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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hp가 노린 고차원 방정식
[비즈니스] hp가 노린 고차원 방정식
  • 유춘희 기자
  • 승인 2001.09.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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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가들 “시너지효과 없다” 대부분… 경쟁사 없애기 위한 적대적 M&A 가능성도 지난 1월 중순 정보기술(IT) 웹 뉴스 서비스인 에 올라온 뉴스 하나가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세계 PC시장을 뒤흔들어놓을 만한 ‘빅뱅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이다.
미국 증권사인 베어스턴의 분석가인 앤드루 네프는 “PC산업이 활력을 찾기 위해서는 가격경쟁이나 유통구조 개선 같은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고, 기업간 인수합병이 필요하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IBM은 PC사업을 델이나 컴팩에 넘기고 아웃소싱 같은 IT 서비스 분야에 치중해야 하며, 델은 IBM의 PC사업을 인수하거나 게이트웨이를 인수하면 좋다는 구체적 방안을 내놓았다.
그리고 게이트웨이는 델이나 NEC·도시바·히타치 같은 일본 업체에 회사를 팔아야 하고, 프린터 사업의 수익성이 좋고 소비자 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은 휴렛팩커드(hp)는 컴팩을 인수해 PC시장에서 우위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네프는 “PC시장의 침체 원인은 공급과잉에 따른 재고누적 때문”이라며 “PC 업체들이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려면 대형 기업간 통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의 이런 주장에 대해 대부분의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거들떠보지 않았다.
일부에서는 PC 업체의 주가가 너무 떨어진 데 따른 과민반응이라면서, 전혀 실현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얘기도 나왔다.
네프는 IBM과 hp의 상장에 깊숙이 관여한 PC산업 전문 분석가다.
PC·서버시장 점유율 1위로 등극 그로부터 7개월 뒤인 지난주에 그의 권고 가운데 하나가 실제 이뤄졌다.
hp와 컴팩이 250억달러 규모의 주식교환을 통한 합병을 선언한 것이다.
컴팩 1주당 hp 0.6325주로, hp가 컴팩을 인수하는 형식이다.
합병은 내년 상반기에 마무리되며 회사 이름은 ‘hp’를 사용한다.
hp 칼리 피오리나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컴팩의 마이클 카펠라스 CEO는 사장을 맡기로 했다.
통합 회사는 매출액 874억달러, 자산 564억달러, 영업이익 39억달러의 초대형 기업이 된다.
두 회사의 합병은 일부 사업부서의 빅딜이 아니라, 유명 회사가 통째로 인수합병된다는 점에서 세계 IT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만큼 파급영향이 클 것으로 보인다.
hp와 컴팩의 최근 1년 매출액 합계는 874억달러에 달해, 900억달러 수준인 IT 공룡 IBM을 위협하는 수준에 이른다.
이전까지 컴퓨터 업계에서 지난 98년 컴팩이 PC·중대형 컴퓨터 업체인 DEC를 96억달러에 인수합병한 것이 가장 큰 규모였다.
두 회사의 합병을 부추긴 것은 PC시장 침체였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만큼 가라앉은 PC 경기는 두 회사에 치명적이었다.
컴팩은 PC 서버를 포함해 매출의 절반을 PC시장에서 얻고 있고, hp는 이 비중이 32% 정도 된다.
지난 6년 동안 PC시장 점유율 1위였던 컴팩은 ‘박리다매’ 전략으로 시장을 넓힌 델컴퓨터에 올해 정상 자리를 내줬다.
지난 2분기 PC시장에서 델이 20.2% 성장한 데 비해, 컴팩은 -14.4%, hp도 -8.5% 성장했다.
2분기에 hp는 PC 사업에서 1억5천만달러의 적자를 기록했고, 컴팩 역시 1억5500만달러 적자를 내면서 이미 구조조정에 돌입한 상태였다.
컴팩은 PC 판매비중을 줄이고 중대형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서비스에 주력한다는 구조조정안을 발표했고, 6월에는 알파 칩 사업부문을 인텔에 넘기는 뜻밖의 조치를 했다.
hp 역시 올해 6천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두 회사가 합병을 통해 노린 효과는 당연히 수익구조 개선. 채산성이 떨어지는 PC 사업을 합쳐 시장 1위로 ‘자동으로’ 올라서고, 비용절감 효과를 내겠다는 것이다.
두 회사 경영진들은 합병 기자회견에서 2004 회계연도 중반까지 25억달러의 비용절감 효과를 얻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합병을 통해 중복비용을 줄여 생산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자신이다.
합병이 완료되면 합쳐진 회사의 PC시장 점유율은 단순합계로 20%를 조금 넘는다.
지난해 세계시장 점유율은 컴팩이 12.8%고 hp가 7.6%였다.
델컴퓨터는 지난해 10.8%였지만 2분기에 12.8%로 올라 현재 세계 1위다.
기업용 서버 시장에서도 합병 회사는 37%의 점유율을 보이며 델컴퓨터보다 두배나 많아진다.
따라서 합병사는 이러한 부진을 일거에 만회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복제품 많아 교통정리에도 1~2년 그러나 시장에서 둘의 합병을 보는 시각은 그리 희망적이지 않다.
1 더하기 1은 절대 2가 될 수 없다는 기업 인수합병의 원칙 때문이다.
시장조사 업체인 IDC의 기업분석가 호세 그레넘은 “두 회사의 합병은 IT 시장 위축이 깊고 길어지자 살아남기 위해 차선을 선택한 것 같다”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런 부정적 영향은 주가에 곧 반영돼 합병 발표 다음날, 전날보다 hp는 18.7%, 컴팩은 10.3% 떨어졌다.
