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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투명성과 성장성을 보장하라
3. 투명성과 성장성을 보장하라
  • 이원재 연구기자
  • 승인 2000.11.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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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자유치 성공비결…CEO자질·경영투명성·성장성에 자신있어야
요즘 자금조달하기 힘드시죠? 벤처캐피털들은 첨단주 주가폭락을 겪으면서 아예 발길을 끊었죠. 장외시장을 기웃거리던 기관투자가들은 코스닥기업에게서조차 눈을 돌렸죠. 창업 초기에 투자를 해준 엔젤이나 창투사도 추가투자는 어렵다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죠. 국내에서는 정말 돈줄을 찾아보기 힘드니, 시원시원하게 투자하는 외국인 자금에 눈이 가는 게 당연합니다.


외국계 금융권 자금은 한국 벤처기업들에 대해서 여전히 지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어요. 분위기는 희망적인 거죠. 한국에 지속적으로 투자해온 미국이나 홍콩계 투자은행이나 펀드들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유럽 쪽 투자자들도 적지 않게 한국을 방문해 정보를 수집해가곤 합니다.
하지만 관심이 바로 투자로 연결되는 것이 아닐 뿐더러, 그 투자가 바로 당신에게 연결된다는 것은 정말 꿈같은 일이겠죠. 그래서 요령이 필요한가 봅니다.
외국자금에 관심이 있다면 우선 그 특징부터 파악해야겠죠. 그리고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도 생각해야 되겠구요. 물론 가장 중요한 기업실사와 가격협상 과정은 투자받을 우리 기업을 어떻게 포장해야 하는지를 연구한 뒤 이어져야만 합니다.
외국인들은 푼돈은 별로 투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는 점을 먼저 알아둬야 합니다.
캐피털그룹 같은 대형 외국인투자회사는 6천억달러(720조원) 이상의 자금을 지역별·국가별로 나눠 전세계에 투자합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펀드매니저는 그리 많지 않아요. 자연히 우리돈으로 수조원~수십조원의 거금을 한사람이 운용하게 되는 경우가 흔하죠. 그러니 최소한 500만~1천만달러 규모 이상의 거래를 원하는 겁니다.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서죠. 5억~1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외국자금을 노린다면 미리 다른 길을 찾는 게 나아요. 투자하겠다고 나서는 자금의 성격은 미리 잘 따져봐야 합니다.
당장은 자금조달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투자자와 전략적으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가 돼야 합니다.
지난 3월 미국 캐피털그룹, 영국 아틀란티스, 일본 소프트뱅크에서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 시큐어소프트의 사례를 한번 보세요. 해외진출을 노리는 이 회사는 자금은 자금대로 조달하고, 미국, 유럽, 일본에 각각 거점을 마련해 현지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된 셈이죠. 그럼 어떤 기업이 외국자금에게 매력적으로 보일까요? 사실은 무엇보다도 테마입니다.
미국 투자유행을 읽으면 외국자금 흐름도 보입니다.
지난 3~4월에는 외자유치 전문가들에게 “미국 이베이와 같은 한국 기업이 있으면 투자하겠다”는 연락이 쇄도하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이베이 같은 경매 사이트가 미국 시장에서 엄청난 붐을 일으키고 있을 때였죠. 하지만 온라인 경매업체 주가가 폭락해버린 지금 그런 연락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습니다.
요즘은 미국 시장에서 나스닥 폭락기에도 JDS유니페이즈 같은 광통신업체들 주가가 상승세를 보인 뒤라, 네오웨이브 같은 국내 광통신업체들이 각광받을 가능성이 높죠. 외국투자자들이 투자분야를 결정할 때 가장 영향받는 것은 역시 미국 시장의 투자유행이라는 얘깁니다.
외국인 투자자를 설득할 때는 현재 매출이나 수익보다는 미래 성장성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지금 사업 아이템보다는 다음 것이 더 중요하단 얘깁니다.
투자여부를 검토하는 사람에게 지금까지 얼마나 잘해왔는지를 보여주는 것은 소용없다는 것이죠. 국내의 ‘잘나가는’ 학습지회사인 ㄱ사 예를 들어볼까요? 코스닥 등록 준비중인 이 업체는 최근 외국자금 유치를 시도했죠. 국내에서 얼마나 ‘잘나가고’ 있는지를 아무리 떠들어도 거들떠보지도 않더랍니다.
