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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노키아, 성장세 이어갈까
[포커스] 노키아, 성장세 이어갈까
  • 최욱(와이즈인포넷)
  • 승인 2001.01.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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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기대치 달성 실패로 주가하락…3세대 휴대전화 교체 수요 잡는 게 관건
세계 최대 휴대전화 제조업체인 핀란드 노키아. 사람들은 흔히 노키아를 ‘통신업계의 지지 않는 별’이라고 부른다.
투자자들을 실망시킨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그런 노키아가 지난 1월9일 빛을 잃었다.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매출이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발표 때문이었다.
이날 노키아 주가는 뉴욕 증시에서 8.8%, 유럽 증시에서 8.7% 하락했다.


이 여파로 유럽 증시를 중심으로 통신업종이 일제히 하락했다.
경쟁업체인 미국 모토로라와 스웨덴 에릭슨은 말할 것도 없고, 통신서비스업체 스웨덴 텔리아, 도이체텔레콤, 프랑스텔레콤, 영국 보다폰 등이 맥을 못췄다.

통신용 반도체칩 제조업체인 텍사스인스트루먼트, RF마이크로디바이스, 소텍 등도 주가가 급락했다.
노키아가 세계 통신업계에 미치는 막강한 영향력을 가늠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사실 노키아의 지난해 실적은 그렇게 실망스런 수준이 아니었다.
노키아의 지난해 휴대전화 판매대수는 모두 1억2800만대로 99년보다 62%나 증가했다.
이는 노키아의 자체 전망치와 거의 일치하는 수준이다.
노키아가 잠정집계한 지난해 전세계 휴대전하 판매대수가 4억500만대, 성장률이 45%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놀라운 실적이 아닐 수 없다.
지나친 기대가 주가하락 불러 그럼에도 투자자들이 실망을 나타낸 건 노키아에 대한 시장의 기대치가 너무 컸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노키아의 지난해 휴대전화 판매대수가 1억3500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분석가들은 지난해 전세계 휴대전화 판매대수도 노키아의 집계보다 많은 4억1천만~4억2천만대로 전망했다.
한마디로 노키아를 너무 신뢰했던 것이다.
노키아의 어떤 면이 투자자들을 이처럼 맹목적 신도로 만들었을까. 세계 휴대전화 시장의 판도를 보면 쉽게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노키아의 세계 휴대전화 시장 점유율은 30%를 넘어서고 있다.
2위인 모토로라(16%)의 2배, 3위인 에릭슨(11%)의 3배에 달하는 수치다.
지난해 3분기 영업수익률도 19.6%를 기록해 경쟁업체들이 더 이상 추격할 수 있는 여지를 없애버렸다.
물론 노키아도 투자자들을 실망시킨 적이 있었다.
지난해 7월 말 노키아는 3분기 순이익이 예상에 못미칠 것이라고 발표했고, 주가는 하룻새 26%나 폭락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3분기 실적이 기대치를 넘어섰고, 투자자들은 다시 노키아를 외쳤다.
크레디리요네의 수잔 앤서니 분석가는 당시 “노키아야말로 소비자와 시장의 트렌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회사”라며 노키아를 추어올렸다.
그러나 올해 발표한 노키아의 시장전망치 달성 실패는 이전과는 다르다는 반론이 만만찮게 제기되고 있다.
유럽 휴대전화 시장이 포화상태에 도달했고, 미국의 경기가 둔화하고 있다는 점이 그런 주장의 배경으로 깔린다.
올해 휴대전화 시장 성장률이 다소 낮아질 것이고, 이러한 전반적 시장상황에서 노키아 역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물론 일부 분석가들은 이처럼 악화된 시장상황을 인정하면서도 노키아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메릴린치 아드난 아마드 분석가는 “노키아의 앞선 경쟁력을 볼 때 향후 시장점유율이 35%에 달할 것이다”라고 전망했다.
수잔 앤서니 분석가는 “시장의 기대치가 너무 과했다”라고 평가했다.
