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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략비축유가 중국으로 간 까닭은?
미국 전략비축유가 중국으로 간 까닭은?
  • 양영빈 기자
  • 승인 2022.07.14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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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노펙의 미국 자회사 유니펙이 전략비축유 구매
유명한 우파 논객인 터커 칼슨은 바이든 탄핵까지 거론
유니펙이 비축유를 사게 된 것은 높은 가격을 제시했지 때문
바이든 탄핵 주장이나 정유회사의 탐욕 질책 모두 정치적 선동.

[이코노미21 양영빈] 최근 미국의 전략비축유 판매 과정에서 중국 시노펙(중국석유화공그룹)의 미국 소재 자회사인 유니펙(자원 트레이딩 전문회사)이 전략비축유를 구매했다는 소식으로 미국 내에서 큰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전략비축유 중 총 5백만 배럴이 해외(유럽 및 아시아)로 수출됐으며 이 가운데 유니펙이 95만 배럴을 구매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행정부는 디젤, 가솔린 가격 안정화를 위해 전략비축유(SPR, Strategic Petroleum Reserve)를 방출하기 시작했다. 전략비축유는 석유위기로 촉발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비상시에 사용할 원유를 비축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은 루이지애나와 텍사스의 지하 소금 동굴에 비축유를 저장하는데 현재 저장가능한 용량은 최대 7억1400만 배럴이다. 미국의 전략비축유 방출현황을 그래프로 보면 다음과 같다.

 

출처=미국 에너지부
출처=미국 에너지부

그림에서 빨간색 부분은 미국 에너지부가 사전에 공표한 방출량을 고려한 예상 보유고다. 1년 전의 보유고인 6억2100만 배럴에서 6월말 기준으로 4억9800만 배럴로 감소했다. 이는 1986년 이후 최저치이며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비축유 방출 계획에 의하면 10월에는 전략비축유 보유고가 3억5000만 배럴로 감소할 전망이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가격 안정화를 위해 시작된 전략비축유 방출에서 중국이 이를 구매한 것은 논란이 될 수밖에 없다.

미국을 위협할 수 있는 최대 적인 중국에 미국의 소중한 전략비축유를 판매한 것을 두고 폭스TV의 유명한 우파 논객인 터커 칼슨은 바이든 탄핵까지 거론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는 디젤과 가솔린 가격 안정화를 위해 필요한 어쩔 수 없는 조치라는 입장을 고수한다. 동시에 정유회사들이 독점적 지위를 악용하여 정제마진을 과도하게 높여 소비자들에게 고통을 전가한다고 비판하면서 엑슨모빌, 쉐브론 같은 정유회사들의 탐욕성을 지적한다. 7월 초에 있었던 쉐브론사 CEO와 바이든이 공개서한을 주고받으면서 행한 가솔린, 디젤 가격 인하에 대한 논쟁은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보여준다.

코로나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더욱 복잡해진 원유 시장의 문제는 우파 논객이나 바이든 행정부 관료나 모두를 혼란스럽게 만들기는 마찬가지이다.

첫째, 바이든 행정부가 지시한 전략비축유 방출 원유를 중국 기업이 구매하는 것은 탄핵의 요건이 되지 않는다. 이미 2015년 전략비축유를 방출했을 때 해외 수출 금지 조항을 폐지했는데 주요 원인은 미국내의 정유회사들의 정유용량의 한계와 원유의 성질과 관계가 깊다. 현재 미국내의 정유회사들의 정유용량은 거의 100%에 가까운 상태라 더 이상 원유를 추가로 수용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 미국은 또한 매일 3백만 배럴의 원유를 수출하고 동시에 매일 6백만 배럴의 원유를 수입한다.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은 수출하는 원유와 수입하는 원유가 다른 원유이기 때문이다. 수입에서 수출을 뺀 3백만 배럴만 수입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원유라는 표현을 하지만 수입과 수출의 대상이 되는 원유는 각각 다른 상품이다. 미국의 걸프만에 소재한 정유회사들은 수입한 중질유(Heavy Oil)를 원료로 사용해 디젤과 가솔린을 생산한다. 미국이 수출하는 원유는 경질유(Light Oil)이고 이를 정제하는 정유공장은 주로 해외에 있다.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으로 생각해 본다면 미국이 전략비축유로 보유한 경질유를 수출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고 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전략비축유를 방출하게 되면 미국 에너지부는 원유 수요자들에게 입찰 공고를 내고 그중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회사에게 방출분을 판매한다. 이번에 유니펙이 95만 배럴을 매입한 것은 유니펙이 제시한 입찰가가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미국 국내법을 어긴 것이 없는 정당한 계약이었기 때문에 탄핵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둘째, 바이든 행정부는 정유회사는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탐욕적으로 소비자에게 비싼 가격으로 디젤이나 가솔린을 판매하고 있다고 날 선 비판을 가했는데 이 또한 현실과 동떨어진 논리라고 할 수 있다. 2020년 원유 선물이 마이너스로 가는 초유의 사태가 있었을 때 정유회사의 정제마진 역시 곤두박질 쳤었다. 바이든 행정부의 비판이 합리적이라면 그때는 정유회사가 착한 기업이었다가 최근에 갑자기 탐욕적이 기업으로 변신했어야 한다. 이러한 착각의 근저에는 엑슨모빌이나 쉐브론 같은 거대한 정유회사를 독점기업으로 보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 있다. 미국내에서 엑슨모빌, 쉐브론은 거대 규모 기업은 분명하지만 전세계 디젤, 가솔린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5% 내외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적으로 디젤 가격, 가솔린 가격이 오르면 따라서 올릴 수밖에 없다. 착한 기업으로 변신해서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자기들만 손해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전세계 디젤, 가솔린 가격이 하락하면 따라서 내릴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따라서 바이든이 공개 서한을 통해 질책한 미국 정유회사들의 탐욕성은 근거가 부족한 비판에 불과하다.

중국이 전략비축유를 사갔기 때문에 바이든을 탄핵해야 한다는 것이나 정유회사의 탐욕을 질책하는 것 모두 정치적인 선동에 가깝다. 정치적인 선동을 통해 자기 편을 결집해 동원하는 것은 쉬운 선택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비록 더디더라도 합리적인 근거에 기반한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점이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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