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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기원 부국강병책 연구한 경중가(輕重家)
Economist 기원 부국강병책 연구한 경중가(輕重家)
  • 박이택 본지 편집기획위원, 성균관대 초빙교수
  • 승인 2013.10.31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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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고전으로 읽는 경제사상사…춘추전국시대 이코노미스트들의 바이블 <관자> ➊f

경제사상의 흐름을 짚기 위해서는 경제사상가들의 출현의 시기를 먼저 생각해 봄직 하겠다. 도대체 이코노미스트라는 존재는 언제 어떻게 출현한 것일까?

경제학의 아버지 아담 스미스가 국부론을 출판한 것이 1776년이니 그것을 본격적인 출현으로 볼 수 있겠지만, 아담 스미스 이전에도 이코노미스트에 대한 수요는 상당했다. 중상주의 시대 유럽에서는 전쟁이 매우 빈번하여서, 17세기 전반 50년 동안 대영제국은 17.5년 동안 전쟁상태에 있었고, 프랑스는 24년 동안 전쟁상태에 있었다. 전쟁이 일상이었던 시대는 19세기 전반까지 지속되었다.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부국강병의 비책을 가지고 있다고 제후를 설득하여 재상의 자리를 차지한 사람들이 당시 가장 잘 나가는 이코노미스트였다.

춘추전국시대, 경중(輕重)은 ‘물가관리’를 의미

부국강병의 비책을 파는 사람을 이코노미스트라고 본다면, 이들의 출현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마땅하다. 춘추전국시대는 ‘멸국겸병(滅國兼倂)’의 시대, 가장 잘나가는 사람은 병법의 달인이었고 그 병법의 달인은 부국강병의 비책을 갖고 있는 사람이었다.

병법의 목표는 ‘백전백승’이다. 백전백승을 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는 병법의 최고 명언처럼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이때 ‘지피지기’란 내가 누구를 상대하면 이길지 아는 것이다. 즉, 자기가 이길 수 있는 상대하고만 전쟁하면 된다. 둘째는 누구와 싸워도 이길 수 있는 수준의 부국강병을 이루는 것이다. 따라서 부국강병의 비책이야말로 최고의 병법인 것이다. 이 시대에 나라를 보존하고 또 확장하기를 원하는 제후들은 부국강병의 비책을 알려줄 현자들을 스카우트하기위해 열을 올렸는데, ‘경중가(輕重家)’가 그 대표적인 사람들이었다.

경중(輕重)은 ‘물가관리’를 의미한다. 물가관리를 위해서는 가격 형성의 원리, 가격 규제방법, 가격규제로부터 발생하는 지대의 관리방법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기 때문에, 이 모두를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되기도 하였다. 중국에서는 서양의 이코노믹스(Economics)라는 용어를 한때 경중학(輕重學)이라 번역한 때도 있었다. 경중이 경제를 모두 포괄하는 의미로 사용되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경중가를 이코노미스트(Economist)로 번역해 봄 직하다.

<관자>는 제나라 ‘직하학궁’ 학사들이 집대성

제후가 경중가를 초빙하고 가장 먼저 하는 질문이 무엇이었는지는 <맹자>를 보면 알 수 있다. <맹자> 책의 첫머리는 양나라 혜왕이 맹자에게, ‘당신은 이 나라를 이롭게 하는 어떤 부국강병의 비책을 가지고 왔느냐’는 물음에서 시작된다. 맹자는 ‘나는 부국강병의 비책을 파는 경중가가 아니라 인의를 설파하는 유학자’라고 커밍아웃한 후, 왜 경중가보다 유학자가 더 중요한지를 이야기한다. 당시 부국강병의 비책을 정리해 놓은 교과서가 있었을까? 현대 이코노미스트들의 바이블은 <멘큐의 경제학>이다. 당시 중국 경중가들의 바이블은 <관자>였다. 학문이란 모름지기 저명한 학자들 간의 지난한 논쟁의 과정을 거쳐 발전하므로, 저명한 학자들이 모여 일상적으로 논쟁을 할 수 있는 학문의 전당은 학문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고대 그리스의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가 있었던 아카데미아가 그런 곳이다. 동일한 시기 중국 제나라에는 그리스의 아카데미아에 견줄 만한 ‘직하학궁(稷下學宮)’이 있었다. 유학자로 알려진 맹자와 순자도 그 멤버였다. 물론 맹자와 순자는 직하학궁의 주류가 아니었다. 당시 직하학궁의 주류는 황로지학(黃老之學) 연구자였으며, 그것을 직하학궁의 학사들이 집대성한 것이 <관자>라는 설도 있다. 이 <관자>에는 양혜왕과 같은 제후가 이코노미스트를 면접할 때 던지는 질문에 어떻게 답해야 하는가도 잘 나와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그 나라의 현재 경제상태를 진단하여,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처방할 수 있는 비책을 제시한다. 현대의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상태를 파악하기 위해 일인당 GNP, 부가가치의 산업별 구성, 지니계수, 부채비율 등 다양한 지표를 사용한다. 당시에는 어떻게 진단하였을까? 경중가들의 경제상태 진단법을 대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관자>의 ‘팔관(八觀)’인데, 들녘, 산야, 도성, 건물을 한번 휙 둘러보는 것만으로 경제상태를 진단하는데, 사뭇 예리하다.

