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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지기획연재
국가 운영과 2017 대선왜, 지금 국가운영을 말하는가?
김용석 참여정부 청와대 인사비서관  |  media@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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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1.19  16: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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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회고록이 아니다. 나는 회고록을 쓸 정도로 유명한 사람이 아니다. 또한 내가 한 일을 일부러 기록으로 남길 정도로 무슨 큰일을 한 사람도 아니다. 나는 어쩌다 지난 2003년 2월부터 참여정부 초기 청와대에서 시민사회비서관, 인사혁신비서관으로 일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내가 청와대에서 일한 기간은 10개월 남짓에 불과했다. 하지만, 견뎌내기 힘든 하루하루였다. 충격 그리고 좌절의 연속이었다. 말해야 한다. 압박감에 시달려왔다. 풍차 옆 담에 난 구멍을 온몸으로 막으려다 죽어간 네덜란드 소년과 같은 심정이라고나 할까?

지금 이대로 2017년 대통령 선거에서 야권이 이겨서 정권을 잡게 되면, 참여정부 실패의 복사판이 될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2017년 대선은 야권이 승리할 개연성이 높다. 그런데, 야권이 정권을 잡으면 어떻게 될 것인가? 잘할 수 있을까? 어림없다. 지금 야권은 국가운영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전혀 없고, 국가를 운영할 준비도 전혀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운영 준비 없이 잡은 정권이 어떻게 국민들을 실망시켰고, 역사의 반동을 불러왔는지 벌써 다 잊었다는 것인가? 

나는 청와대를 그만둔 지난 2003년 말부터 10년 넘게 국가운영의 중요성을 여기저기서 말해왔는데 귀를 기울이는 이가 없었다. 그런데, 4. 13 총선 이후에는 듣는 이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도 국가운영을 말할라치면, “김치국부터 마신다는 오해를 받을 우려가 있다”, “대통령 후보가 결정되지도 않았는데...”, “정권교체가 우선 아니냐?” 이런 반응이 많다.  

그 동안 야권은 대선 때마다 ‘정권교체가 최고의 개혁’이라고 말해왔다. 과연 그러한가?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야권이 이겨서 노무현 정권을 탄생시켰는데, 개혁이 순조롭게 추진되었던가? 국민들은 참여정부가 성공적으로 개혁했다고 말하고 있는가? 지금 이대로 2017년 대선에서 야권이 정권을 잡기만 하면, 새로운 세상이 저절로 펼쳐진다는 것인가? 과연 그런가?

정권 교체와 국가 운영은 선후의 문제인가?

2003년 참여정부 초기에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고는 있는가? 

4.13 총선 이후의 정세

지난 1987년 6월 민주항쟁은 전두환의 4.13 호헌조치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었다. 민주주의 혁명이었다. 2016년 4.13 총선은 박근혜 대통령과 수구 세력을 심판한 국민들의 선거혁명이었다. 민주주의 혁명이었다.

2016년 4.13 총선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잇는 제2의 민주항쟁이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재야-시민-정치운동 세력은 국민들이 안겨준 민주항쟁의 승리를 역사발전의 동력으로 이어가는 데 실패했다. 재야-시민-정치운동 세력의 분열과 노태우 정권의 탄생으로 반동의 역사는 지속되었고, 이후 민주세력이 참여해서 집권했던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의 실패로 이명박-박근혜 수구 정권이 탄생하였고 역주행과 폭정이 이어졌다.

국민들이 안겨준 민주 승리를 재야-시민-정치운동 세력이 새로운 역사 발전으로 승화시키지 못한다면, 언제든지 반동의 역사가 오고야 만다는 뼈아픈 교훈을 우리는 되새겨야 한다. 

2016년 4.13 총선의 승리를 사람들은 ‘야당의 승리가 아니라, 국민들의 승리’ 라고 하고 있고, 야당들까지도 이러한 평가를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재야-시민-정치운동 세력이나 야당이 손을 놓고 있었다는 뜻은 물론 아니다.

재야-시민-정치운동 지도력은 4.13 총선에서 수도권 야권후보 단일화를 추진했고, ‘야권 분열’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전략투표를 통해서 야권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4.13 총선 이후 야권 세력은 협력과 경쟁을 통해서 정국을 주도하려 하고 있고, 여권은 박근혜 수구집단이 제자리에 머물고 있는 사이에,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세력들이 이합집산을 통해서 재 결집을 시도하고 있는 형국이다. 

여야 정치권은 2017년 대선 승리를 노리면서 각축하고 있다. 

