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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 왕따종목들 '한풀이 장세' 시작되나
[머니] 왕따종목들 '한풀이 장세' 시작되나
  • 이정환
  • 승인 2000.07.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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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원정공 백산 등 중소형 장기소외주들 반란...유동자금들도 움직인다.

요즘 주식시장에는 반란의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1년반 넘게 시장의 관심에서 벗어나 있던 ‘왕따’ 종목들이 “공격 앞으로”를 외치고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도 IMF의 그림자를 벗어나지 못한 기업들, 실적호전에도 불구하고 굴뚝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버려졌던 ‘한맺힌’ 종목들이 반란의 주인공이다.



이제는 오를 때도 됐다 인식 확산
마침 금융불안도 가라앉았고 투신권도 숨통이 트였다.
외국인들도 적극적으로 매수에 가담하고 있다.
대형 우량주들은 거대한 매물벽을 마주하고 잠시 주춤한 상태다.
그 틈을 비집고 “이제는 오를 때도 됐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낙폭과대 저평가 종목들이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한달간 두배 이상 급등한 금융주와 증권주들이 먼저 분위기를 조성했다.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세원정공이 거기에 힘을 얻어 첫 깃발을 들었다.
세원정공의 주가는 6월23일 9700원을 단기저점으로 반등에 성공해 7월13일 현재 2만5천원까지 150% 이상 뛰었다.
마침 포드의 대우자동차 인수와 관련해 대우자동차 납품업체들의 주가가 일제히 치솟으면서 현대자동차 납품업체인 세원정공까지 덩달아 뛰어오른 것이다.
올해 들어 1만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지지부진했던 주가는 불과 보름 만에 99년 8월 2만3천원의 전고점을 뛰어넘고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난 5월 최저가(6200원) 대비 상승률은 300%에 이른다.
일부에서는 작전 의혹까지 제기했지만, 아무튼 세원정공이 낙폭과대 실적우량주에 대한 시장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만은 사실이다.
세원정공의 뒤를 이어 합성피혁 제조업체 백산이 ‘사고’를 쳤다.
백산은 현대전자에 반도체 가공용 패드를 납품하기로 했다는 루머가 전해지면서 6월22일 4250원에서 7월4일 7800원까지 두배 이상 급등해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루머는 결국 사실무근으로 밝혀졌지만, 백산의 단기급등은 중소형 개별주의 성장잠재력을 여실히 보여줬다.
99년 8월 거래소에 상장한 백산은 그동안 굴뚝산업으로 분류돼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최근 반도체 관련 신제품이 완성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업가치를 다시 평가받게 됐다.
백산은 3년 전부터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반도체 관련 사업을 추진해왔다.
신발용 합성피혁 업계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원활한 현금흐름을 기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거래소 굴뚝종목이라는 이유만으로 오랫동안 시장의 냉대를 받아왔던 것이다.
세원정공과 백산으로 촉발된 한맺힌 종목들의 반란은 중소형 실적우량주와 낙폭과대주 전반으로 번졌다.
창원기화기를 비롯해 대성산업, 경동가스, 삼천리, 동원산업 등 중소형 개별주들이 지난 5월29일 일제히 바닥을 찍고 추세반전의 신호를 보내고 있다.
과거 일부 재료보유주들이 산발적으로 순환매 양상을 나타냈던 것과는 달리 다수의 종목들이 유사한 패턴을 그리면서 전반적인 상승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우선 PBR(주가순자산비율)이 0.5 이하이면서 1년이 넘도록 전고점 대비 50% 이상 하락한 자산가치 우량주들이 돋보인다.
특히 대한전선이나 한국제지, 동원산업 등은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종목들이다.
20일 이동평균선과 60일 이동평균선의 괴리가 크고 주가가 바닥을 충분히 확인한 것으로 평가되는 대한페인트나 대성전선, 화인케미칼 등도 눈길을 끈다.
60일 이동평균선을 강하게 돌파한 롯데칠성, 태평양, 삼성SDI, 대성전선 등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수요급증에 따른 에너지 관련주들도 시장의 관심 대상이다.
창원기화기나 경동가스, 대한가스 등 가스업종은 도시가스 보급률 상승에 따라 영업호조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크게 저평가돼 있다.
가스업종은 업종평균 투자지표들이 시장평균의 절반에 불과할 뿐만 아니라 업종 내 인수합병의 가능성도 높아, 향후 시장의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롯데칠성이나 두산, 하이트맥주를 비롯해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의 소위 계절주와 한진과 대한통운 등 물류 네트워크 관련 종목들도 실적대비 장기소외주로 분류된다.
단타는 금융주, 중기적으로는 낙폭과대주 유효 삼성증권은 한술 더 떠 서머랠리를 대비한 유망 종목군을 발표하기도 했다.
우선 최근 상승탄력을 받고 있는 음식료 업종으로 제일제당, 동양제과, 농심이 선정됐고, 제약주로는 유한양행과 동아제약, 녹십자가 포함됐다.
