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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형태근로자와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
특수형태근로자와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
  • 원종욱 | 본지 편집기획위원, 연세대 의대교수
  • 승인 2013.10.17 1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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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욱 교수의 산재 이야기

27세 이선화(가명)씨는 골프장 경기보조원이다. 남들은 모두 캐디라고 부른다. 4-5시간 동안 뛰어다니면서 골퍼들을 도와주고 나면 10만원을 받는다. 적다면 적고, 많다면 많은 돈이지만 열심히 일하면 일한 만큼의 댓가를 받을 수 있어서 좋고, 좁은 곳에서 일하는 것보다 넓은 필드에서 뛰어 다니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해서 나름대로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선화씨가 골프 경기중에 카트를 운전하다가 카트가 넘어지면서 좌측 다리가 골절됐다. 선화씨는 자신이 카트를 운전하다가 잘못했기 때문에 어디다 호소하지도 못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캐디도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 자기가 부주의해서 다쳐도 산재보상 대상이 된다고 해,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상 신청을 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들었다. 선화씨는 이미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을 해서 산재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선화씨는 캐디가 산재보험이 된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는데, 언제 ‘적용제외’ 신청을 했다는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얼마전 골프장 사무실에서 “캐디가 다칠 일이 뭐 있냐며, 산재보험 들어봐야 생돈만 나간다”고 서명하라고 해서 무심코 서명했는데, 그것이 ‘적용 제외’신청이었던 것 같다. 선화씨는 너무 억울했다.

우리나라에서 1인 이상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에서 일하는 모든 근로자들은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사업장을 당연적용 대상 사업장이라고 하는데, 이 당연적용 사업장 근로자는 사업주가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더라도 산재 발생시 산재보험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물론 사업주는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선화씨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니 무슨 말인가?

캐디, 택배기사 등 특수형태 근로자도 산재보험 가입가능

우리 나라의 근로자 중 근로자로 인정 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라고 부른다.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들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 받지 못 하는 사람들인데, 이들은 근로자와 자영업자들의 중간 정도에 위치하고 있다. 이들이 근로자로 인정 받지 못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이들은 사업주로부터 임금을 받지 않고, 골프장의 캐디와 같이 손님에게 서비스료를 받기 때문이다. 이들은 사업주와 근로계약이 아닌 다른 형태의 계약을 맺고 있어서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로는 골프장의 캐디 외에도 보험모집인, 학습지 교사, 레미콘 등 화물차 운전자 등이다. 이들은 모두 근로자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산재보험이나 고용보험, 직장건강보험에 가입할 수 없었다. 그러나 2008년에 산재보험법이 개정되면서 이들 특수형태 근로자들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으며, 2012년부터는 택배기사와 퀵서비스 기사, 스턴트맨과 같은 예술인들이 포함됐다.

그러나 이들은 근로자가 아니기 때문에 산재보험료를 사업주와 1/2씩 분담하도록 하였다. 또한 근로자 자신들이 보험료의 1/2을 부담하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즉, 근로자 본인이 ‘산재보험 적용 제외’를 신청하면 가입하지 않을 수 있다.

가입률은 9.2%, 54%가 사업주 요구로 적용제외 신청

국회입법조사처의 조사에 따르면 2012년 4월 기준으로 특수형태 근로자들의 산재보험 가입은 9.2%에 불과했다. 이는 대부분의 근로자들이 ‘적용제외’를 신청했기 때문인데,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적용 제외를 신청한 경우도 있지만, 사업주들이 보험료 부담 등의 이유로 적용제외 신청을 근로자들에게 요구한 경우도 있다.

선화씨 같은 경우, 본의든 아니든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했기 때문에 산재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 산재보험 가입을 위해서는 적용제외 신청을 한 다음 해에 다시 산재보험 재적용 신청을 하면 되지만 이전 산업 재해에 대해서는 보상 받지 못한다.

사실 근로자들 입장에서 보험료의 부담은 적지 않다. 더욱이 산재보험은 저축성보험이 아니기 때문에 돌려받지 못한다. 따라서 자신의 산재 사고 위험이 낮다고 생각하는 근로자들은 자신이 부담하는 보험료에 대한 부담으로 보험 가입을 꺼릴 수도 있다. 그러면 도대체 근로자가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는 얼마나 될까?

이들 특수형태 근로자들은 임금이 정해져 있기 않기 때문에 매년 고용노동부에서 이들의 기준보수액(월 급여)를 고시한다. 이 고시 급여를 기준으로 보험료가 책정되고, 산재 발생시 보상금이 결정된다.

선화씨를 예로 들어 골프장 캐디의 산재보험에 대해 알아보자. 2012년 고시한 캐디의 월 급여는 1,943,080 원이다. 골프장의 보험료율이 10/1000이기 때문에 보험료는 19,400원이고 이를 사업주와 1/2씩 부담하기 때문에 선화씨가 부담해야 할 금액은 매월 9,715원이다.

만약 선화씨가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하지 않고, 가입을 했다면 선화씨는 치료비 전액을 보상받을 수 있으며, 치료받는 동안 일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매달 136만원을 휴업급여로 받을 수 있다. 만일 장해가 남는다면 장해보상을 또 받을 수 있다.

보험료 1만원 안팎, 적용제외는 예외적 인정해야

자, 이제 한번 따져보자. 매달 1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고, 산재에 대해 철저히 대비할 것인지, 아니면 적용제외를 신청해 매달 1만원을 저금할 것인지. 본인에게 어느 것이 더 유리할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산재는 언제 누구에게 발생할지 모른다. 나만 조심한다고 해서 벗어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캐디, 레미콘 운전자, 보험 모집인, 학습지 교사, 택배 기사, 퀵서비스 기사, 예술인 등 특수형태 근로자들은 자기가 내야 할 보험료와 산재발생시 받을 수 있는 보상을 잘 살펴서 선화씨 같이 억울한 손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겠다.

앞에서 인용한 국회입법조사처의 조사에 따르면 특수형태 근로자들 가운데 54.4%가 사업주들의 요구에 따라 적용제외를 신청했다고 한다. 절반 이상의 특수형태 근로자들이 사업주의 요구에 따라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신청한다면 이들을 보호한다는 취지가 무색해 진다. 산재보험의 목적은 근로자의 업무상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고, 근로자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산재보험 적용 제외는 근로자들에게 ‘적용 제외’의 의미와 산재보험 가입의 득과 실을 충분히 알린 다음 자발적인 의지로 신청하도록 해야 한다. ‘적용제외’는 정말로 예외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특수형태 근로 종사자들이 아직 법적으로 근로자로서 인정받지 못한다고 해도 산재보험에서는 이미 이들을 근로자로서, 보호할 대상으로 정하였다면 마땅히 보호해야 한다. 제도는 있지만 시행되지 못하는 제도는 없는 것과 같다. 특수형태 근로종사자들이 근로자로서의 지위를 찾는 날까지는 산재보험에서 그들을 보호해야 할 일이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8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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