나라의 경제상태 진단법 ‘팔관(八觀)’

‘팔관’에 의하면, 경중가들은, 먼저, 들녘의 농사를 보고, 그 나라의 백성들이 근로의욕을 가지고 있는가를 알아낸다. “전야에 가서 경작하고 김매는 모습을 보며 농사를 살펴보면, 그 나라가 굶주리는지 풍요로운지 알 수 있다. 땅을 깊이 갈지 않고, 김매기를 열심히 하지 않고, 땅의 이로움을 이용하지 않고, 풀밭이 되어 잡초가 많고, 경작하는 밭이 비옥하지 않으며 황무지 땅이 척박하지 않고, 인구에 비추어 토지 면적을 총계해 풀밭이 많고 개간된 밭이 적으면, 홍수나 가뭄이 없어도 굶주리는 나라의 들이다.” 개간된 땅을 열심히 경작하지도 않고, 약간만 노력해도 옥토가 될 수 있는 곳이 방치되어 있다면, 근로의욕이 없는 나라로서, 그 나라 사람들은 굶주린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산야를 한번 훑어보는 것으로 다양한 산업이 얼마나 개발되어 있는가를 알아낸다. “산과 못에 가서 뽕과 삼을 보고, 육축의 생산을 계산해 보면 가난한 나라인지 부유한 나라인지 알 수 있다.” 곡물생산만으로는 부유한 나라가 될 수 없다. 축산업이나 의류업 등 다양한 산업이 개발되어 있어야 한다.

세 번째로는, 도읍의 규모와 행인들의 복장을 보고, 계급구성 및 소비규제가 잘 되어 있는가를 알아낸다.

“나라의 도읍에 들어가 궁실 건축을 보고, 수레와 말과 의복을 관찰하면 그 나라가 사치스런 나라인지 검소한 나라인지 알 수 있다. 나라의 성곽은 크지만 전야가 협소하면 그 전야로는 백성을 먹여 살릴 수 없다. 성곽의 구역은 넓지만 백성이 적으면 그 백성으로는 성곽을 지킬 수 없다. 궁실 주변은 넓지만 집이 적으면 그 집으로는 궁궐을 채울 수 없다.” 지배계급은 피지배계급이 생산한 것을 먹고 산다. 피지배계급에 비해 지배계급이 너무 많거나, 지배계급이 너무 사치하면, 피지배계급이 그것을 감당할 수 없다.

네 번째로는, 군인수와 창고건물을 보고, 재정건전성을 알아낸다. “흉년의 기근을 살피고, 병역 복무 인원을 조사하고, 누대와 정자의 건축을 관찰하고, 국가의 비용을 계산하면 내실 있는 나라인지 공허한 나라인지 알 수 있다.” 부국강병은 생산과 국방이라는 양자 간의 적절한 균형을 요한다. 병사를 많이 차출하는 것은 군사력을 높일 수는 있지만 이것의 기회비용은 농업에 대한 노동투입의 감소이다. 양자 간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한 이유이다. 흉년은 노동투입의 감소에 의해 일어날 수도 있지만, 기후적인 요인에 의해 일어날 수도 있는데, 이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비축곡이 필요하다. 미래의 흉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소비와 저축간의 적절한 균형이 필요한데, 창고의 규모를 보는 것만으로도 그것이 어느 만큼 잘 관리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당시 경중가들은 들판의 경작 상태, 뽕과 삼의 재배면적과 가축의 수, 나라의 규모에 비한 성곽의 크기, 인구 대비 군인의 수와 창고의 규모 등을 보고 경제상태를 진단할 수 있었는데, 현재 경기를 진단하는 시진핑 지수 못지않다. 이렇게 진단이 끝나면 그에 맞는 처방전을 제시한다. 처방전은 진단 결과에 따라 달라질 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규모 및 생산요소의 부존 상태, 계급구성, 입지 등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그렇지만 개별적 처방전을 관통하는 보편적 원리는 있다. 그것이 바로 춘추전국시대 이코노미스트들의 경제학인 것이다. 다음 호에서는 춘추전국시대 이코노미스트들의 경제학을 본격적으로 탐사해 보도록 하자.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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