전기기계 업종에서는 디아이와 대덕GDS, 삼성SDI, 코리아써키트 등이 들었다.
이밖에도 일련의 금융·증권주와 신도리코와 콤텍시스템, 자화전자, 한국타이어 등이 서머랠리를 이끌 장기소외 종목으로 꼽혔다.
삼성증권의 정현 연구원은 “지수가 단기조정을 받을 때는 우량 대형주를 지속적으로 편입하고 실적호전 예상종목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해나가는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최근에는 외국인들도 저가우량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 5월 7%에 머물렀던 삼성중공업의 외국인 지분율은 최근 14%까지 두배 이상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동안 삼성중공업의 주가는 3445원에서 6110원까지 두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외국인들은 이밖에도 삼성전기를 팔고 삼성SDI를 사들이고 있으며, 장기소외주였던 SK글로벌과 아시아나항공 등을 중점적으로 매입하고 있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몰리면서 이들 종목들은 연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이들의 한풀이 장세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적어도 850선에 걸려 있는 매물벽을 돌파하고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접어들기까지는 당분간 중소형주의 약진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세원정공이나 백산처럼 이미 최고점을 뚫어버린 종목들은 말할 것도 없고 겨우 상승세로 돌아선 한풀이 종목들도 뒤늦게 뛰어들기에는 명분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단순히 저평가돼 있다는 이유만으로 매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실적이 호전됐다고 해서 주가가 당장 오르는 것도 아니다.
시장의 흐름을 살펴 종목을 선별해야 한다.
대우증권 이상문 연구위원은 “워낙 많이 떨어져 있는 만큼 크게 잃을 염려는 없지만 화려한 대박 장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하고 “철저하게 기업의 가치만큼 올라가는 제한적인 시장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황당하게 저평가된 종목 선별해야 동부증권의 김도현 연구원은 더욱 부정적이다.
그는 “단순한 ‘저평가’ 정도로는 시장의 관심을 끌기 힘들고 정말 ‘황당하게 저평가’된 종목들을 선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단기매매가 극성을 부리는데다 안정적인 매수기반이 없어 중소형주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중소형 개별주를 사려거든 차라리 업종대표주나 금융주를 사라”고 조언한다.
다만 최근의 한풀이 장세가 시중의 유동자금을 끌어들이고 수급여건을 개선하면 한차례 활황장세를 기대해볼 수는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증권의 현정환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금융주를 사고 중기적으로는 낙폭과대 중소형주를 보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유행(시장의 흐름)에 뒤떨어지지 않는 세련된 의상(종목)을 입어야 파티(주식시장)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소 파격적인 의상이기는 하지만 한맺힌 종목들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도 유행에 뒤떨어지지 않는 한 방편이라는 것이다.
“이제 오를 때도 됐다 ” 종합주가지수가 850에서 870선에 걸쳐 있는 두터운 매물벽에 진입하고 본격적인 횡보국면에 접어들었다. 완고한 저항선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매수세력이나 새로운 주도종목이 나타나야 하지만 아직까지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없다. 마땅한 대안이 부재한 가운데 낙폭과대 저가우량주들이 일정한 추세를 형성하고 있지만 이 또한 주도종목으로 자리잡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산발적으로 발견됐던 개별주들의 움직임이 점차 유형화, 세력화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특징이다. 지난 5월29일의 625P를 저점으로 반등에 성공한 거래소의 가격대별 주가흐름을 살펴보면 특히 저가주의 상승폭이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대우증권 이영원 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개월여 동안 5천원 미만의 저가주의 상승폭이 30%에 육박한 반면, 5만원 이상의 고가주는 11% 가량 상승하는 데 그쳤다. 지난해부터 문제됐던 주가차별화 현상이 혹독한 조정을 거치면서 점차 해소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같은 현상은 핵심 블루칩을 비롯한 정보통신 관련주, 코스닥 등의 주도세력에 대한 시장의 자신감이 약화된데다 투신권이나 외국인의 편식 또한 일정부분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진 동양증권 연구원은 “아직까지는 기업별로 선발적인 움직임에 한정돼 있지만 향후 일정한 테마를 형성하고 동반 상승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편 현대증권의 오현석 연구원은 “증권주를 선두로 한 낙폭과대주의 상승기조는 계속되겠지만 시중 부동자금이 본격적으로 유입되기까지는 순환매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당분간 ‘저가매수, 차익실현’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결국 한동안 한풀이 종목 위주의 횡보 장세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예상치 못한 돌발 악재의 출연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외국인 순매수가 살아나고 있고 금리의 하향안정세와 무역수지 개선, 기관의 매수여력 확대 등을 고려할 때 매수기조의 유지는 여전히 유효할 것이다. 높은 투자위험에다 작전의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지만 일단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낙폭과대 장기소외주를 주목할 시점인 것만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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