우리나라 민주화 운동의 발전단계

재야-시민운동 세력의 1987년 이전의 투쟁 방식은 단순했다. 거리투쟁이 주류였다. 정치권에는 군사독재에 빌붙은 기회주의자들만 가득했고, 김영삼-김대중 같은 정치인은 정치권에서 쫓겨나서 거의 재야세력과 같은 활동을 했다. 

1987년 6월 민주항쟁 이후 대통령 직선제가 관철되고, 국회가 활성화되면서 정치가 조금씩 살아났다. 재야-시민운동 세력도 이 무렵 정치권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소위 김대중 비판적 지지파, 독자 민중정당론, 후보 단일화론 등이 그것이다. 양김의 분열뿐 아니라 재야-시민운동 세력도 분열되어서, 1987년 대선은 노태우 정권의 탄생으로 귀결되었다. 1992년 보수에 업힌 김영삼 정권, 이후 김대중 정권, 노무현 정권이 탄생하면서 재야-시민운동 세력도 국가운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1961. 5. 16 군사 쿠테타와 거리 투쟁 → 1987. 6월 항쟁과 정치 참여 → 1997~2007, 민주세력의 국가운영 참여(10년) → 2007~2017, 이명박-박근혜 반동 정권(10년) → 2017. 민주세력의 국가운영 참여 가능성 증대. 이런 도식이 가능하다.

지금도 재야-시민운동 세력은 거리 투쟁을 포기할 수 없다. 정치 참여도 계속되어야 한다. 아울러 국가운영도 지금부터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 청와대 본관 모습. 출처=청와대 공식홈페이지

국가운영, 민주 세력에게는 아직도 생경한 분야다

거리투쟁이나 정치참여는 굴곡과 연륜을 겪으면서 그럭저럭 자리를 잡아가고 있지만, 국가운영은 아직도 민주세력에게는 생경한 분야라고 판단한다.

그 이유를 몇 가지 들 수 있다. 

1. 우선, 국가운영을 제대로 해본 경험이 매우 적다.

김영삼 정부는 보수 등에 탄 정권이어서 주류인 보수세력이 국가를 운영했다.

김대중 정권은 DJP 연합정권이었고, 동교동 가신 그룹의 한계로 폭넓게 국가운영을 하지 못했다. 노무현 정권은 올바른 국가운영 방향을 설정하고 시스템을 갖춰 나가려고 시도했지만, 실행력에서는 많은 한계를 보였다.

우리는 누가 무슨 이야기를 해도,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실패가 이명박-박근혜 수구정권의 탄생을 가져온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  

2. 국가운영은 그 활동 영역이 방대하다.

대통령 권한을 약화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많이 있다. 대통령 중심제 하에서의 대통령 권한이 너무 막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개헌을 통해 권력을 분점하는 제도적 개선작업은 공당의 공약과 국민의 지지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2017년 대통령 선거 이전에 이루어질지는 불확실하다. 그렇다면, 2017년 대통령 선거는 현행대로 진행될 개연성이 높다.

대통령 중심제에서 국가운영은 대통령에게 집중되어 있고 그 영역은 방대하다.  

3. 국가운영은 권력의 속성이 너무 강하다.

물론 보통 직장들이 다 그렇겠지만, 사람들의 모임에는 권력이라는 것이 있다. 국가운영 영역은 특히 이러한 부분이 강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진솔한 협업이 어렵고, 따라서 제대로 된 정책을 수행하는 데 매우 어려운 점이 있다.  

4. 국가운영에는 행정적 요소가 중심축이다.

정치 활동은 정파적 입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그냥 하면 되지만, 대통령은 행정 수반이므로 공무원들을 중심으로 일을 해야 한다. 이 문제가 국가운영을 제대로 하기 위한 핵심 요소다. 공무원들의 활력을 어떻게 함께할 수 있을지,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고민을 해야 하고, 확실한 대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5. 국가운영 경험을 공유하거나 전수하기가 어렵다.

정치활동에 대한 경험담은 흔히 들을 수 있지만, 국가운영 경험담은 듣기 어렵다. 누가 무슨 일을 했고 공과가 무엇인지를 토론하기가 어렵다. 보안 성격을 띈 부분도 있겠지만, 이해관계가 민감해서 공과를 거론하기가 매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수 십년 지나서야 회고록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6. 국가운영 담당자들 사이에서나 국민들과의 관계에서 소통이 어렵다.

직책 구분이 엄격하고, 상하 조직관계가 있고, 진행 중인 업무와 관련해서 함부로 대화하기가 어렵다. 소통이 어렵다. 혼자 꿍꿍대는 경우가 많다. 

7. 기존 관행이 매우 뿌리가 깊다.

