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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회 지상중계] 새로운 정치 운동이 필요하다
[토론회 지상중계] 새로운 정치 운동이 필요하다
  • 안성용 위례시민연대 공동대표
  • 승인 2022.10.04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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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주관으로 2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제1회 목촌포럼] 새로운 정치를 위한 열린 토론회' 발표문을 지상중계합니다. 량이 많지만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전문을 게재합니다. 

새로운 정치를 위한 열린 토론회에서 필자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미21
새로운 정치를 위한 열린 토론회에서 필자가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미21

1. 제6공화국은 수명을 다했다

1987년 6월 항쟁으로 오랜 군부독재 시대가 끝나고 제6공화국이 수립되었다. 이후 각 계급 계층의 정치투쟁은 국회에서 제도화되기 시작했다. 노태우 정부 시기 국제정세가 급변했다. 노태우 정부는 과도기적 성격을 갖는 정부였고 많은 분야에서 오래된 관행이 지배했다. 김영삼 정부 때부터 본격적으로 ‘제도권 정치’가 시작되었다. 혁명의 시대는 막을 내리고 개혁의 시대가 열렸다. 이때부터 절차적 민주주의는 확대됐고 사회 문화는 빠른 속도로 과거와 그 모습이 달라졌다.

그러다가 1997년 IMF 사태를 맞았다. 이른바 IMF 체제는 우리 사회를 크게 바꾸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개혁’을 계속 외쳤다. 절차적 민주주의는 크게 나아졌지만,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는 별로 나아지지 않았다. 두 정부 시기 불평등과 양극화가 본격화되고 비정규직이 제도화되었다. 하층은 본격적으로 경제적인 곤란을 겪고, 중산층은 몰락하기 시작했고, 상층은 더 큰 지배력을 공식적 공개적으로 획득했다. 따라서 ‘누구를 위한 어떤 개혁’인지가 문제로 떠올랐다. 군부와 정보기관들이 떠난 자리를 직업 정치인, 관료, 재벌, 법조, 언론, 학계, 전문가 집단 등이 차지하며, 제6공화국은 이들의 네트워크인 지배카르텔이 주도하는 국가임이 명확해졌다. 이들과 이에 속하지 않는 계급 계층은 ‘부’와 ‘제 권리’를 둘러싸고 본격적으로 대립하게 되었다.

제6공화국 초까지의 ‘독재 대 민주화’라는 프레임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되었다. ‘부를 통한 지배’와 ‘사회경제적 평등을 원하는 세력’ 간의 대립을 기본 구조로 하는, 제5공화국과는 다른 ‘제6공화국의 정체성’이 완성되었다. 그러나 이는 다수의 숫자를 차지하는 하층과 중산층이 원하는 공화국이 아니었다. 이를 깨달은 ‘진보적 의식’을 가진 이들과 ‘합리성’을 원하는 이들은 이제 제6공화국을 자신들의 것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행동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제6공화국은 완성과 동시에 ‘균열’되었다. (주1)

뒤이은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게다가 권력을 공공연하게 사익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였다. 이에 대해 ‘진보층’과 ‘합리성층’은 직접적인 대중행동과 투표를 통해 이를 견제하며 바로 잡으려 했다. 이는 2016-2017년 대규모 촛불시위에서 정점을 이루었다. (박근혜 탄핵은 광장의 힘을 받은 국회와 헌법재판소의 공조로 헌법 틀 내에서 이루어졌다. 혁명이 되지 못하였다. 중요한 것은 대규모 촛불시위가 길게는 1997년 IMF 체제에 대한 거부이고, 가까이는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공명처럼 일어난 사회모순에 저항하는 대중행동 및 정치행동과 궤를 같이한다는 점이다. 이 점에서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려 하는 대중의 혁명적인 지향은 한국 사회에 살아있다.)

이후 출범한 문재인 정부도 다수가 기대했던 개혁을 하지 않았다. 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 시기, 하층과 중산층을 위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는 없었다.

한국은 1997년 이후 과거와 사회경제구조가 완전히 바뀌었고, 2008년 이후 사회경제적 모순이 심화했고, 현재는 모순이 극에 달하고 있다. 최근 십여 년간 자산, 소득 상위 10%는 부가 계속 증가했고, 10-20%는 유지하고 있고, 20-50%는 감소했고, 50-100%는 대폭 감소했다. 이제 하층이 50%를 이루며, 중산층이 40%를 이루지만 이중 3/4은 소득이 계속 줄고 있다. 지난 25년간 국가와 재벌은 부를 축적했지만 가계는 부채만 쌓였다. 자산, 소득, 주거, 시간 불평등은 매우 심각하다.

오늘 우리 사회는 같은 노동을 하면서도 온갖 차별을 받는 비정규직 노동자, 장시간 노동에도 불구하고 파산의 길을 갈 수밖에 없는 소상공인, 뿌리째 뽑히고 있는 농민, 사회안전망에서 벗어나 있는 빈민이 경제활동인구의 2/3를 이룬다.

대학을 가기 위해 10대는 졸린 눈을 비비며 학교로 학원으로 뺑뺑이를 돈다. 대학생들은 학비와 생활비를 위해 거친 알바 노동에 나서나 졸업생들을 기다리는 것은 비정규직과 실업뿐이다. 사회생활의 출발은 부채를 갚기 위한 저당 잡힌 노동뿐이다. 청년은 인간의 기본생활인 연애와 결혼, 출산이라는 3포를 넘어 내 집 마련, 취업, 인간관계, 희망을 포기하는 7포를 강요받고 있다. 중년은 세계 최장 시간의 노동을 하며 가정생활은 포기한 채 모든 시간을 일에 바치나, 노후대책 없이 자녀교육비와 결혼비용으로 고통을 받는다. 그리고 반수 이상의 노년은 가난과 질병, 고독 속에서 삶을 마감한다. 한국인은 세계에서 가장 적게 잠을 자면서 모든 것을 빨리빨리 해야 하는 치열한 경쟁 사회에 살고 있다. 장시간 노동, 산업재해율, 교통사고율, 경제문제로 인한 이혼율, 암 발생률, 가족해체로 인한 1인 가구 증가율, 세대에 관계없이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자살률도 세계 최고이다. 얼마나 큰 절망이 무겁게 우리 안에 존재하고 있는지 많은 통계가 말한다.

소수의 이익을 위한 각종 개발사업, 핵 및 화력발전, 골프장 건설 등으로 사람들은 토지를 강제로 빼앗기고 삶의 터전에서 쫓겨나고 있으며, 천혜의 생태계는 급격히 파괴되어 기후재난과 전염병이 삶을 위협하고 있다. 여성, 장애인, 소수자, 이주민 등에 대한 인권 개선 속도는 매우 느리다. 일상화된 종북몰이와 왜곡된 역사를 주장하는 수구 정치세력은 지금도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IMF 이후 한 세대에 걸쳐 이렇게 우리 사회는 끔찍한 사회가 되었다. 세계 10대 경제 강국을 자랑하는 한국의 민낯이다.

