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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해부] 라이코스코리아 가종현 사장
[CEO해부] 라이코스코리아 가종현 사장
  • 김상범
  • 승인 2000.07.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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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할 수 있는자세가 가장 큰 힘"
* 가종현 1967년 출생 1991년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졸업 91~92년 삼성 휴렛팩커드 재직 92~94년 미국 시카고대학 경영학 석사 94~97년 미국 뉴욕대학 법학박사 96~2000년 미국 Skadden, Arps 법률사무소 재직(M&A 및 기업재무 전문 변호사) 2000년 2월 미래산업 입사(경영지원팀장) 2000년 5월 라이코스코리아 대표이사
이경전 : 라이코스는 엔터테인먼트 포털을 지향하는 겁니까. 가종현 : 엔터테인먼트를 재정의하고 싶습니다.
지금까지는 한쪽에서 일방적으로 다른쪽에 즐거움을 전달하는 것이었다면, 이제는 서로 즐거움을 교환하는 게 중요합니다.
또 단순하게 오감을 통해 즐기는 것보다 생활 속에서 어떻게 즐겁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느냐가 중요합니다.
이경전 : 엔터테인먼트라는 것이 돈이 많이 드는 사업인데요. 끊임없이 이벤트를 만들어야 하고, 그런 면에서 인터넷 비즈니스로는 매력이 덜한 것 아닌가요. 가종현 : 포털은 무엇보다 광고매출이 제일 중요합니다.
광고만 해서 다 망하지 않겠느냐 하지만 라디오나 TV를 보면 그렇지 않죠. 라이코스도 광고 수익이 중요한데 단순히 페이지뷰를 올리는 것에 집중하지 않습니다.
라이프 스타일을 창조해 라이코스는 이런 사이트이고 이런 특성을 가진 사람들이 들어오는구나 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난 라이코스에 광고해’라고 자랑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다른 사이트에 비해 광고단가도 차별화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그래서 페이지뷰를 줄이는 것이 목표입니다.
들어와서 못 찾고 헤매면 페이지뷰 올라가는데, 한 페이지에서 원하는 것을 다 찾을 수 있으면 왜 돌아다니겠습니까. 똘똘한 한 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커스터마이제이션 연구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올 연말쯤되면 우리의 서비스를 하나로 통합한, 커스터마이제이션된 사이트가 선보일 겁니다.
이경전 : 아무래도 충성도가 높은 고객 유치가 중요할 텐데 라이코스 사이트를 보면 굳이 회원가입을 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가종현 : 많은 서비스를 사람들이 쉽게 들어와서 볼 수 있는 그런 기반을 만들고 싶습니다.
사실 콘텐츠 보는데 왜 일일이 로그인을 해야 하나요. 뉴스 들어가는데 왜 로그인을 해야 하나요. 짜증나는 일이죠. 사용자의 기분을 생각해 그런 것들을 일부러 없앴습니다.
충성도의 경우 좋으면 들어옵니다.
콘텐츠로 승부할 겁니다.
이경전 : 라이코스 본사 자체가 라이코스 네트워크라 할 정도로 제휴를 많이 강조하고 있습니다.
라이코스코리아도 최근 많은 제휴를 맺고 있는데, 제휴 원칙이랄까, 선정 기준이랄까 그런 것은 어떤 것입니까. 가종현 : 내부에서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보고 그 중에 빈 공간이 발견될 때, 그 분야에서 최고라고 생각되는 콘텐츠 업체나 서비스 업체와 제휴를 맺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경전 : 최근에 대표가 되셨는데 왜 발탁됐다고 생각하십니까. 제 생각에는 라이코스가 제휴를 활발히 하는 전략을 취하기 때문에 국제적 감각이나 경험이 있는 사람, 제휴 역량이 강한 사람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가종현 : 글쎄요, 국제경험이니 분석력이니 그런 것보다는 라이코스 사람들과 잘 어울리니까 시킨 것 같은데요. 저희는 회사가 아니라 동호회입니다.
