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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왑기반 무선인터넷 열기 후끈
[독일] 왑기반 무선인터넷 열기 후끈
  • 손영욱
  • 승인 2000.08.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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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속도 비싼 이용료에도 사용자 쑥쑥...IMT-2000으로 가는 과도기라는 분석도
“오늘 저녁엔 어떤 반찬을 준비하지?”
슈퍼마켓에 들른 독일 주부 슈미트는 잠시 고민하다 장바구니 속에서 무선인터넷폰을 꺼내 ‘국수’를 입력한다.
그러자 알파벳 순으로 ‘비빔국수’ ‘스파게티’ 따위의 갖가지 요리법이 얼굴을 내민다.
‘스파게티’를 누르자 이번엔 ‘더 자세한 정보’를 나타내는 아이콘이 뜬다.
아이콘을 누르니 요리에 필요한 재료와 양이 친절하게 화면을 채운다.
무선인터넷 이용자 2005년 1억8천6백만명 미하엘은 회사 동료의 휴대전화에서 노래가 계속 흘러나오자 왜 전화를 받지 않느냐고 고함을 친다.
그럼에도 핸드폰 소리는 멈출 줄을 모른다.
그제서야 미하엘은 휴대전화 멜로디가 요즘 한참 뜨고 있는 2인조 여성밴드 ‘Not Guilty’의 최신곡임을 알아챘다.
착신 신호가 아니라 무선인터넷으로 제공하는 노래였던 것이다.
‘Not Guilty’는 세계 최초로 1곡에 1마르크 정도만 받고 휴대전화로 신곡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했다.
CD와 뮤직비디오는 한참 뒤에 발매할 예정이다.
유럽에서 왑(WAP·Wireless Application Protocol)기반 무선인터넷폰의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왑기반 무선인터넷폰이 이동통신시장을 이끌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용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기 시작하면서 업체들의 서비스들도 기발하고 다양해지고 있다.
왑미, 유어왑, 왑잭, 퍼니왑 등 무선인터넷 서비스 제공 회사들은 사용자들에게 무선 이메일, 유머, 주식정보, 교통안내, 서적 주문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왑기반 무선인터넷폰의 보급이 문자정보 서비스를 제공했던 당시의 양상과 비슷하다고 말한다.
처음엔 이용자들이 사용을 주저했지만 갈수록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시장에서의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점점 이윤이 줄고 있는 이동통신업체들에게 희소식이 날아든 셈이다.
왑 서비스 제공업체들도 새로운 금맥을 발견한 것처럼 흥분하고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모니터는 현재 1억5천만명인 유럽의 이동전화 사용자 수가 2005년엔 2억7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 가운데 69%인 1억8600만명은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할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IDC도 2002년 말께면 이동통신으로 인터넷에 접속하는 이용자가 유선인터넷 이용자를 앞지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하반기부터 판매되는 모든 휴대전화에 무선인터넷 기능이 추가될 것이라고 IDC는 예상한다.
왑은 이동통신업체 및 노키아, 에릭슨, 지멘스, 필립스와 같은 단말기 제조업체, 그리고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등 200여 회원사가 지원하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표준을 말한다.
왑을 이용하면 문자 위주로 된 특정한 인터넷 사이트를 탐색할 수 있고, 이메일을 주고 받을 수 있다.
게다가 각 기업 고유의 데이터베이스를 온라인으로 이용할 수 있다.
왑기반 무선인터넷이 완벽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특정 이동통신업체가 제공하는 왑포털은 그 회사 고객만이 접속할 수 있다.
따라서 이동통신업체끼리 호환이 불가능하다는 불편이 있다.
또한 단말기 제조회사들도 각각의 고유한 브라우저를 탑재한 단말기를 제공하고 있어, 광범위한 왑 서비스를 이용하기엔 기술적으로도 한계가 있다.