1990년대 전반까지 한국은 유럽과 비슷한 분배상태를 유지했으나, 지금은 가장 불평등한 국가가 되었다. ‘2022년 세계불평등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상위 10%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에 소득은 46%이고 자산은 58.5%였다. 하위 50%는 자산의 5.6%를 가지고 있을 뿐이다. 또 탄소 배출에서도 매우 불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기준 한국의 1인당 연간 온실가스 배출량은 평균 14.7t(CO2 환산)이었는데, 상위 10%가 54.5t을 배출할 때 하위 50%는 6.6t을 배출했다. 상위 10%가 약 9배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다. ‘경제 정의’만이 아닌 ‘기후 정의’가 또한 중요해질 수밖에 없게 되었다.

한편 재벌-관료-정치인-법조-언론-학계-종교-전문가 집단 등 지배카르텔의 문화는 산업민주주의의 약화, 갑질의 일반화,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져, 불평등하고 부자유한 사회 문화를 만들었다. 따라서 진보층과 합리성층의 사회의식이 급진화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제6공화국은 이제 거의 완벽하게 균열되었다. 게다가 이제 이 균열을 봉합할 수 없도록 완전하게 깨뜨리려는 세력이 집권했다. 윤석열 정부이다. 이들은 이명박-박근혜를 능가하는 절차적 민주주의의 퇴보를 하려 한다. 이제 제6공화국은 수명을 다했다.

2. 후세에 물려줄 세상은 지금과는 달라야 한다

일하는 사람들은 산업재해에서 벗어나야 하며, 같은 노동을 하면 같은 임금과 대우를 받아야 하고, 도시든 농촌이든 고난도의 노동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존중되어야 한다. 충분한 휴식과 휴가, 저녁이 있는 삶이 이루어져야 한다. 사회와 국가가 개인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 개인이 사회나 국가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자본을 위한 이윤 창출 도구로서의 노동이 아닌, 인간의 자기실현을 위한 노동이 이루어지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부모의 재산 유무와 관계없이, 본인의 처지와 능력에 따라 모든 어린이와 학생은 어린이집부터 대학원까지, 원하는 만큼 자유롭고 평등하게, 사회가 의무적으로 보육하고 교육해야 한다. 보육과 교육은 상품이 아니다. 국가가 기본으로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누구라도 질병을 고치는 데 돈 문제로 고통받아서는 안 된다. 건강과 보건, 의료는 인간이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데에 필수적인 것으로서 사회가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의료 또한 상품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세대 구성원 숫자에 관계없이 주택문제에서 자유로워야 하며, 돈 때문에, 집주인 때문에 눈치 보고 눈물짓는 일이 없어야 한다. 지금처럼 허리띠 졸라매고 돈을 악착같이 모아 전월세 오른 것을 해결하고, ‘영끌’로 집을 사는 시대는 막을 내려야 한다. 중앙과 지방 정부가 상당 부분을 책임져야 하고, 사회적 연대에 기초한 주택공급이 되어야 한다.

젊은 세대의 임신 출산 육아 문제를 사회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모든 어린이는 모든 어른의 아이이기 때문이다. 또 노인 모두는 경제적 걱정 없이 사회적 존경 속에서 품위 있게 생활해야 한다. 모든 노인은 모든 젊은이의 어버이기 때문이다. 세대간 연대가 살아있는 사회여야 한다. 의견이 다른 소수자, 장애 성별 지역 학력 국적에 따른 차별이 없는 사회이어야 한다.

모든 사회 구성원들에게 건강을 위한 체육활동 시설, 즐거운 예술활동 시설, 소양을 높이고 배움의 즐거움을 누리는 도서관, 박물관, 과학관, 다양한 체험시설과 프로그램을 사회는 제공해야 한다. 문화 또한 상품이 아니다.

모든 이가 핵무기와 핵발전소가 없고 미세먼지 및 기후위기에 잘 대응하는 건강한 생태환경 속에서 살아야 한다. 자연과 인간이 하나의 생태공동체로서 모두가 정당한 생명권을 실현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농업의 가치를 존중하고 식량 자주권을 확보하며, 농산어촌을 생태 및 민족문화의 토대로서 보호 육성하며, 60여 년간 왜곡되어 온 도시 중심의 정책과 구조를 바꿔, 서울-지방 간 문제, 도시-농촌 간 문제를 근본적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전쟁 없이 평화롭게 통일된 나라에서 외세의 간섭 없이 호혜 선린의 외교를 하며 타국의 시민들과 연대하며 사는 세상이어야 한다.

이런 사회! 당당하고 벅찬 마음으로 ‘우리나라’라 부를 수 있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이것은 꿈인가? 아니다. 시대의 요구이다. 이 요구의 해결은 먼 미래에나 가능한 일인가? 아니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했다. 함께 고민하는 시대의 요구는 먼 미래가 아니라 가까운 시간에 현실로 만들 수 있다. 이미 많은 나라의 사람들이 이렇게 살고 있다.

3. 오늘 우리 정치세력은

국민의 힘

신자유주의와 친일친미반북주의를 토대로 하는 수구 정당인 국민의 힘은 자산 및 소득 상위 1% 즉, 재벌, 고위관료, 법조, 수구 언론, 수구 종교, 군경 고위층, 학계, 전문가 집단 등으로 이루어진 지배카르텔의 이해관계 위에 있다. 이 지배카르텔의 이익을 뒷받침하는 상위 10%의 지지 위에서 상위 20%를 포획하고 있고, 지배의 안정성을 위해 상위 40%까지를 지지기반으로 획득하려는 정치 행동을 꾸준히 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까지 분단 현실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해 법과 제도를 만들고, 일본과 미국의 지배계급과의 관계를 통해 자신의 안위를 유지해왔다. 해방 이후 일제 잔재 청산은 되지 않았고, 역사에서 벌어진 수많은 학살은 지금껏 규명되지 않고 있으며, 억울한 대중의 일들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자유당-공화당-민정당-민자당-신한국당-한나라당-새누리당의 후예가 이들이다.

이들 세력은 사회 전 분야에 걸쳐 뻗어 있다. 특히 최근 20여 년간 이들은 분야별로 자신의 수족을 조직적으로 양성하여 활용하고 있다. 각종 연구소와 이데올로그들, 관변단체, 뉴라이트, 지상파와 종편 및 수구 신문들을 통해 조직적인 역사 왜곡, 경제 이데올로기 공세, 종북몰이 공세를 체계적으로 하고 있으며, 행동대원들로 일베, 어버이연합, 태극기 부대, 유튜버 등을 만들어 냈다. 국민의 힘은 평등, 평화, 생태에는 관심조차 없으며, 정의, 상식, 공정, 합리성과도 거리가 먼, 우리가 극복해야 할 세력이다.

더불어민주당

중산층과 서민을 대변한다고 자처하는 야당은 실제 행동이 그렇지 않음을 우리는 익히 알고 있다. 이들이 국민의 힘 계열과 맞서는 것은 오직 권력이 국민의 힘 계열 집단에 의해 독점되었을 때, 이를 나누어 갖기 위해 투쟁할 때뿐이다. 따라서 이들의 투쟁은 본질적인 사회경제적 의제들의 해결과는 거리가 멀고, 주로 민주주의 문제 그것도 절차적 민주주의 문제에 머무를 때가 태반이었다.