그런데 마지막에 한국·일본·중국의 교육열을 설명해주면서 중국 온라인 학습지 시장 진출계획을 내놓으니 눈이 둥그래졌답니다.
500만달러만 유치하려고 했는데 투자자가 1천만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나서서 아직도 협상중이랍니다.
반면에 외국인 투자가들이 가장 싫어하는 기업은 비관련 다각화를 많이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 곳입니다.
메디슨의 경우 상당한 기술력과 세계시장 진출 잠재력을 갖고 있는 훌륭한 기업인데도 잠시 유동성 위기와 주가폭락을 겪지 않았습니까? 사실여부야 어떻든 비관련 다각화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면서 외국 투자자들 사이에 평가가 나빠졌던 거죠. 사업 아이템 이외에 외국 투자가들이 가장 크게 보는 것은 CEO와 경영진의 자질입니다.
서류검토가 끝나고 별 하자가 없으면 CEO인터뷰가 이어지는데,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합니다.
회사 비전에 대한 분명한 확신이 있어야 하고, 이를 유창하게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외국어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금상첨화죠. 캐피털그룹 같은 깐깐한 투자자들은 CEO 이외의 경영진들도 비슷한 내용으로 따로따로 인터뷰를 합니다.
그러면서 경영진들이 얼마나 CEO의 비전에 동의하고 공유하고 있는지를 따져보는 거죠.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경영투명성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간다면 외국인 투자는 안 들어옵니다.
기준은 아주 엄격하죠. 미리 서류로 제출한 재무데이터와 실사 때 확인된 수치가 틀리다든지 하면 당연히 안되는 것이구요. 당연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요구한 구체적 미래사업계획이나 관련 시장조사 등의 자료를 너무 늦게 건네줘도 의심의 눈초리를 보냅니다.
없는 것을 급조해낸 것이 아니냐는 생각을 하는 거죠. 주요임원들이 친족으로 이뤄져 있으면 투명성 문제에서만큼은 최악의 평가를 받게 됩니다.
외자유치 과정에서 가장 마지막 관문이면서 가장 어려운 관문이 가격협상입니다.
대부분 경영자들은 자기 회사 가치를 높게 산정하고 있기 때문에 난항으로 흐르기 일쑤죠. 투자자와 2배 이상 차이나는 가격으로 지분매각 가격협상을 시작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그래서 일부러 양쪽 모두 금융자문사 등의 대리인을 보내 협상을 벌이기도 합니다.
결국 고집을 얼마나 꺾느냐가 외자유치의 성공여부를 가릅니다.
그런데 회사가치에 대한 고집 때문이 아니라 회사 소유권을 고집하느라 협상이 깨지는 경우도 종종 보입니다.
브라운관 처리소재를 생산하는 코스닥등록업체 ㄷ사를 예로 들어볼까요? 현재 주가는 3500원선인데 1만원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려 시도했습니다.
해외 쪽 인수자도 찾았습니다.
인수의사도 있다고 했죠. 문제는 5천원대를 요구했다는 것이었습니다.
회사는 물러서지 않았는데, 이유를 알고 보니 지분이 20% 정도에 머물고 있는 대주주 때문이었습니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금액을 주당 5천원선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면 대주주가 소유권을 잃어버릴 판국이 된 거죠. 1만원은 필요한 액수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금액이었던 겁니다.
이럴 땐 좀 마음을 열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기업을 키우기 위해 대주주 자리까지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려야만 자금유치가 가능한 경우도 생깁니다.
창업주가 원래 아주 돈이 많은 사람이 아니었다면, 외부 자금을 조달해 기업을 키워가는 과정에서 지분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 입장에서 성장을 선택하느냐, 대주주 입장에서 소유를 선택하느냐의 갈림길이 언젠가는 생긴다는 얘기죠. 외국자금에 접근할 때는 먼저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외국계 대형증권사들이나 소프트뱅크 같은 인터넷 전문 투자회사를 접촉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아무래도 그들이 많은 소스를 갖고 있죠. 물론 국내 증권사나 소규모 부티크들에게도 뛰어다녀야죠. 실패하더라도 접촉 자체가 큰 경험이 됩니다.
많은 경우 국내외 인맥을 통해 투자유치협상이 시작되지만, 인맥이 결론까지 책임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부지런한 새가 모이를 먼저 보고, 이 가운데 실력있는 새가 모이를 주워먹게 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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