-의 강화 및 보편적 복지로의 확대’ 전략이 보다 유용하고 실리적이지 않을까 판단된다.

셋째, ‘생활정치’와 ‘지역복지’와 관계이다. 많은 정치인들이 최근 들어 부쩍 ‘지역’중심의 ‘생활정치’, ‘생활복지’를 내세우고 있다. 지역중심의 생활정치, 생활복지는 대체 무엇이며, 누가 주장할 수 있는가에 대한 필자의 마지막 관전평이다.

필자가 이해하기로는 본디 ‘생활정치, 생활복지’란 1990년대 일본에서 자민당(自民黨)중심의 ‘전후 55년 체제’를 바꾸려는 호소가와(細川) 전(前) 수상으로 대표되는 일단의 신정치세력-그 일부가 아직 일본민주당에 잔류하고 있음-들의 시대적 구호였다.

‘지역복지’란 무엇인가? 단순하게 설명하면 ‘지역+복지’의 합성어이다. 그러면 ‘지역’이란 무엇이며, 복지란 무엇인가? 지역이란 특별하지 않는 ‘보통의 평범한 사람들이’ 가끔씩이 아닌 ‘일상 생활을 영위하는 곳’이며, 복지란 ‘사람들이 함께 행복을 추구하는 것’이다. 즉 ‘지역복지’란 ‘보통의 사람들이 함께 행복을 추구하고 영위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일 게다.

자! 이제 우리는 지역복지나 생활복지, 생활정치를 누가 주장할 자격이 있으며, 누가 주장해서는 안 되는지 정도는 잘 알 수 있을 것이다. 독자들의 훌륭한 감별법을 믿고 기대한다.

* 변재관 박사는
- 일본 쯔쿠바대학 대학원 석, 박사학위 취득(복지사회학 전공)
-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노인장애인 정책개발센터 소장 역임
- 대통령자문 고령화및미래사회위원회 인구경제팀장 역임
- 한국노인인력개발원 원장 역임
- 한국노년학회, 한국노인복지학회 부회장 역임
- 현 사회경제정책집담회 코디네이터, 한일사회보장정책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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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2013-04-16 11:27:05
간결하면서 핵심을 잘 정리해 주셨네요. 그동안 정치인과 소위 전문가 집단이 용어로 국민을 너무 혼란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이분법적인 잣대를 적용하여 편가르기에만 급급했습니다. 용어의 본질을 되새겨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