1997년과 2002년에 연이어 집권하여 나중에 ‘민주정부 10년’이라는 이름을 그들 스스로 붙였지만, 이 기간에 우리 사회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미명하에 국부가 유출되고, 재벌 중 슈퍼재벌이 나타나며, 정리해고가 만연하고 비정규직이 제도화되고, 양극화 및 불평등이 심화했다. 이 기간에 두 정부의 주축을 이룬 이들은 지배카르텔에 포획되거나 동맹을 맺었다. (주2) 이로 인해 이후 민주당 계열에는 지배카르텔에 속한 그룹, 가까운 그룹, 거리를 두는 그룹, 먼 그룹 등으로 나뉜다. 이 두 정부와 문재인 정부는 남북한 간에 긴장을 완화한 일, 절차적 민주주의를 확대한 일을 제외하고는 사회경제적 불평등 해소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가 어렵다.

또 야당은 우리 사회의 문제를 보다 근본적이고 실질적으로 해결하자고 외치는 대중단체나 진보정당들에 대해, 필요할 때만 자신들의 테두리 안에서 활용할 뿐이었다. 야당은 자기들이 약할 때마다 ‘수혈론’을 내세워 재야나 시민단체 등에서 사람을 충원하는 방식을 택해왔고, 항상 선거 때마다 자신에 대한 ‘비판적 지지론’을 설파해왔다.

중요한 것은 지금 민주당이 전체적으로 보아 하나의 기득권층이 되었다는 점이다. 자산과 이권을 가진 국회의원-지자체장-지방의회의원-관련 단체/기업/전문가 집단 등을 가진 세력이기 때문이다. 또 이들 다수의 인식은 경제에 대해서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에 갇혀 있다. (주3)

이들은 전체로 볼 때 보수정당의 정체성을 갖는다. 다만 수구세력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으로 개혁적인 성향을 보일 뿐이다. 따라서 이들 전체의 변화와 혁신은 난망한 일이다. 다만 당내 일부 개혁세력이 기득권에서 벗어나 다수 대중과 함께 하려는 진보적 성향을 가지고 있어, 이들이 시대정신에 부응하여 어떤 정치 행동에 나서는지에 따라 그 운명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주4)

진보정당

70~80년대 많은 이가 죽고 다치고 감옥엘 갔다. 그 치열했던 투쟁은 학생운동, 노동운동, 농민운동, 빈민운동, 시민운동을 키워냈다. 그리고 5.16쿠데타 이후 일단락되었던 진보정당 운동의 역사는 88년부터 다시 시작되어 2000년 민주노동당으로 결실을 맺었다. 성장한 각종 운동의 힘을 토대로 민주노동당은 약진했다. 시대의 흐름으로는 명실상부한 제3당으로의 도약이 가능했다. 그러나 진보정당은 내부의 분열로 이합집산을 거듭하며 대중의 신뢰를 잃었다.

현재의 정의당, 진보당, 노동당, 녹색당 등이 스스로 통합을 할 수 있을까? 시민사회운동의 구성원들이 가지고 있는 상처를 치유하고 넘어설 수 있을까? 촛불시민으로 대표되는 각성한 대중의 지지를 끌어낼 수 있을까? 답은 최근 10년간 있었던 여러 번의 선거 결과에 이미 나와 있다.

진보정당들은 대중의 지지 확대와 신뢰 형성을 위해 제대로 된 활동을 하지 못한 점, 지역에 깊이 뿌리내리고 생활 정치를 실현하지 못한 점, 의정활동에서 진보적 가치를 효과적으로 실현하였는지 등에 대해 깊은 성찰이 있어야 한다. 또 진보정당들이 보인 리더쉽, 정책, 이미지, 문화, 활동방식 등에서 대중과의 결합도가 멀어진 것은 치열한 반성과 혁신이 요구된다. 대중은 ‘혁신적인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있는 진보정당들을 더 이상 지지하지 않는다.

시민사회단체

반성과 혁신은 비단 민주당 개혁파나 진보정당의 활동가들만이 아니고, 시민사회단체의 활동가들에게도 엄중히 요구된다. 리더쉽, 정책, 이미지, 문화, 활동방식 등에서 대중과의 결합도는 시간이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꺼내는 의제에서도 활동가와 대중의 괴리가 크다. 이는 각 단체가 평소에 회원이 주체가 되는 활동이 아닌 상근자 중심의 활동이었던 점과 주로 즉자적인 대응 운동 방식으로 일 처리를 함으로써, 분야를 막론하고 대부분 경우에 시민의 지지를 형성하는 데 미흡했기 때문이다. 한편 이들은 민주당과 진보정당들과 인적 네트워크를 많이 가지고 있으나 정치세력화에 대한 의지가 약했다.

4. 제7공화국 수립의 때가 되었다

이제 한국의 대다수 대중은 불평등, 사회적 불안과 전쟁 위협, 오염된 생태계, 부자유한 사회에서 더 이상 살고 싶어 하지 않는다. 대다수 대중을 위한 제7공화국을 세울 때가 됐다. 위기는 새로운 대응을 통해 극복할 수 있다. 새로운 정치가 필요하다. 시대 정신을 자기 소명으로 삼고, 기득권 정치체제 청산을 위한 새로운 정치세력이 탄생할 시점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일은 민주당 내 개혁파, 진보정당, 시민사회단체의 구성원들이 핵심과제로 삼고 함께 나서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지배카르텔은 ‘지배 질서 유지를 위한 개헌’에 나설 것이다.

정책적 대안은 있다

그동안 많은 사람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분야에서 정책을 연구하고 준비해왔다. 보편적 복지국가 및 경제민주화, 생태사회, 평화와 통일, 평등하고 자유로운 문화, 이 4대 과제에 대해 많은 준비가 되어있다. 대안정책이 없는 것이 아니고 대안정책을 실현할 제대로 된 정치인과 정치세력이 없었을 뿐이다.

정치적 대안은 만들면 된다

국민의 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대다수 정치인들이 시대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을까? 시대를 바꿀 수 있을까? 자신을 내던지고 대중의 피눈물 나는 아우성을 치유하기 위해 자신의 과제로 삼고 나설 수 있을까? 세상을 바꾸는 데 헌신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의 정치과정을 돌아보면 총선, 대선이 있던 해에는 정치권이 오로지 정치 공학에만 매몰되어 왔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 정당 지지율과 의원단 숫자가 중요하지 않다. 거대 양당 중심의 정치 문법을 벗어나야 한다.

대중은 2016-2017년 강력한 촛불, 2018년 ‘미투’와 ‘위드유’, 2019년 ‘공정’을 겪었다. ‘경험으로부터 형성된 사회의식’은 절대 후퇴하지 않는다. 왜냐면 대중은 ‘새로운 세상을 보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세상을 본 사람들은 구질서를 넘어서고자 한다. 지금은 대중과 호흡할 정치세력이 없어, 그 경험이 정치 행동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을 뿐이다.

따라서 우선 진보-개혁세력 스스로의 반성을 기초로, 스스로 변화하는 정치 운동이 필요하다. 동의하는 이들이 먼저 나서자. “세상을 바꾸자!”를 중심으로 정치 공학이 아닌, 시민이 주체가 되어 세상을 바꾸는 데 힘을 모으자고 호소해야 한다. 명백하고 절박한 현실문제에 대해 집중하여 발언하여야 한다.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울림 있는 정책을 가지고 행동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인지도가 생기고 사람이 늘고 세력이 커진다. 이것이 곧 시민이 주체인 시민 정치 운동이다.