노무현 대통령은 파격을 선호했지만, 의전이라든지 만나는 방식 등이 자유롭지 못해서 국가를 운영을 하면서 매우 답답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미 만들어진 각종 규정들을 무시하면서 일을 멋대로 추진할 수는 없다.

이외에도 국가운영이라는 영역이 갖는 특수성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4.13 선거혁명 이후의 변화된 정세 속에서, 재야-시민-정치운동 세력이 국가운영이라는 생경한 영역에 대해서 학습하고, 경험을 전수하고 토론해서 발전시키고 준비하지 않으면, 2017년 대선에서 야권이 승리하더라도 역사 발전의 계기로 만들어 나가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반동을 불러올 것이다. 

국가운영에 대한 준비 없이 야권이 집권하면, 벌어질 혼란상이 눈에 선하다. 참여정부 실패의 전철을 아마도 그대로 밟게 될 것이다.

물론, 국가운영 경험자들이 그래도 존재하기 때문에 참여정부 때보다는 덜 할 것이지만, 참여정부에서 제대로 일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고, 그나마 참여정부에서 일한 사람들의 노하우마저 수렴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국가운영 준비,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국가운영은 대체로 4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서 생각해볼 수 있다.

1. 국가 비전

2. 국가 기구

3. 국가 인재

4. 지방 정치 

1. 국가 비전, 2017년 세워지는 정부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다수가 참여해서 미리 정리해나가야 한다. 국민의 정부인지? 참여 정부인지? 통일 정부인지? 경제민주화 정부인지? 아니면, 중립국가 정부인지? 국가의 진로와 정체성이 토론되고 정리되어야 한다. 대통령 당선자나 측근들이나 캠프 관계자나 인수위에 맡겨둘 문제가 아니다. 

2. 국가 기구 분야는 매우 방대하다. 국가 기구표를 놓고, 그 기구들의 역할과 현황, 혁신방안, 운영방식 기타 등등이 검토되어야 한다. 인수위원회부터 시작하면 너무 늦다. 최근 정치지도자들 사이에서 “무슨 부서는 폐쇄해야 한다”는 식의 말들이 심심하면 쏟아지는데, 즉흥적인 말잔치만 있고 후속 작업은 없다. 정권 잡으면 검토하겠다는 것인지? 답답하다.  

3. 국가인재 영역은 대단히 중요하다. 인사가 만사라고 한다. 특히 대통령 중심제 아래에서는 인사 준비를 잘해야 한다. 우선, ‘플럼 북’ 제도를 정치권이 도입하도록 해야 한다. 아울러 공공기관 ‘개방직 확대’에 대한 준비도 미리 해야 한다. 대통령 인사권은 고유 권한이 아니다. 대통령 인사권을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것은 ‘국가인재 풀’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점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국가인재 정보위원회, 국가인재 평가단 제안’ 이라는 리포트에 정리되어 있는데, 추후 보완해서 연재할 예정이다. 

4. 지방정치 영역도 중요하다. 일을 좀 하려는 자치단체에서는 지금 난리다. 일할 아무런 권한이 없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권이 자치-분권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광화문에서 자치단체장들이 단식 투쟁까지 하고 있는 현실이다.

국가운영 전체 맥락에서 자치분권 실현 방안을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정권을 잡아도 헛힘 쓰다가 세월을 보내게 되고, 민주주의 기반 확대는 어려워지게 될 것이다. 튼실한 풀뿌리 없이, 어떻게 좋은 열매를 수확할 수 있을까? 

‘국가운영과 2017 대선’ 이라는 기획물을 10회에 걸쳐서 연재하려고 한다.

모든 정보를 가지고 내가 말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잘못된 정보, 주관적인 주장이 있을 수 있다. 편하게 지적해주기 바란다.

관심과 토론, 대안 모색을 제안한다.

<필자소개>

김용석은  

2003년 참여정부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인사혁신비서관을 지내고, 2005년 철도공사 초대 감사로 일하였다. 연세대학교에서 학생운동을 하였고, 이후 인천 부평에서 노동운동, 국민운동본부에서 민권국장으로 활동하였다. 2006년에 국가운영전략 연구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국가운영에 관한 다양한 화두와 의제를 제시하였다. 주요 저서로는 야당통합론 (1990), 우리가 꿈꾸었던 세상 (공저, 2006), 국민에게 사랑받는 철도 르네상스 전략 (교재, 2007), 자연순환농업, 여기 해법이 있다 (편저, 2009), 변방이 새로운 중심이 된다 (2010) 등이 있다.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438호(2016년 9월)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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