노키아의 실적과 전망이 모두 만족할 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노키아는 지난해 10월 본격 가격인하 전쟁을 선포했다.
시장성장률이 둔화하는 것에 대비해 경쟁업체의 시장을 빼앗아오겠다는 전략이었다.
시장성장률이 둔화하면 한 기업의 성장은 경쟁업체의 시장을 잠식하지 않고서는 담보될 수 없기 때문이다.
최대 경쟁업체인 모토로라와 에릭슨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시장점유율 확대전략은 아주 적절한 것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또한 어떤 상황에서도 노키아만은 지속적 수익을 낼 수 있다는 확신을 투자자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일종의 제스처이기도 했다.
노키아는 시장점유율 확대의 핵심이 교체수요에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기존 휴대전화를 신제품으로 교체하려는 수요를 잡는 것이 시장점유율 확대의 관건이라는 것이다.
특히 이 가운데 무선인터넷이 가능한 3세대(3G) 이동통신 휴대전화 수요가 얼마나 증가하느냐 하는 것이 앞으로 수년간 향배를 좌우할 전망이다.
노키아가 지난 1월15일 발표한 ‘9210 커뮤니케이터’ 휴대전화는 노키아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제품이었다.
노키아는 영국 심비안의 운영체제를 장착한 이 휴대전화를 오는 3~4월 유럽과 아시아에서 출시할 계획이다.
9210 커뮤니케이터는 컬러 스크린에 인터넷 접속기능, 이메일, 개인정보 관리, 워드 프로세싱,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 그리고 비디오 플레이어까지 장착한 혁신적 제품이다.
컬러 스크린의 경우 비록 일본 휴대전화 제조업체들이 1년 전부터 선보이기는 했으나, 9210 커뮤니케이터처럼 비디오 플레이어를 비롯해 숱한 부가기능을 갖춘 제품은 아직까지 없었다.
그동안 차세대 휴대전화 시장에서 일본 업체들보다 뒤진다는 우려를 한꺼번에 불식시킨 것이다.
노키아와 심비안의 이번 깜짝쇼는 차세대 이동통신 단말기 시장을 노리고 있던 마이크로소프트(MS)를 비롯한 PC 제조업체들에게도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MS는 이동통신 단말기 운영체제를 놓고 심비안과 경쟁하고 있었고, 컴팩과 휴렛팩커드는 MS의 운영체제를 장착한 휴대용 정보기기를 생산할 계획이었기 때문이다.
PC 제조업체들은 최근 PC 성장세가 한계에 도달했다고 판단하고 차세대 인터넷 접속수단인 휴대용 개인정보기기로 역량을 옮기는 중이다.
신제품 출시로 차세대 시장 노려 비록 9210 커뮤니케이터가 유럽의 2.5세대(2.5G) 이동통신 방식인 GPRS와 호환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지만, 노키아는 이번 출시를 통해 유럽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노키아는 이 휴대전화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당분간은 얼마 되지 않겠지만, 마진은 다른 제품에 비해 훨씬 높아 수익성을 개선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노키아는 지난해 12월 세계 휴대전화 가입자가 10억명을 돌파하는 시기가 예상보다 6개월 정도 빨라질 것이라며, 2002년까지 적용했던 연간 매출증가율 목표치인 25~35%를 2003년까지 연장했다.
노키아는 여전히 휴대전화 시장의 성장이 정점에 달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노키아는 2, 3위 업체인 모토로라와 에릭슨의 시장점유율을 잠식해 세력을 더욱 확대할 것이 확실시된다.
노키아는 자신의 예상대로라면 2001년에도 지속적 성장세를 구가할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우려대로 시장상황이 더 이상 호의적이지 않다면 노키아라고 해서 유아독존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계 통신업계는 노키아가 올해 악조건을 딛고 여전히 빛을 발하는 ‘지지 않는 별’이 될 것인지, 아니면 ‘성장률 둔화’라는 새벽에 스러지는 ‘빛났던 별’이 될 것인지 지켜보고 있다.
노키아의 손에 자신들의 운명이 얼마나 휘둘리는지를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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