지금은 기존 정치세력에서 볼 수 없었던 신진으로 등장하는 것을 핵심으로 해야 한다. 미래는 이 신진세력만이 책임질 수 있다는 여론을 형성하여야 한다. 구질서를 완전히 깨뜨리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신진일 수밖에 없다. 역사를, 시대를, 세상을 바꾼 것은 언제나 신진세력이었다. 대다수 시민은 오래된 체제와 정치 작동방식에 대해 분노의 에너지를 차곡차곡 쌓았으며, 새로운 정치 질서를 꿈꾸고 있다. 새로운 정치적 대안과 함께할 준비가 되어있다.

개념의 구체화

새로운 정치세력이 공유해야 할 첫 번째 개념은 ‘IMF 이후 체제의 극복’이다. 지난 25년간 부모-자식 두 세대가 모두 고통을 받고 있고, 이는 절대다수 대중의 경험과 인식의 준거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이는 진보-개혁세력이 계급, 지역, 성을 포괄하는 ‘세대 간 연대’를 주장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이는 정치 전략으로 유효하다.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 모두 ‘IMF 이후 체제의 극복’ 책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제는 한국 사회의 소수 기득권인 지배카르텔과 절대다수 대중 간 관계의 큰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므로, 이를 전면에 드러내야 한다.

둘째는 ‘국가 미래전략 수립’에 대한 고려사항이다. 우선 자산, 소득, 시간, 성, 권리 불평등 해소를 상위 내용으로 잡아야 한다. 그리고 비정규직 노동자, 중소기업 정규직 노동자, 자영업자, 영세 전문직, 농민, 신용불량자, 실업자, 파산자, 회생자 등과 소통 및 공감을 형성해야 한다. 이들이 고통받는 다수를 이루고 있고, 새로운 정치세력의 주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진영 논리로 검찰개혁, 사법개혁, 언론개혁 등 용어로만 일관해온 민주당과 그에 맞서 ‘前 정권 책임론’을 주장해온 국민의 힘의 프레임을 벗어나야 한다.

즉 4대 과제를 기초로 제7공화국 헌법 초안을 작성하고, 이에 따른 각종 입법 과제를 기존의 법 개정, 폐지, 신설 입법 등을 통해 일종의 ‘로드맵’을 준비하여 대중에게 밝혀야 한다. 이는 또한 울림 있는 정책으로 구체화해야 한다. ‘누구’를 위해, ‘어떤’ 정책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지에 대해 밝혀야 한다. 이 과정은 새로운 정치세력 스스로를 ‘훈련하며’ ‘힘을 모으는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기존과 다른 운동 방식

우리의 운동은 구체적인 전망과 해결책을 제안해야 한다. 또 대중 활동을 직접 기획하고 조직해 나가야 한다. 그래서 각종 분야의 대중운동 특히 부문 운동과 지역에서의 풀뿌리 운동을 이끌어왔던 사람들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 본인들의 경험과 인식과 문제해결력을 대중 정치 기획을 통해 선거운동에 접목해야 한다. 각 분야의 활동가와 전문가들이 직접 네트워크를 구성해야 하고, 실제적인 대중운동을 일으키며 처음부터 시민과 함께 하는 모습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 이 네트워크의 힘은 사람이 모일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다. (이 점에서 ‘지역당’ 창당 운동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편 이를 위한 하나의 도구인 온라인 플랫폼은 2010년대부터 유럽에서 나온 수준보다 나은 운영 시스템을 이미 우리 사회가 보유하고 있다. 이는 현재 형성되어 있는 왜곡된 ‘팬덤 정치’를 극복하는 하나의 방식이 될 수 있다.

새로운 정치 운동을 함께 이끌어 나갈 사람은 누구인가?

우리는 앞서 말한 것들을 실현하기 위한 사회운동과 정치운동을 중시한다. 어떠한 명망가라도 이러한 비전에 동의해야만 함께할 수 있다.

특히 새로운 인물들이 결합해야 한다. 사회 각 분야에서 헌신성·현장성·참신성·전문성을 가지고 활동해 온 인물들, 특히 20-30대의 청년들과 40-50대의 사람들이 지도력을 가지고 전면에 나서는 운동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현장 활동가’,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 ‘정치적 불의에 맞선 사람’, ‘정의를 세우기 위해 노력한 사람’, ‘청년세대를 대변하는 사람’, ‘지역사회를 위해 헌신한 사람’, ‘혁신을 주도할 창조적 전문가’, ‘건강한 사회를 위해 기여한 사람’ 등이 우선 결합하여야 한다. 한편 이들이 속한 분야마다 조직적인 결합이 가능하도록, 의제와 정책을 가지고 대중운동을 추진할 수 있는 캠프를 준비해야 한다. 물론 대중이 신뢰하는 진보-개혁적 정치인의 합류도,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60-80대의 합류도 중요하다.

5. 몇 가지 실천 과제

첫째, 다당제를 현실화하는 것이다. 이는 2020년 비례위성정당 사태가 불러온 ‘정치 공작’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이 큰 현실이므로, 거대 양당에서도 더 늦출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원내 1당인 민주당의 결단이 특히 필요하다. 민주당 내에는 국민의 힘과 윤석열 정부의 헛발질이 계속되면 ‘반사 이익’으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고 믿는 분위기가 있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이다. 그렇게 될 것으로 믿는 것은 또 다른 헛발질이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실패에 대해 제대로 반성하고, 시대정신에 맞는 실제 변화와 혁신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차기 총선에서 상당히 후퇴할 것이다.

또 현재의 정세는 민주당과 국민의 힘 모두 차기 총선을 앞두고 각각 분당의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이는 전현직 국회의원들과 출마 희망자들이 넘치는 상황이므로 더욱 그러하다. 최소한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정의당과 합의한 ‘연동형 비례제’를 도입해야 한다. 그런데 이 안은 ‘선진적’이지 않다. 선관위가 제시한 안에 비해 상당히 후퇴한 안으로써 민주당과 국민의 힘의 욕심이 많이 담겨 있는 안이었다. 보다 나은 안으로 조기에 합의하여 도입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힘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선거, 정당, 의회제도의 변화는 사회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둘째, 시대정신은 새로운 정당을 요구하고 있다. 그것은 성격상 진보정당이다. (주5) 기존의 진보정당들을 모두 해산하고 새로운 인물들을 세워 새 당을 만들어야 한다. 이 일에 기존 진보정당들은 기득권을 내려놓고 개별적으로 합류해야 한다. 민주당 개혁파들도 합류해야 한다. 시민사회단체 활동가들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한편 하층과 중산층 대중은 진보-개혁세력의 정치적 힘으로 지배카르텔을 압박하여, 자신의 이익을 얻으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진보-개혁세력이 강력한 정치적 리더쉽을 갖추기를 바라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정치 운동은 정체성 외에 효능감이 있어야 하고 전략적 목표의 실현을 위한 전술적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정체성-합리성-유연성-효능감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정치 운동을 통해 우리 사회에 진보-개혁-중도-보수-수구의 정치 지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이 일에 실패하면 또다시 우리는 보수-수구 정당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볼 수밖에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다시 거리와 광장에 모이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면, 이전까지와는 다른 보다 급진적인 대중의 정치 행동을 겪을 수도, 반대로 수구-극우의 정치 테러를 겪을 수도 있다.