저는 동호회 회장이구요. 저는 조직관리가 아니라 업무 흐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죠. 맨 위에 사장이 있고 그 밑에 전무, 이사, 부장 이렇게 수직적 관계가 아니라, 맨 위에 네티즌이 있고 그 팀에 네티즌에 서비스하는 웹피디들이 있고, 그 밑에 웹피디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있고, 저는 그 밑에서 그런 업무들이 잘 이루어지도록 코디네이팅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경전 : 변호사에서 인터넷 기업의 CEO로 변신했는데, 그런 점에서 전문경영인의 영입이라고 보기에는 어렵다고 할 수 있겠군요. 이런 우려에 대해 어떻게 대답하시겠습니까. 가종현 : 동료 변호사들은 변심이라고 하더군요.(웃음) 사실 전 전문경영인이라는 것 자체도 모호한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말단 직원으로 시작해 20, 30년을 거쳐 관리자가 된 사람이 전문경영인인가, 오너와 차별성을 강조하기 위해 부르는 것이 전문경영인인가,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고 대기업에서 트레이닝 받고 컨설팅을 하다가 들어오면 전문경영인인가, 아주 애매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경영학 석사(MBA)도 마쳤지만, 그것보다 변호사 시절 인수합병이나 기업공개 분야에서 주로 일했습니다.
휴렛팩커드에서 마케팅 업무도 해봤고, 그 때문에 하이테크도 접했죠. 전문경영인이라는 사람들이 과연 그런 트레이닝을 했는지 오히려 의문이 듭니다.
이경전 : 라이코스에는 ‘킬러 애플리케이션’(킬러 앱)이 없습니다.
라이코스 하면 딱히 떠오르는 것이 없다는 말이죠. 가종현 : 포털에게 킬러 앱은 얼마나 빨리 사용자의 입맛에 맞는 서비스를 만들어내고 개선할 수 있는가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오히려 내세울 만한 킬러 앱이 없는 것이 라이코스의 강점이 아닐까요. 킬러 앱이 있으면 거기에 매몰되잖아요. 이경전 : 고객의 요구를 빨리 좇아가는 전략이라는 설명이신데 일부러 그런 전략을 구사하는 겁니까, 아니면 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겁니까. 가종현 : 지구 역사를 봐도 최후까지 생존하는 생물은 힘이 센 놈도 아니고 먹이를 조금 먹는 놈도 아니고, 결국 변화에 얼마나 빠르게 자신을 환골탈태할 수 있는가가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자의건 타의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계속 바꿔나가는 작전을 쓰고 있습니다.
킬러 앱을 키우는 것이 아니고 우리는 다 해야죠. 다 할 수 있고요. 새로운 아이템이 나오면 빨리 내놓을 수 있는 것이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경전 : 그것이 라이코스의 핵심전략이라면 그 변화를 어떻게 모니터링하십니까. 가종현 : 모니터링 요원도 있고 제 자신부터 인터넷 마니아가 되고자 합니다.
저는 라이코스에서 파도타기 왕자가 되고자 합니다.
웹 서핑을 늘 계속해 어떤 식으로 사이트가 변하는지,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 보고, 전문가들을 모셔다 자문도 듣고 그렇게 계속 해야죠. 이경전 : 라이코스코리아의 강점이라면 라이코스라는 미국의 파트너가 있다는 것일 텐데 실제 어떤 도움이 되고 있나요. 가종현 : (갑자기 우산을 꺼내들고)라이코스 네트워크는 이 우산 같은 겁니다.
금전적으로도 도움이 되는 것이 사실이고, 콘텐츠를 공유할 수도 있고, 놓치고 있는 것들을 보완해주기도 하고 말이죠. 하지만 우리가 어떤 비즈니스를 할 때마다 미국에 일일이 보고하고 다시 피드백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유연성있게 하지요. 또 좋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면 그쪽에다 팔기도 하고요. 라이코스재팬에 일본 장기나 마작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팔기도 했고 계속 그렇게 할 겁니다.
