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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휴대전화 소액결제 갈등 ‘점화’
[포커스] 휴대전화 소액결제 갈등 ‘점화’
  • 임채훈
  • 승인 2001.02.0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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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 “고객 서비스다”, 카드사 “금융시장 질서 혼란” 주장 팽팽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둘러싸고 이동통신사와 신용카드사가 맞붙었다.
정보통신부가 이동통신사업자에게 휴대전화 소액결제 대행서비스 사업을 해도 좋다고 승인하면서 양쪽의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린 탓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르면 기간통신사업자는 전기통신 사업 외에 다른 사업을 하고자 할 경우 정통부 장관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정통부는 이 조항에 근거해 이동통신사업자에게 휴대전화 소액결제 대행업을 겸업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신용카드 업체들이 발끈했다.
이번 승인으로 이동통신사업자들이 신용카드업에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됐다는 것이다.
물론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신용카드사의 이런 주장을 일축한다.
지난 7월부터 법적인 근거없이 휴대전화 소액결제를 대행해왔는데, 이번 승인을 통해 그 근거를 마련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신용카드사들은 소액결제 서비스에서 휴대전화가 신용카드 구실을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일단 물건을 구매하고 카드로 결제한 뒤 실제 대금은 나중에 지불하는 신용카드 방식이 휴대전화 소액결제에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동통신사들이 소액결제 대행서비스를 하기 위해서는 신용카드사업을 규정하는 ‘여신전문금융업법’에 근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국민카드 문준환 부장은 “이번처럼 여신전문금융업법을 피해 너도나도 실질적인 신용카드 사업을 하게 되면 금융시장 질서가 흐려진다”고 말한다.
이들은 18살 이상만 신용카드를 받을 수 있다는 조항도 무시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18살 미만의 청소년이 신용카드를 발급받는 결과를 낳게 되고, 결국 경제능력이 없는 이들 때문에 개인의 신용도가 급격히 나빠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신용카드 업계가 이렇듯 반발하는 이유는 물론 시장잠식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엄청난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이동통신사가 신용카드사업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경우 신용카드사들은 막대한 타격을 받는다.
카드사들은 특히 SK텔레콤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있다.
국내 이동통신 가입자의 50%가 넘는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는데다 SK의 ‘오케이캐시백’ 고객을 더한다면 시장을 독식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SK는 그룹차원에서 신용카드사업에 진출할 것을 공공연히 드러내왔다.



정부 입장 부처마다 엇갈려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카드사들이 지나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고 주장한다.
정통부에 겸업 승인을 요청한 것은 고객 서비스 강화 차원에서 이뤄졌을 뿐이라는 설명이다.
또 인터넷 콘텐츠 유료화를 위해서도 휴대전화 소액결제가 활성화되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이전부터 휴대전화로 거는 국제전화를 비롯해 각종 요금수납 대행을 해왔기 때문에 이제 와서 카드사가 이의를 제기한다는 건 온라인 결제시장을 독차지하려는 억지라고 깎아내린다.


정부의 입장은 부처마다 조금씩 엇갈린다.
우선 정통부야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반응이다.
정통부 서홍석 부가통신과장은 “이용자 편의를 증진시키기 때문에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금융감독원도 비슷한 자세다.
금감원 여전감독팀 김영기 과장은 “처음에는 카드사의 주장에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조사결과 별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재정경제부는 조심스럽다.
보험제도과 김진성 사무관은 “관련 시스템과 법률을 검토중”이라며 “적법성 여부는 추후에 발표하겠다”는 유보적 자세이다.


콘텐츠 제공업자와 이동통신사 사이에서 휴대전화 소액결제 시스템을 운영하는 다날과 와우코인, 모빌리언스 같은 서비스 업체들은 이번 논쟁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고 있다.
급격히 커지고 있는 휴대전화 소액결제 시장이 자칫 위축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하지만 이번 논쟁은 쉽게 사그라들 것 같지 않다.
SK텔레콤이 사업영역 확장에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고 논쟁의 종지부를 찍어줄 명확한 법규정을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은 “국내 휴대전화 사업은 이미 포화상태”라며 “m커머스를 비롯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최근 EBPP(온라인 지불결제)사업을 위해 SK텔레콤이 빌플러스라는 자회사를 설립한 것도 m커머스로 진입하기 위한 포석이다.
SK텔레콤은 장기적으로 금융업으로 나아갈 태세다.
이 과정에서 기존 금융업을 담당하던 신용카드사와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온라인 사업이 발달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사업이 잇따라 등장하지만 관련 법규는 제자리에 머물고 있어 이런 논쟁은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
온라인을 통한 새로운 사업은 기존 법으로 해석하기에 여러모로 맞지 않다.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영역을 확장하려는 신규 업체들과 기존 시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사업자들의 충돌은 다양한 영역에서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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