새 정당을 만드는 것은 새로운 정치 운동의 일부이다. 하지만 정당의 설립 시까지 모두 함께해야 한다. 그래야 큰 힘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정당 설립 후 총선 이후에는 시민 정치 운동은 의회와 연결하여 실제적인 정치 운동을 지속해야 한다. (주6)

셋째, 시민사회단체들은 힘을 모아 제대로 된 연구소 설립 및 운영, 사회연대 기금의 조성, 사회연대 투쟁의 일상화를 만들어 내야 한다.

담론과 정책을 생산하고, 정기적인 여론조사 및 대중과 소통하는 역할을 하는 연구소는 매우 중요하다. 지배카르텔 산하의 수많은 연구소와 정책 생산기관들을 생각해보라. 새로운 사회를 원하는 이들이 제대로 된 연구소 하나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은 매우 부끄러운 일이다. 당장 큰 단체 몇 개가 힘을 모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민주노총 100만 조합원이 월 1만 원만 내도 월 100억 원이다. 연구소, 사회연대 기금 등 모두 가능하다.

과거 60-80년대에 유럽, 미국 등의 교회들에서 한국 교회를 지원한 것이 한국 민주화운동에 매우 중요하게 기여했음을 상기해보자. 사회연대 기금을 조성하여 해고자, 비정규직 노동자, 자영업자, 농민, 실업자, 청년 등을 지원해야 한다. 거리에서 농성하는 수많은 이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하고 연대해야 한다. 게다가 이제 한국인은 스스로만이 아닌 제3세계의 피압박 민중을 위해서도 기여할 때가 됐다. 오히려 늦었다. 충분한 물적 기반을 가지고 있음에도 이를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

연구소의 정책 생산, 소통 기능은 우리 사회의 현황과 과제를 학습하는 기풍을 형성할 것이다. 이 과정에 새 정치 운동이 힘을 합하면 큰 성과를 얻을 수 있다. 이는 민주당에도 큰 영향을 미쳐 민주당과 연구소, 선출직과 평당원들의 역할과 기능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소위 팬덤 정치를 매우 약화시킬 것이다. 또 이는 국민의 힘에도 영향을 미쳐 보수-수구-극우 간 분리를 가속화 할 것이다.

넷째, 평범한 시민들은 ‘1인 1 시민사회단체 가입’을 하자. 단체에 가입하여 후원하고 활동하자. 우리가 노력한 만큼만 세상은 변한다. 조직화된 시민의 힘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정당도 이를 우습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떤 단체도 관계없지만 가능한 지역의 풀뿌리 단체라면 더욱 좋다. 현재 한국 정치의 근간은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 운동을 새로운 정치 운동의 한 의제로 삼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이상의 과제들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스스로 변화를 이뤄내며, 정치적인 힘을 모을 수 있고, 이 힘으로 시대정신을 구현하며 새로운 미래를 열 수 있다. 이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다.

 

(주1) 세 가지 계층과 세 가지 사회의식

중산층의 형성

필자는 1984-87년에 샐러리맨과 중소상공업자의 소득과 자산이 대폭 늘어난 시점을 ‘중산층의 형성’으로 본다. 당시는 기업들이 우후죽순으로 설립될 때였다. 대학생은 재학 중에 미리 기업들로부터 학비와 생활비를 받고 졸업 후 취업을 약속하던 시절이고, 고교 졸업생은 기업이나 공무원으로 절대다수가 취업이 잘될 때였다. 또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가 매우 적을 때였고, 중소상공업자들의 수익이 대폭 늘어나던 때였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사회의식 조사에서 84년에는 43%, 86년에는 60%, 87년에는 76%가 중산층이라 답했다. 언론은 사회 통념상 안정된 소득을 바탕으로 가정과 직장에 대해 만족하고 자신의 노력을 통해 개인과 사회 전체가 함께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안정 지향적 계층으로 평가했다.

6월 항쟁, 7-9월 노동자 대투쟁과 중산층

6월 항쟁은 대학생들과 재야세력의 힘으로 시작되었지만 중산층의 힘으로 종결되었다. 도시 빈민, 노동자, 농민은 넥타이 부대들(샐러리맨)과 중소상공인에 비해 훨씬 격렬히 싸웠지만, 시위대 전체의 구호는 ‘호헌철폐’ ‘독재타도’ ‘민주쟁취’였다. 중산층과 서민층 모두 체육관 선거를 거부하며 군부독재를 거부하고 민간 정부를 원한 것은 같았다. 하지만 ‘민주쟁취’에 대한 내용은 달랐다. ‘서민층’은 정치적 민주주의 외에 실제적인 사회경제적 민주주의를 원했다. 하지만 ‘중산층’은 대통령직선제 개헌, 김대중의 정치 활동 허용, 정치적 민주주의 확대를 골자로 하는 6‧29 선언에 환호하면서 투쟁을 끝냈다. 6‧29 직후 7-9월 대규모 노동자 투쟁이 진행될 때, 중산층은 사회 혼란과 경제를 걱정하며 노동자 운동에 냉담함을 넘어 적대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는 철거민, 노점상 등 도시 빈민에 대해서도, 농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노동자, 농민, 도시 빈민은 이를 극복할 힘이 없었다. 조직이 매우 약했고 정치적 영향력은 더욱 약했기 때문이다.

중산층 의식의 완성

필자는 ‘중산층 의식’의 완성을 88올림픽이 만든 자신감, 1987-91년의 소득과 자산 급증, 89년 해외여행 자유화, 마이카 열풍, 우후죽순 생겨난 교외의 가든에서 찾는다. 내 소득과 자산이 이만큼 되고, 해외에 나가보니 한국 돈이 쓸 만하고, 가족과 교외로 자가용 타고 나가서 음식을 즐기는 것 등이 그것이다. 또 정치적으로는 87년 대선 시 김영삼-김대중 분열과 노태우 당선, 대선과 88년 총선에서의 지역성 심화, 89년 연이은 방북 사건으로 인한 공안정국 등을 겪으면서, 한편으로는 ‘정치적 민주화’에 대한 효능감을 느끼는 반면,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와 거리를 두는 사회의식도 형성된다. 그리고 90년부터 문화적으로는 소위 ‘X세대’의 대두, 트렌디 드라마와 새로운 대중가요의 대유행 등과 맞물려 ‘개인주의’ ‘소비문화’가 사회적으로 본격화된다. ‘과소비’ 현상을 넘어 소비에 문화라는 단어가 결합한 ‘소비문화’라는 용어가 만들어지고 일반화된다. 그리고 사회 의제에 대한 중산층의 우선 가치는 ‘공동체’로부터 ‘합리성’으로 바뀐다.

중산층과 시민의 탄생

70-80년대 반정부운동을 했던 이들 중 일부가 노태우-김영삼 정부 시기에 경실련, 환경운동연합, 참여연대 등 시민운동단체를 만들었다. 당시 서민도 아니고 민중도 아니라고 생각하던 중산층은 ‘시민’이라는 새로운 단어의 주체가 되었다. 중산층 중 합리적인 사회개혁을 원하는 이들이 시민단체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하고, 단체들은 이른바 ‘구체적인 정책 대안’들을 내놓게 된다. 기존의 운동단체들처럼 공안 기관에 잡혀갈 걱정을 안 해도 되고, 소액의 후원회비만 내도 충분했기 때문에 시민단체들은 급성장한다. 한편 같은 시기에 사회적으로 두드러진 것은 많은 사람이 ‘봉사단체’에 가입하고 후원하는 일이었다. 언론에서는 ‘꽃동네’ ‘소쩍새 마을’ ‘부스러기 선교회’ 같은 곳을 발굴해서 사람들에게 눈물과 감동을 주는 보도를 많이 했다. 많은 중산층이 이 활동을 시작했다.