이경전 : 우리 인터넷 비즈니스가 미국보다 오히려 앞서간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고 애플리케이션도 한국에서 오히려 검증이 빠르다는 얘기들을 합니다.
일부의 주장일 수도 있는데 라이코스코리아 입장에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가종현 : 몇몇 아이템은 저희가 여기서 애플리케이션을 돌리면서 거기에 우리의 노하우를 축적하고 있기 때문에 저쪽에서도 존경하는 시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페이지뷰 측면에서는 닷컴 뒤를 이어 라이코스 네트워크에서 제일 크고, 아시아에서는 맹주이기 때문에 우리가 얘기하면 들어줍니다.
특히 아직 준비가 덜 됐지만 모바일과 인터넷 접속은 우리가 앞서갈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우리보다 모바일이 뒤지고 일본은 우리보다 인터넷이 뒤지니까요. 이경전 : 수익모델이라는 화두에는 어떻게 대처하고 있습니까. 가종현 : 수익 패턴을 좇아가는 게 우리의 전략입니다.
어떤 커다란 대명제 아래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고 계속되는 변화 속에서 패턴을 읽어가며 적절히 대처한다는 것이지요. 전자상거래도 한축이고요. 커다란 패턴을 읽고 얼마나 빨리 대처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우리는 규모의 경제의 틀을 만들어놨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자신있습니다.
처음이 어렵지 이만큼 만들어놓으면 수익모델은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경전 : 포털 서비스들이 냅스터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것 같은데요. 메신저를 대부분 채용하고 있고요. 라이코스는 메신저 서비스 안 하시죠. 가종현 : 다음달부터 시작할 겁니다.
이경전 : 포털들이 최근 타깃 마케팅을 강조하면서 고객과의 일대일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라이코스도 미디어라고 보는데 타깃 마케팅 전략은 어떻습니까. 가종현 : 저는 타깃 마케팅을 아주 위험하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정크메일 오면 굉장히 싫어하는게 사람들의 속성이거든요. 너무 자세하게 커스터마이징을 해서 마케팅을 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온다고 봅니다.
그것보다는 이 콘텐츠를 보는 사람들은 이런 데 관심이 있고, 이런 걸 좋아할 것이다 하고 콘텐츠 자체에서 해결하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봅니다.
최대한 넓은 범위에서 커스터마이제이션하는 게 낫지, 너무 자세하게 일대일 마케팅이다 해서 마케팅을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경전 : 강요하기보다 자연스럽게 끌어들이는 것이 좋다, 개인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최대한 구색을 늘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인 것 같군요. 기본적으로 미디어 전략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군요. 야후나 라이코스 같은 몇몇 기업만이 할 수 있는 전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가종현 : 그렇습니다.
저희니까 할 수 있는 전략입니다.
다른 닷컴과 똑같이 움직이면 바보죠. 이경전 : 라이코스에 대한 비판 가운데 하나가 제휴를 맺고 나서 제휴한 회사의 페이지뷰를 다 합해서, 그렇게 해서 1등이 됐다고 하는 지적이 있습니다.
가종현 : 지금은 저희 것만 산정을 하고 무의미한 페이지뷰 경쟁은 지양하고 있습니다.
다음이나 야후도 경쟁자로 보기보다는 인터넷을 같이 키워나가는 동반자라고 봅니다.
그런 경쟁자가 있으니까 인터넷 시장이 이만큼 커졌다고 생각합니다.
이경전 : 전자상거래 전략은 어떻습니까. 가종현 : 기본적으로 업체들에게 장터를 제공해주는 일반적인 포털의 전략과 같습니다.
전자상거래도 라이코스의 킬러 앱은 아니고 한축에 속합니다.