현재의 기술 수준으로는 작은 용량의 정지화상 정도만을 제공할 수 있으며, 유선인터넷과 같은 수준의 동영상을 제공하려면 아직도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무엇보다 이용자들이 불편해하는 것은 전송속도다.
현재 전송속도는 9.6Kbps로, 20여년 전 팩스를 처음 전송할 때의 속도와 비슷한 편이다.
유선인터넷의 초고속통신망에 익숙한 사용자들은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요금 또한 분당 210원 정도로 지나치게 비싼 편이다.
접속하는 데만 20~30초가 걸리고, 원하는 정보를 얻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그나마 중간중간에 연결이 자주 끊겨 속을 상하게 한다.
이런 사정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왑기반 무선인터넷폰을 이용하는 비용은 유선 요금의 약 10배에 이른다고 사용자들은 말한다.
다양한 인터페이스, 서비스 속속 선봬 엄청나게 비싼 이용료에도 호기심 많은 기업들은 무선인터넷폰을 사용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워낙 이용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독일의 한 회사는 모든 직원에게 무선인터넷폰을 지급했다.
외근을 나간 직원들은 노트북없이도 어느 장소, 어느 시간에나 회사의 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스케줄을 확인할 수 있다.
또다른 회사는 직원들이 계약상담을 할 때 상품의 재고량과 납품기일 등을 무선인터넷폰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비싼 이용요금에도 성과가 대단히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한다.
왑기반 무선인터넷폰의 열기가 높아지면서 다양한 서비스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지난해 여름 설립된 베를린의 ‘스페이스투고’(Space2Go)라는 회사는 컴퓨터와 오거나이저(개인정보관리 프로그램), 그리고 무선인터넷폰간의 데이터를 동기화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모바일 오피스’라고 불리는 이 서비스를 이용하면 컴퓨터에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웃룩 정보를 휴대전화로 불러 사용할 수 있다.
회사 사이트에 접속해 등록만 하면, 그곳에 자신의 데이터를 저장하고 언제 어디서나 컴퓨터나 휴대전화로 접근할 수 있다.
사용자는 이동통신 전화요금만 내면 무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모바일 오피스는 현재 사용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유통, 은행, 보험업계의 반응이 좋다.
왑포럼의 후트마허 대변인은 모바일 오피스가 무선인터넷 서비스에 한획을 그었다고 말한다.
“수백만명의 사람이 데이터와 주소, 전화번호를 사무실 컴퓨터에서 집 컴퓨터로, 다시 개인정보관리 프로그램이나 휴대전화로 옮겨야 하는 수고를 덜게 했다.
” 독일의 ‘리빙시스템’은 무선인터넷으로 경매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회사는 독일 내 화물차의 50~ 60%가 빈차로 다닌다는 사실에 착안해, 휴대전화를 이용한 경매를 통해 운송회사와 화물발송 의뢰 회사를 연결시켜 주고 있다.
리빙시스템이 화물발송 의뢰 회사가 제시한 운송구간과 화물내용 및 시장가격을 입력해 휴대전화로 전송하면, 최저가를 제시한 운송회사가 화물을 맡는 방식이다.
기업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인 ‘SAP’는 외근 직원이 갑자기 출장을 가게 됐을 때 휴대전화로 회사 여행데이터베이스에 접속해 비행기나 기차시간표를 확인하고 예약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회사쪽은 이 소프트웨어로 상당한 비용이 절감됐다고 말한다.
예약한 비행기가 날씨 때문에 출발을 늦추거나, 포기할 경우, 휴대전화를 통해 경고를 해주는 ‘푸시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시장의 반응은 무궁무진? 리빙시스템 카머러 사장은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가 부족하지는 않다.
이제 시장의 폭넓은 반향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말한다.
이는 왑기반 무선인터넷폰의 성장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자신감의 표명이기도 하다.
물론 한편에서는 왑이 IMT-2000으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체제일 뿐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유럽에 불고 있는 왑 열풍이 쉽사리 사그러들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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