부동산과 계급상승 욕구의 시작

88-89년 부동산 전월세 및 매매가 폭등으로 인해 큰 사회적 문제가 발생하자, 89년 노태우 정부는 집값 안정과 주택난 해결을 위해 주택 200만 호 건설을 발표한다. 이를 계기로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아파트 위주의 주거생활이 정착됐고, 아파트 투기는 상층의 일만이 아니고 중산층의 대표적인 자산 증식 문화가 된다. 즉 앞서 말한 ‘중산층 의식의 완성’은 더 나아가 ‘자산 증식’을 통한 계급상승 욕구 (당시 용어로는 ‘계층상승 욕구’)로 나타난다.

학력을 통한 계급상승 욕구

70년대부터 명문대를 가기만 하면 ‘계층상승이 가능’했다. 이 사회의식은 80년대에 일반화한다. 90년대에는 더욱 심화하고 격렬해진다. 사회의 상층으로부터 시작된 계급 재생산 욕구에 중산층이 뛰어들고, 서민층까지 합류하여, 모두가 학력을 통한 계급상승 욕구를 강력하게 드러내게 된다.

세 가지 계층과 세 가지 사회의식

필자는 1987년부터 한국 사회에는 크게 세 가지 계층과 세 가지 사회의식이 존재한다고 본다. 이 계층과 사회의식은 일대일 대응하지는 않고, 일상생활에서는 일치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선거 때는 상당 부분 일치하고 특히 중산층에서는 일치하는 경향이 크다고 본다.

먼저 세 계층이다. 계층 즉 사회경제적인 것으로 자산, 소득, 학력 기준으로 상층, 중산층, 하층(서민층)이다. 상층은 0.1%의 이권 장악 집단, 1%의 이권 비호 집단, 10%의 이권 추종 집단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들은 지배력의 유지 강화를 위해 그 아래층을 끊임없이 포섭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그래서 보통 상위 20%까지를 이권 추종 집단화하며, 주요 정치적 행동 때에는 상위 40%까지를 장악하려 노력한다. 이어 중산층은 상위 70%에서 시작하여 시대가 지나면서 줄어들어 현재는 40% 정도이다.(즉 상위 10-50%까지이다. 상위 10-20%는 스스로 상층이 아닌 중산층으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층은 30%에서 시작하여 늘어나서 현재는 50%를 차지한다.

다음은 세 가지 사회의식이다. 역대 선거에서 나타나는 유권자 숫자로 본 것이다.

하나는 20% 안팎의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바라는 층이다. 이른바 진보층이다. 민주주의, 민족의 자주성, 민중 생존권 문제의 구조적 해결을 원하는 층이다. 80년대 학생운동과 재야운동이 줄기차게 주장했던 과제들에 대해 민감한 층이라 하겠다. 계층으로는 하층도 일부 있지만 중산층이 많고, 이른바 ‘강남좌파’로 불리는 일부 상층도 포함된다.

은 25% 정도의 이른바 ‘조중동’의 사회의식을 전파하는 층이다. 한국의 지배 이데올로기를 유지하는 층이다. 한마디로 진보층과 반대편에 있는 이들로서 정치적으로는 이른바 ‘수구층’이다. 박근혜 탄핵 당시 이를 반대하던 층이고, 직후 치러진 대선에서 홍준표를 지지한 층이다. 이들 중 계층적으로 상층(10%)은 이른바 ‘신자유주의’하에서 ‘의식적으로’ ‘부의 문제’의 중요성을 느끼고, 자산을 늘리기 위해 모든 노력을 집중하였다. 이들과 사회의식을 공유하는 상위 10-20%의 계층과 하층 30%에서도 상당 부분 존재한다. 이들은 ‘반북친미친일’ 성향을 가지며, 독재 정부의 역사를 미화한다. ‘수구층’의 숫자는 ‘진보층’보다 대부분 선거에서 많았다.

은 나머지 55%의 사람들로 다양한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며 주로 ‘합리성’을 기준으로 삼는 층이다. 이 층은 1987년부터 형성된 개인, 가족, 건강, 종교, 봉사 등의 중요함을 인생의 주된 가치로 삼는 사람들이다. 이 층이 실제로 사회를 바꾼 예로 ‘환경문제’, ‘건강한 먹을거리의 문제’, ‘인권 및 소수자의 문제’, ‘행정의 간소화’, ‘우리 문화의 중요성 문제’ 등을 꼽을 수 있다. 계층으로는 주로 중산층이다.

필자는 이 세 번째 55%층의 선택이 상당 부분의 의제를 좌우해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IMF 이후 언론을 통한 가족해체 보도는 모두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의학의 발달과 의료보험제도로 인해 한국인의 수명은 많이 늘어났다. 회사에 충성을 다해 일해야 한다는 인식도 깨졌고 따라서 나와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사는 것이 모든 사회적 가치에 앞서 중요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게다가 ‘불안을 벗어나는 돈 문제’가 매우 중요해졌다. 이는 대단히 큰 변화이다. 이 층은 탈정치적이지 않다. 오히려 ‘생활 정치’를 해나가고 있다. 이런 사례는 너무나 많다. 종교 생활이 일상화되었고, 봉사단체 활동이나 후원도 일상화되었다. 건강을 위한 운동은 안 하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이들의 인권의식 덕분에 외국인 노동자나 다문화가정에 대한 인식도 많이 개선되었다. 이들이 또한 인터넷 글쓰기와 커뮤니티의 주도자이다. 이들의 이런 사회의식을 정당들과 사회운동 단체, 언론들이 제대로 담아내지 못하고 때로는 오히려 왜곡해왔다. 즉 이 층이 어떤 환경에서 무엇을 매개로 의제를 설정하고 힘을 조직하는지에 대해, 특히 정당들은 과거의 습관으로 재려 하니 대중에 대한 이해가 항상 늦었다.

