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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중고차 수출 드라이브 ‘쌩쌩’
[비즈니스] 중고차 수출 드라이브 ‘쌩쌩’
  • 권태호/ <한겨레> 경제부
  • 승인 2001.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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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균 20% 이상 꾸준한 상승세… 제3세계 국가 중심 수요 늘어날 듯 몽골, 베트남, 요르단, 페루, 칠레 등의 길거리에서는 ‘제일학원’, ‘다솜유치원’, ‘신진택시’ 등의 한글 글자도 뜯지 않은 버스, 택시 등을 길거리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중고차 수출이 최근 몇년 사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결과다.
중고차 매매상들의 모임인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중고차 수출량은 모두 5만320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증가했다.
승용차가 2만4137대로 8.8% 줄어든 반면 승합차는 1만5570대로 78%, 화물 및 특수차는 1만3497대로 56%나 상승했다.
중고차 수출은 연간 3억~4억달러 이상의 외화를 벌어들이고 있는 효자 수출산업으로 점차 자리매김하고 있을 뿐 아니라 폐자원의 재활용과 처리라는 일석이조의 효과까지 거두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고차 수출은 1993년 1만1천대, 95년 2만1천대, 97년 3만6천대 등으로 서서히 증가세를 보여오다 97년 말 외환위기 이후 원화가치가 하락해 가격경쟁력이 확보돼 98년 8만대선으로 올라섰으며, 올해는 1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중고차 수출지역은 베트남 등 동남아, 시리아·요르단 등 중동, 수단·라이베리아 등 아프리카, 멕시코·페루·칠레 등 중남미 등 제3세계 지역들이 중심이다.
수출 비중을 보면 대략 중남미 40%, 중동 30%, 동남아·아프리카 등 기타 지역 40% 등이다.
차종별로는 중남미에는 티코·라노스·누비라·엑센트·아반떼 등 중소형차, 중동에는 레간자·쏘나타 등 중형차, 그리고 베트남, 러시아에는 버스 등의 중고차가 주로 수출되고 있다.
페루에서는 티코가 시내 택시로 이용되고 있기도 하다.
중고차 수출업계는 최근 몇년간 국내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카렌스, 카니발, 레조 등 미니밴과 외국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싼타페 등도 곧 중고차 수출시장에서 급부상할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중고차 수출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중고차 수출은 해외 네트워크망이 촘촘한 대우자동차쪽이 현대자동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욱 활발히 진행해왔다.
대우는 98년 종합상사인 (주)대우에 중고차수출팀을 두고 3천대를 판매한 것을 시작으로, 지금은 대우자동차판매 수출팀에 별도의 중고차사업 전담반을 운영중이다.
대우자판은 국내 중고차 도매상들로부터 중고차를 매입해 수출하는 방식을 취해 대우차 이외에 현대·기아·쌍용·르노삼성차까지 국내의 전 차종을 취급하고 있다.
대우자판은 올해 약 7천대의 중고차를 수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중고차 수출이 170만대에 이르는 신차 수출의 10%에도 못미치는 규모에 그치고 만 이유는 국내 중고차 수출업체의 영세성에 있다.
일본의 경우 중고차 판매시스템이 내수뿐 아니라 수출까지도 경매장을 통해 체계적으로 돼 있는데다, 특유의 관리가 철저히 진행돼 해외 중견업체, 중고차수출조합 결성 중고차시장에서 최고의 가격을 받고 있다.
수명 5년의 국산차 경우 대략 새차의 30~40%선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데 비해, 일본차는 70%선에서 중고차 가격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국내 중고차 수출업계에서는 오히려 이런 이유로 한국산 중고차의 가격경쟁력이 더욱 높아져 앞으로 수출영역이 더욱 넓어질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기도 한다.
현재 300여개에 이르는 중고차 수출업체는 환율인상으로 가격경쟁력을 한껏 지녔던 IMF 직후에는 한때 1천여개 이상 난립했던 적도 있다.
이런 중고차 수출업체 난립은 한국업체끼리 가격인하 경쟁을 일으키기도 했고, 큰 물량을 소화하지 못하는 한편 납기일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는 등 적지 않은 문제점을 불러오기도 했다.
이에 지난 7월 대우자판을 중심으로 연간 500대 이상을 판매하는 중견 중고차 수출업체 30여개사는 ‘한국 중고자동차 수출조합’을 결성하고 본격 활동에 들어갔다.
이 조합은 연평균 20% 이상의 신장세를 보여온 중고차 수출이 대형화를 통해 경쟁력을 향상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따라 설립했다.
또 해외시장 개척이나 시장정보 수집 등을 공동으로 추진해 비용절감 효과를 거두고 업체별 선점지역은 상호보호 하는 등 공정한 상거래 질서를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무엇보다 한 회사가 취급하기 힘든 대량 수요를 분담해 전체 수출물량을 늘리는 한편 중고차 수출 전후방 연관지원업계인 검수, 보험, 물류, 경정비업체 등도 동반가입시켜 중고차 수출산업의 대외경쟁력을 종합적으로 제고할 수 있는 조직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이다.
조합 관계자는 “대형화를 통해 수출국가와 차종의 다변화를 이루면 중고차 수출도 수출산업의 한부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중고차 수출이 앞으로 계속 활발하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환율 등 경제여건의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대우자판 중고차전담반 장우원 대리는 “중국 등 상당수 국가들이 자동차 수입에 대해 엄청난 관세를 물리는 등 사실상 수출을 금지하는 나라가 적지 않고, 특히 중고차 수출을 아예 금지하는 나라도 늘어나고 있다”며 “중고차 수출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 경제여건이나 해당국가의 관련 법규 등에도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대형화 통해 대외경쟁력 제고 실제로 영세 중고차 수출업자들의 경우, 수입상들의 악의적인 클레임으로 회사가 도산하거나 대금을 떼이는 무역사기를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한편 중고차업계는 특히 최근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운행이 금지돼 쓸모없게 된 셔틀버스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백화점 13개점, 할인점 18개점 등 모두 31개점에서 운행하던 셔틀버스 500여대 가운데 직영차량 300여대를 롯데상사를 통해 중국이나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 수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신세계도 서울 본점, 강남점 등 전국 7개점에서 운영하던 지입차량 87대를 인수해 종합상사 등을 통해 해외에 내다파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도 서울 압구정 본점, 천호점 등 전국 11개점에서 운영하던 220여대의 셔틀버스 가운데 일부를 경매처분한데 이어 50여대의 직영차량의 수출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밖에도 뉴코아, 삼성플라자, 미도파, 갤러리아, 대구백화점 등 중형백화점들도 직영차량을 중심으로 외국에 수출하는 방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입차량 비율이 높았던 소형유통업체들도 지입차주들과 수출문제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체 셔틀버스는 대부분 고급인데다 관리상태도 좋아 수출이 유리하다”고 말했다.
운행중지 이전 전국에서 운행되던 유통업체 셔틀버스는 직영차량과 지입차량을 합해 모두 1500여대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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