반면 델은 4.35%, IBM은 1.54% 올랐다.
통합에 대한 시각이 이처럼 비관적인 이유는, 우선 이들이 돌파하려고 했던 PC시장의 침체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이들의 주력인 PC시장을 일으킬 만한 특별한 호재가 현재로선 없다.
윈도우XP나 2GHz 펜티엄 PC는 올 연말과 내년 초를 잠깐 달굴 ‘반짝이’로, 거대한 흡인력을 갖지 못했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PC 가격의 초저가화로 이윤이 거의 없는 매출구조도 걸림돌이다.
대부분의 분석가들은 두 회사의 주력 분야가 비슷한 상태에서 합병은 가치가 없다고 말한다.
US뱅콥의 분석가인 아석 쿠마는 “완전한 합병에 이르기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워낙 비슷한 분야가 많은 회사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 모두, 전체 매출의 최소한 3분의 1이 PC와 노트북, 서버에서 창출되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hp와 컴팩은 PDA(개인휴대단말기)에서부터 PC, 서버, 중형·대형 컴퓨터, 스토리지에 이르기까지 컴퓨터 장비 대부분에서 이제까지 가장 치열하게 맞닥뜨렸던 경쟁자였다.
운영체제에서도 자체 유닉스와 윈도우, 리눅스를 모두 아우르는 전략도 똑같고, 최근 서비스부문을 강화하는 것도 닮았다.
hp에서 생산하는 프린터와 디지털카메라 같은 제품 정도가 겹치지 않는 분야에 꼽히는 정도다.
결국 중복제품을 시장우위 위주로 통폐합해야 하는데, 이들 제품을 교통정리하는 데만 1~2년이 걸릴 것이란 예상이다.
실제로 이 작업의 어려움은 컴팩이 톡톡히 겪었다.
컴팩은 97년에 탠덤컴퓨터, 98년 DEC를 인수한 후 완벽한 제품과 인력 통합을 이루지 못한 후유증을 지금까지 겪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있다.
hp의 컴팩 인수가 시장에서는 충격적인 뉴스가 됐지만, 일부에서는 어느 정도 예견할 수 있었던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1개 대형 기업이 지속적인 인수합병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하는 전략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IT산업 분석가인 벤처테크의 유승삼 사장은 “시너지 효과는 당장 나지 않더라도 경쟁체제를 없애면서 시장을 과점하거나 독점하기 위해 합병을 추진하는 추세가 늘고 있다”면서 “hp의 컴팩 인수는 경쟁자를 적대적으로 합병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hp와 컴팩이 회사 통합으로 누릴 수 있는 이점은 시장점유율을 잃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운영, 마케팅, 개발, 생산 등의 부서를 합침으로써 고정 비용을 절감하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합병 뒤에는 점유율과 수익이 줄어드는 경향이 많다.
이를 극복하는 게 통합 회사의 최대 과제다.
어쨌든 두 회사의 합병은 자존심보다는 실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준 좋은 사례인 것은 분명하다.

국내지사 대규모 구조조정 불가피

본사 합병에 따라 한국hp와 컴팩코리아 역시 통합 작업에 들어갈 전망이다.
두 회사는 매출과 수익 면에서 글로벌 기업의 국내지사 중 손꼽히는 알짜기업으로, 뭉칠 경우 국내 IT 시장에 미칠 영향력이 상당해진다.
지난해 기준으로 컴팩코리아는 매출이 6500억원, 한국hp는 1조3500억원으로 시장 지배력이 막강하다.
한국hp는 여의도에 자체 건물을 갖고 900여명의 직원이 있으며, 컴팩코리아는 삼성동 아셈타워에 650명의 직원이 있다.
다행인 것은 본사 매출구조에 비해 한국 시장에서는 서로의 강약점이 구분되는 편이다.
우선 PC 사업에서 hp는 기업시장에 치중하는 경향이라 홈PC를 강조하는 컴팩과 차별화해 있고, 서버는 컴팩이 윈도우, hp는 유닉스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또 프린터를 중심으로 한 주변기기 시장에 hp가 강세를 보여 컴팩의 PC와 결합하면 소비자 시장에서 경쟁력이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PDA는 아이팩을 가진 컴팩이 hp 조나다를 앞서 있다.
어쨌든 이번 합병으로 한국지사는 본사 정책에 따라 대규모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아직 본사로부터 어떤 지침도 전달받지 못한 상태라 양사 직원들은 조심스럽게 득실을 따져보고 있다.
결국 1500여명에 이르는 인력은 축소가 불가피할 전망인데, 이것 역시 상대적으로 강점을 보이는 분야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통합 지사장이 누가 될지도 관심거리. 본사에서는 점령군인 hp가 주도권을 잡아 일단 최준근 사장이 유리한 것처럼 보이지만, 이 방식이 지사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컴팩의 강성욱 사장은 탠덤 지사장이면서 인수한 컴팩코리아를 역으로 접수한 사례가 있고, 흔치 않지만 3자를 통합 사장에 앉히는 경우도 있다.
시스코시스템이 60억달러에 스트라타콤을 인수했을 때 당시 두 회사 한국지사장은 부사장으로 내려앉고 홍성원씨를 통합 사장에 임명한 사례가 있다.
업계에서 hp 최준근 사장은 친화력과 조직관리 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고 있고, 컴팩 강성욱 사장은 적극적인 영업·마케팅력을 인정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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