이 세 계층과 세 가지 사회의식이 상호 조응, 투쟁, 변화하는 것이 97년 이후 특히 노무현 정부 시기부터 뚜렷이 나타난다. 세 계층의 변화는 통계를 통해 알 수 있고, 세 가지 사회의식은 역대 선거를 통해 볼 수 있다. 우리가 잘 알다시피 계층과 사회의식이 항상 변화한다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우리는 ‘고정 관념’에 사로잡혀서, 세상의 변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주2)

김대중 정부 때부터 민주당 정치인들은 재벌 및 관료들과 유착관계를 형성했고, 법조, 언론, 학계, 종교계 등과도 관계를 형성했다. 노무현은 2002년 대선에서 소액후원자들의 돼지 저금통 모금으로 7억6000만 원을 모았지만, 안희정을 통해 삼성으로부터 30억 원을 받았다. 또 인수위 때 이광재가 삼성경제연구소로부터 국정과제를 받았고, 경제관료들이 재벌과 외자의 이익을 위한 정책을 세우고 집행한 것은 후에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또 삼성에 각료를 추천해달라고 요청해 삼성에서 추천한 사례가 노무현 정부 첫 정보통신부 장관인 진대제 삼성전자 사장이었다. 또 삼성경제연구소는 노무현 정부가 주장했던 동북아 중심국가론, 신성장동력개발론, 혁신주도형 성장론, 산업클러스터론, 한미FTA에 이르기까지 국정과제를 제시하며 노무현 정부에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정부는 삼성인력개발원에 정부 부처 과장급 이상 공무원들의 교육을 위탁했다. 노무현 정부에서 ‘친노’라 불리는 집권정치인-경제관료-삼성 간 결합은 매우 강화됐다. 이후 열린우리당 정치인들이 재벌과 밀접하게 관계가 형성되어 있음은 ‘X파일’, ‘삼성 장학생’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삼성 공화국’이라는 말이 일반화됐다. 이런 점에서 ‘포획’이라 언급한 것이다. 사실 노무현 정부 때는 ‘포획’이 아니라‘ 동맹을 맺었다’는 것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이다.

(주3)

장하성, 김상조, 홍장표, 이동걸 등은 문재인 정부에서 중요 직책을 맡았다. 이들을 포함하여 정운찬, 전성인, 박상인, 유종일 등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이들은 소위 ‘진보적 자유주의자’들로 불린다. (한편 유시민은 이를 정치에 원용하여 스스로를 진보적 자유주의자라고 불렀다. 그는 2010년 국민참여당 시절부터 이를 표방했고, 2011년 그의 책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다시 주장하였다. 대중이나 정치인 중 상당수는 유시민의 영향으로 진보적 자유주의가 좋은 것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독일에서 공부한 김종인은 이들 경제학자들의 주장에 대해 ‘웃기는 소리’, ‘말도 되지 않는 소리’라고 여러 차례 일갈한 바 있고, 유시민에 대해서는 경제를 모르니 대꾸할 가치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김종인은 국민의 힘 계열의 신자유주의 학자 및 정치인들에 대해서도 2012년부터 현재까지 여러 번 맹렬히 공격한 바가 있다. 독일식 사회자유주의자인 김종인에게 한국의 거대 여야 정당이 10년 동안 꼼짝하지 못하는 근본 이유이다. 물론 김종인은 재벌에 포획되지 않았고, 그들을 장사치라 부르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의 책 ‘영원한 권력은 없다’를 참고하기 바란다)

이들 진보적 자유주의자들에 따르면 우리 사회는 여전히 근대화, 즉 시장 자본주의를 본격화하는 개혁과제가 있다고 한다. 서구에서 이미 18-19세기에 형성된 고전적 자유주의가 현재의 한국에서 여전히 진보성을 가진다는 주장이다. 이들과 이들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정치인들은 우리 사회의 빈부 격차와 불평등, 갑질이 심화되는 이유가 과거 개발독재 중상주의의 유산인 재벌체제와 관치경제 때문이라고 한다. 이들이 원하는 한국 경제의 미래는 ‘합리적 시장’을 중심으로 하는 시장경쟁 자유주의이다. 즉 깨끗하고 투명한 자본주의, 약간의 복지와 노동권을 갖되 공정한 시장질서 즉 경쟁적 시장질서를 핵심으로 하는 자유주의적 자본주의(liberal capitalism)이다. 이들은 다음 세 가지를 주장한다. 첫째. 한국에서 부의 불평등은 자산이 아닌 소득 불평등이 주요 원인이다. 피케티의 이론은 한국에 맞지 않는다. 둘째, 한국 경제의 불평등은 중상주의 또는 전근대적 경제구조 때문이다. 또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간 임금 불평등 때문이다. 셋째, 재벌 위주의 경제구조를 축소, 해체하고 중소기업 위주로 바꾸어야 한다.

이에 대해 2005년부터 장하준과 함께 ‘비주류’로 활동해온 정승일은 그의 책 ‘누가 가짜 경제민주화를 말하는가’(2017)에서 풍부한 자료를 가지고, 실명을 거론하며, 일일이 정확하게 비판한다. 그는 경제민주주의란 돈 없고 자본 없는 이들이 주인이 되는 경제사회 질서라고 하며, 재벌 그룹이 아닌 ‘재벌 가문’의 부와 소득에 대한 축소와 해체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노동자들이 기업과 업종의 의사 결정 기구에 참여하여 자본가들과 함께 공동으로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것을 주장한다. 자세한 내용은 생략한다. 일독을 권유한다.

(주4)

검사, 판사, 국회의원의 특권 – 제도화된 뇌물

김대중 정부에서 검찰 내 차관급은 41자리였다. 검찰청은 법무부의 외청일 뿐이지만, 오랜 세월 차관급이 수십 명에 달할 정도로 특별 대우를 누려왔다. 사법부도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들이 차관급 예우를 받아왔다. 노무현 정부에서는 차관급 자리가 더 늘어났다. 당시 검찰은 정권에 5년 내내 도전했다. 그리고 행정부와 지자체에 검사 파견이 점점 늘어났다. 이명박-박근혜 시절에는 검판사 출신 정치인들이 전성기를 누린다. 박근혜 정부 때 47석이던 검사장 자리는 문재인 정부 들어 43석이 됐다. 검사장급들은 2019년 10월 관용차가 폐지되고 12월 차관급 예우가 사라졌다. 2022년 현재 공식적으로 차관급 이상 예우를 받는 사람은 법무부 장관, 차관, 장관급 대우를 받는 검찰총장 등 총 3명이다. 한편 사법부는 2017년 2월 고등법원 부장판사급 법관이 167명이었지만 김명수 대법원장이 2019년 2월 정기 인사부터 고법 부장판사 신규 보임을 중단했다. 이후 고법 부장판사제가 폐지되면서 현재 차관급 대우를 받는 법관은 11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이들은 직급과 호칭에 지금도 매우 민감하다.

한편 국회의원은 차관급이다. 많은 급여, 예우, 특혜를 받는다. 이들은 여야 없이 자신들의 입지를 강화하는 데 힘을 모으고, 서로 보호하기에 매우 익숙하다. 검사, 판사, 국회의원들이 누리는 파격적인 특혜의 본질은 무엇일까? 그것은 한마디로 ‘제도화된 뇌물’이다. 군부독재정권 시절부터, 집권세력이 자신들을 감시하고 견제할 권한을 가진 검찰, 법원, 국회를 ‘제도화된 뇌물’을 이용해서 매수하고 길들인 것이다. 그 결과, 검찰, 법원, 국회는 특권의식에 물든 기득권층이 되었다. 이는 제왕적 대통령제와 관련이 있다.