이경전 : 인터넷 사업의 특성을 무엇으로 보십니까. 선점효과가 확실한 반면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자가 쉽게 나올 수 있다는 측면도 있는데. 가종현 : 선점의 이점과 후발의 이점이 공존하는 이상한 모델이죠. 제가 보기에는 완급조절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빨리 가야 하지만 쉬어갈 때도 있어야 한다는 말이죠. 그런 속도조절이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우리가 이걸 개발했으니까 너희들 이거 먹어 하는 방식의 비즈니스는 안된다는 겁니다.
필요하다면 국밥집을 피자집으로 바꿀 수도 있는 그런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조직의 유연성과 스피디한 경영이 인터넷 사업에서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경전 : 라이코스의 최대 강점은 풍부한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 같습니다.
가종현 : 수익모델에 크게 연연할 필요가 없었죠. 그 강점을 어떻게 경쟁력으로 이끌어가느냐가 저의 최대 숙제입니다.
이경전 : 한국과 미국 합작회사라는 이미지가 주는 거부감 같은 것은 없을까요. 가종현 : 라이코스코리아는 마국 라이코스가 43.25%, 미래산업이 43.25%를 갖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대에 그런 파트너십이 있다면 좋은 것 아닌가요. 돈도 대주고 기술도 주는데 얼마나 좋습니까. 그런 점에서 야후코리아와 다르죠. 글로벌 네트워크란 점에서는 국내 포털과도 다르고요. 이경전 : 해외진출도 생각하고 있습니까. 가종현 : 좋은 애플리케이션이 있으면 판다는 것이 기본 전략입니다.
외국에서도 관심을 많이 갖고 있고 라이코스라는 브랜드가 있어 신뢰성면에서 유리하다고 봅니다.
이경전 : CEO로서 가장 큰 경영 현안은 어떤 것입니까. 가종현 : 그럴듯한 말로 얘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에게 월급을 많이 줄까가 제일 고민입니다.
인터넷 업계에서는 최고의 대우를 해주고 싶습니다.
무명 신인의 무기는 '패기'
[취재후기] 가종현 사장은 지난 2월 미래산업 경영지원팀장으로 입사해 3개월 만에 라이코스코리아의 CEO로 발탁됐다.
그는 전직 변호사이기도 하다.
인터넷 기업의 CEO로서는 흔치 않은 이력이어서 적지 않은 화제를 뿌렸다.
“처음에는 걱정도 많았는데 다른 인터넷 기업 CEO들도 다들 젊더라구요. 외국에서 10년 정도 살았기 때문에 국내 네트워크가 약하다는 것이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보니 선수들은 몇 안되는 것 같습니다.
후배로서 그런 선수들을 이제 만나려고 합니다.
” 가 사장은 초보 CEO에 대한 우려를 당당하게 받아쳤다.
인터넷 비즈니스와 관련된 질문에도 준비된 모습을 보였다.
별다른 막힘없이 자신의 생각을 자연스럽게 풀어갔다.
이따금 개구쟁이의 말투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자연스러움이었다.
막판에 좀 짓궂은 질문을 던져봤다.
“라이코스를 두고 광고로 승부하는 회사라는 비아냥이 적지 않다.
그런 얘기를 들으면 기분이 어떤가” 가 사장의 대답은 아주 빠르게 나왔다.
“더 승부하고 싶다.
” “라이코스가 먼저 시작했기 때문에 절대액이야 많지만 지금은 다른 기업들이 더 많이 쓰고 있다.
우리의 마케팅 전략을 지금은 많이들 따라오고 있지 않으냐.” 왜 따라하면서 비난하느냐는 것이다.
가 사장은 광고에도 선점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 많은 닷컴 기업들의 광 고 가운데 소비자의 기억에 남는 것이 얼마나 되나. 인지도면에서 우리는 성공했고, 앞으로도 공격적인 마케팅을 계속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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