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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근철의 뒷담화] 성형의 두 원칙
[윤근철의 뒷담화] 성형의 두 원칙
  • 윤근철ㆍ성형외과 전문의
  • 승인 2013.04.16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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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형외과 전문의 윤근철 원장

의사라면 누구나 마음속에 새기고 있는 두 가지 원칙이 있다. 바로 ‘사다리 원칙’과 ‘저울의 원칙’이다.

 ‘사다리 원칙’은 사다리를 오를 때 아래에서부터 순차적으로 올라와야 함을 일컫는 뜻으로, 성형수술을 집도하기 전에 치료(개선)책을 적용할 때도 이 원칙을 적용해 복잡하고 위험부담이 큰 방법보다는 간단하고 부담이 적은 방법을 먼저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저울의 법칙’은 수술방법의 선택과 실행 전에 수술로 얻는 행복과 이익을 저울의 오른편에, 수술의 위험도 등을 왼편에 올려놓고 오른편의 비중이 확연하게 큰 경우가 예측될 때 수술을 실행해야 한다는 원리다.

사다리 원칙은 재건 수술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이를테면 피부 이식을 통해 개선해야 만족도가 더 높은 경우를 두고, 현미경을 이용한 조직전이술을 적용 한다면 과잉 진료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사다리의 제일 아래 계단부터 밟아야 하는 원칙에 어긋나는 행위다.

반면, 저울의 법칙은 미용 수술의 경우 수술의 정당성을 판가름하는 기준이기는 하나, 그 기준이 대부분 주관적이고 다양해 일괄적으로 적용하기 쉽지 않다.

흔히 시행되고 있는 미용 수술을 예로 들어 보자.
실리콘 보형물을 이용해 코를 높이는 성형의 경우 코를 높였을 때의 환자의 만족감과 행복을 저울의 오른편에, 마취와 수술·실리콘 보형물의 위험도 등을 저울의 왼편에 달아 본다.

최근 성형수술에서 쓰이는 의료용 실리콘의 경우 안전성이 입증되어 있고, 비교적 위험도가 낮은 수술로 분류할 수 있다. 따라서 수술 후 의료소비자가 얻는 행복이 더 크게 기대 된다면 저울은 우측으로 기울어 수술의 정당성이 입증되는 셈이다.

그러나 코 성형수술에 있어서 허가된 실리콘 보형물이 아닌 의료용으로 공인되어 있지 않은 실리콘 주사를 이용한다면, 부작용의 빈도가 높고 만일의 경우 제거하기 어려워 위험성은 더 높아진다. 이 경우에는 수술 및 시술이 이뤄져서는 안되는 경우다.

성형수술에 있어, 저울이 오른쪽으로 기울면 의사는 수술을 권할 수 있지만 최종 결정은 의료소비자가 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저울질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수술 후 얻는 행복은 주관적이고 수술의 위험도나 부담에 대한 결정권자(의료소비자)의 정보가 한 쪽으로 치우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양악 수술을 예로 들어보자.
주걱턱으로 인한 부정교합, 발음 이상 등 기능적 장애가 많은 경우 양악 수술은 미용적인 향상뿐만 아니라 기능적 개선으로 저울은 오른쪽이 무거워 수혈이 필요할 수도 있다.
양악수술의 경우 후유증 및 부작용의 위험이 상당히 높은 수술임에도 불구하고 저울은 우측으로 기운다고 느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양악수술의 경우 기능·장애 개선을 위한 교정술로 접근하지 않고, 단순히 얼굴을 작게 만들기 위한 미용 목적을 우위에 두고 ‘외모 개선을 통한 만족감’을 더 높게 평가 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한 선택이다.

필자는 대학 병원에서 성형외과 교수로 재직할 당시, 양악 수술을 주로 집도하는 안면 기형 클리닉의 책임자였다. 당시에는 위험에 대한 대비가 비교적 탄탄한 대학 병원의 안전 시스템 안에서 양악수술의 여부에 대해 어렵지 않게 진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개원한 이후에는 본원의 환경에서 양악 수술을 하는 것은 무리라는 판단을 했고, 양악수술을 집도하지 않는다.

모든 수술에 있어서 부작용의 위험성은 늘 존재한다. 의사들은 0.1%의 부작용에도 고민하고 조심스럽게 진단을 내리고 집도에 나서야 하며, 실제로 많은 의사들이 뼛속깊이 새겨두는 의사로서의 신념일 것이다. 물론, 일부 몰지각한 의사들도 있음을 인정한다.

특히 일부 병원에서는 성형수술 여부의 필요성에 대한 진단을 의사가 결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언변을 밑천으로 훈련받은 상담실장이 수술의 위험도에 대해서는 감추거나 무시하면서 매출의 증대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선택을 부추기는 일부 의사(성형외가 전문의, 비전문의)를 비롯한 상담실장의 도덕적 해이는 반드시 고쳐야 할 병폐다.

실제 양악 수술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이 언론을 통해 보도될 때마다 저울의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성형 세계가 점점 커지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요즘 개원가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 양악 수술의 결정이, 양심적인 판단에 의한 저울의 원칙을 지키면서 시행되고 있는지 우리 성형외과 의사들의 소양에 맡길 일이다.

 

윤근철 원장 프로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서울대학교 병원 성형외과 학•박사 학위취득
서울 아산병원(구 서울 중앙병원), 울산의대교수
서울 아산병원(구 서울 중앙병원) 성형외과 과장
서울대학교 성형외과 초빙교수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병원 성형외과 교환교수
대한 성형외과 학회 종신회원
대한 두개 안면 성형외과 학회 운영위원
아시아 태평양 두개악안면 학회 정회원
한일 성형외과 국제 학술대회 조직위원회 부회장
대만 성형외과 정기 학술대회 초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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