지방자치제의 문제

지방자치제는 1991년 지방의회만 선거로 구성되었고, 1995년 6월에 자치단체장 선거가 진행되며 본격화되었다. 이후 부정부패, 비효율, 전시행정 등이 문제로 지적되어왔다. 그중 단체장-지방의원-공무원-지역기업 간 부정부패는 끊이질 않았다. 김대중 정부 이후부터 국회의원이 비리 사건으로 구속되는 경우는 거의 없는 반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경우는 너무나 많다. 이는 이들에 대한 공천권을 정당의 지역위원장(주로 전현직 국회의원)이 행사하고, 이들이 ‘상납을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특히 단체장은 선거비용이 많이 든다. 이는 지방으로 갈수록 더 그렇다. 이 비용을 회수하기 위해 많은 단체장이 ‘무리’를 하게 되어있는 것이 현재 구조이다. 또 지방일수록 단체장-지방의원-공무원-지역 기업인 등은 혈연, 학연, 지연 등으로 얽혀 있다. 지방자치제의 원래 취지인 ‘주민자치’(풀뿌리민주주의)와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중앙정부로부터의 권한 이양 등) 중 후자가 압도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보통 ‘토호세력’이라는 말을 많이 사용한다. 특정 정당이 장악하고 있는 영남, 호남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선거제도의 개혁 필요성

첫째, 현행 국회의원 소선거구제는 국회의원으로 하여금 지역에 자기 기반을 만드는 일에 몰두하게 한다. ‘all or nothing’이기 때문이다. 이는 기초단체장-광역의원-기초의원을 본인이 장악해야만 되는 일로 만든다. 그래야 재선이 수월하기 때문이다. 또 이는 지방자치제와 연결되어 구조적인 비리와 토호세력을 만들게 된다. 소선거구제는 87년 체제의 산물이다. 이제 국회의원 선거제도는 비례를 대폭 늘리고, 지역구는 중대선거구로 바꿀 때가 되었다. 그리고 국회의원에 대한 예우와 특혜를 줄이고, 특히 ‘국민소환제’, ‘국민발안제’를 도입해야 한다. 직접 민주주의 요소를 강화해야 한다.

둘째, 광역/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에 대한 정당 공천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 우선은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부터 바로 시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 토호세력을 없앨 수 있고 국회의원이나 지역위원장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

셋째, 광역단체장과 지방경찰청장, 지방검사장의 ‘러닝 메이트’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광역단체의 집행력과 책임성을 높일 수 있고 경찰/검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방안이 될 수 있다. 같은 이유로 법원장 등으로 확대할 수 있다. 검사장 직선제 도입 논의가 나온 지 10년이 넘었다.

이상의 것들을 통해 ‘제도화된 뇌물’의 구조를 약화시킬 수 있다. 그리고 지방자치제(분권화)를 실제화할 수 있다. 한편 현재 한국인이 좋아하는 공무원은 집배원, 환경미화원, 소방대원뿐이다. 모두 하급직들이다.

(주5)

(주1)에서 본 것처럼, 현재 한국의 3계층 중 하층이 50%, 실제 중산층이 30%로 사회경제적 계층 하락이 심각하게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또 사회의식으로 볼 때 진보층 20%는 물론이고 합리성층 55% 중 상당 부분이 급진화하고 있다. 제3세력 지지 또한 커지고 있다. 이들은 국민의 힘은 물론이고 민주당도 거부하고 있다.

지금까지처럼 민주당이 주로 상위 20%까지의 의견을 주축으로 하고, 상위 50%를 포괄하려는 전략은(새 당대표가 된 이재명은 수년째 기회가 있을 때마다 ‘보수’를 자처한다. 민주당 주요 정치인들에게는 이런 사고가 익숙하다) 이제는 더 이상 ‘중원 차지’ 전략이라 부르기 어렵다. 그것은 사실상 ‘골짜기’이다. 국민의 힘과 치열하게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동안 기존 진보정당들의 입지를 하층과 진보층의 일부로 놓고, 그 급진성을(실제 급진적이지도 않았지만) ‘골짜기’라 조롱해온 것은 이제는 달라진 환경으로 인해 더 이상 가능하지 않다. 현재 ‘중산층과 서민의 당’이라는 민주당의 프레임은 설득력이 없다. 민주당의 정체성은 상층과 중산층의 상층으로 대중에게 경험되고 인식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2008년-2015년에 민주당이 ‘정치 자영업자들’이라 조롱받은 사실을 잘 안다. 2016년 민주당이 제1당이 된 것은 김종인의 역할과 안철수의 국민의 당의 출현과 양당의 선거 전략 때문이었다. 당시 진보적인 유권자가 가장 많은 호남은 압도적으로 안철수를 선택했다. 민주당의 미래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1년 4.7 서울시장 보선, 2022년 대선, 지방선거, 그리고 8월 민주당 당 대표 선거에서, 호남, 진보층, 합리성층의 상당 부분이 민주당을 거부하고 있다.

현재는 하층과 몰락하는 중산층을 위한 4대 과제가 실현되어야 할 절실한 시점이다. 이들을 위한 정책은 기존 민주당보다 급진적일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향후 분당할 경우 뛰쳐나오는 그룹이 급진적인 정책들을 꺼낼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낮다.) 그래야 ‘하층의 중산층화’, ‘중산층의 안정화’가 가능하다. 따라서 ‘없는 사람들’, ‘못 가진 사람들’, ‘비참한 사람들’에 기반하는 정치, 진보층과 합리성층에 기반한 정치가 현재 매우 유효한 상황이다. 이런 점들에서 새로운 정당의 성격은 ‘진보정당’이다.

(주6)

시민 정치 운동은 다음 몇 가지 사항을 가지고, 정당과 의회와 관계를 가지고 계속 진행되어야 한다.

첫째, 국회의원 소환제, 국민발안제의 도입이 중요하다. 유일하게 국회의원만 소환제가 없다. 유권자들의 뜻에 반해 엉뚱한 짓을 일삼는 국회의원들에 대한 소환제는 매우 중요하다. 민주공화국의 국민이 가져야 할 당연한 권리이다. 이는 국회의원들이 거부하고 있는 만큼 운동으로 진행해야 한다. 그리고 현재의 입법 청원을 넘어서는(현재는 입법 청원이 접수되어도 국회에서 진행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실제적인 국민발안제의 도입이 필요하다. 선거법, 개헌 등에 대해서도 공동 대응이 중요하다.

둘째, 국회의원의 활동 정보 공개

정부조차 정보 공개를 하는데 우리는 국회의원이 뭘 하는지, 그들의 홍보용 홈페이지나 SNS를 통해 알 수 있을 뿐이다. 국회의원은 정당이 세우고 국민이 만든 만큼 모든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 일정, 자료요구 사항, 서면 질문 사항, 입법 관련 등 정치 활동의 모든 것이 공개돼야 한다. 국회의원에 대한 시민 통제력을 갖는 운동이 필요하다.

셋째, 우리 사회는 IT를 활용하여 직접 민주주의를 어느 정도 실현하는 정책을 만들 수 있는 환경이 된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정당은 정책에 필요한 모든 정보를 시민에게 제공하고 이를 웹/앱을 통해 시민과 당원이 의견 개진 및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당원 및 시민은 의제들에 대해 스스로 학습해야 하며, 특히 당원은 교육받을 의무를 두어야 한다. 당직자나 선출직 공직을 맡은 이들에게는 기준을 정해서 학습과 연구를 의무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책 개발과 의제화 과정은 시민 사회를 활성화할 것이다.

넷째, 윤석열 정부는 거의 모든 면에서 역행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대중투쟁이 많아질 것이고, 정치투쟁이 고조될 것으로 예상한다. 이에 따라 새 정당과 시민 정치 운동은 공동으로 할 일이 많을 것이다. [이코노미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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