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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PC 엑스포’에 열도 ‘흔들’
[비즈니스] ‘PC 엑스포’에 열도 ‘흔들’
  • 조장은/ JIBC회장
  • 승인 2001.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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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천후 불구 관람객 몰려… 윈도우XP·차세대 이동통신 ‘FOMA’ 가장 큰 관심 유례없는 가뭄으로 단수 얘기까지 오가던 일본에 태풍이 몰아친 9월19일 아시아 최대 디지털 전시회이자 미국의 컴덱스, 독일의 세빗과 함께 세계 3대 정보기술(IT) 전시회로 꼽히는 ‘제7회 월드 PC엑스포 2001’이 일본 마쿠하리 멧세에서 열렸다.
19~22일 나흘간 열린 이 전시회 주제는 ‘브로드밴드 사회를 여는 Big E로의 도전’이었다.
뉴욕과 워싱턴의 테러사건으로 많은 미국 업체들이 참가하지 못했음에도, 279개 해외 기업을 포함해 모두 792개의 전시 부스가 설치돼 성황이었다.
악천후로 입장객 수가 많지 않을 것이라던 예상과 달리 실제 입장객 수도 지난해에 비해 30% 이상 늘어난 50만명 가량으로 집계됐다.
입장객 수 지난해보다 30% 증가 전시회 개장 첫날 무려 6만명이라는 인파가 몰려들었다.
이는 바로 윈도우XP와 NTT도코모의 차세대 이동통신 ‘포마’(FOMA:Freedom Of Mobile Multimedia Access) 덕분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6미터 높이의 무대를 만들어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았다.
한국에서는 윈도우의 새 버전이 나온다거나 그 어떤 새로운 운영체제가 등장한다고 해도 언론 외에는 그리 호들갑을 떨지 않지만, 이곳 전시회를 찾은 일본인들은 모두 흥분된 표정으로 윈도우XP 설명회를 비디오 촬영까지 해대며 열심히 듣고 있었다.
윈도우XP는 일본에서 11월16일 발매될 예정이지만, 아마도 그 전날부터 판매점마다 누구보다 먼저 이것을 이용해보려는 사람들이 몇백미터씩 줄을 설 것으로 예상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전시회 입장객 모두에게 윈도우XP 트라이얼 버전을 나눠주었는데, 이걸 받으려면 한참 줄을 서야 했다.
그럼에도 주위를 둘러보니 전시장 안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99%가 윈도우XP 쇼핑백을 들고 있었다.
잡지들도 벌써 지난달부터 두꺼운 별책부록으로 활용방법 설명서를 제공하는 등 일본 내 윈도우XP 붐은 어마어마하다.
일본 PC 사용자들은 ‘하루라도 빨리 윈도우XP를 내 PC에 설치하는 것’에 온통 관심이 쏠려 있는 듯하다.
NTT도코모를 비롯한 일본의 주요 무선통신 업체들은 치열한 시장경쟁에서 조금이라도 최신 기술로 이목을 끌고자 각기 새로운 모델을 선보였다.
그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것은 역시 NTT도코모 부스에서 소개한 ‘FOMA’였다.
FOMA는 올해 10월1일 세계 최초로 본격 실시되는 차세대 무선 서비스다.
이번 행사 방문객들은 FOMA의 TV폰과 384kbps 속도의 초고속 데이터 통신을 체험할 수 있었다.
NTT도코모가 코카콜라와 합작으로 추진하는 시모드(Cmode) 서비스 시연도 관람객의 인기를 끌었다.
NTT도코모는 실제 자판기를 부스로 옮겨와 아이모드 휴대전화가 어떻게 전자화폐 역할을 하는지 보여주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직접 콜라를 뽑아볼 수 있도록 하는 체험 코너도 운영했다.
물론 콜라는 무료로 제공했다.
또한 음악-애니메이션 다운로드 서비스인 엠스테이지(M-stage)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저작권 문제가 지나칠 정도로 엄격한 일본에서 처음으로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힌 만큼, 개인뿐 아니라 여러 유사 업종 관계자들도 관심을 보이지 않을 수 없었다.
뉴욕 테러로 참가하지 못한 일부 미국 기업들 때문에 군데군데 부스가 비어 있었으나, 아시아 각국 부스들은 활기가 넘쳤다.
특히 대만과 한국의 부스는 나란히 자리잡고 있어 경쟁이 더욱 뜨거웠다.
한국 부스의 종합 안내를 맡은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국제부 이영기씨에 따르면 '참가한 한국 기업 수는 한국 전용 부스에 11개, 그외 개별적으로 참가한 업체 5개 등 16개사 가량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 기자들의 목격담을 종합해보면 소리소문 없이 참가한 국내 기업들이 곳곳에 숨어있어 실제로는 20개사 이상의 한국 기업들이 이번 전시회에 참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과 현주컴퓨터도 상당히 큰 부스를 설치했다.
월드 PC엑스포가 열리기 바로 전날인 9월18일 도쿄의 한국벤처센터인 아이파크에서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투자홍보(IR) 행사가 열렸다.
겸사겸사 마쿠하리까지 발길을 옮긴 국내 벤처인들이 많았던 탓일까, 곳곳에서 국내에서는 바빠서 얼굴 보기도 힘든 사람들끼리 만나 반갑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PC 보안 관련 강연도 다양하게 열려 월드 PC엑스포는 전시뿐 아니라 다양한 포럼이 개최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개인휴대단말기(PDA) 업체인 팜과 NEC,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애플컴퓨터 등의 임원들이 기조연설을 했고, ‘일본 휴대전화 문화의 미래’에 대한 토론회가 열렸다.
전자학습(eLearning), 상시접속, 정보공유 등에 관한 유료 강연도 계속 이어졌다.
그중에서도 브로드밴드 시대를 앞두고 PC 보안에 관한 강연이 가장 다양하게 열렸다.
전시장 한곳에 크게 마련된 ‘시큐리티 시스타디움 2001’ 코너에서는 일본 보안시장에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의 트렌드마이크로와 시만텍을 비롯한 유명 보안업체들이 엑스포가 열리기 바로 며칠 전 발생해 일본 관공서를 마비시킨 ‘님다’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앞으로 개인 PC도 바이러스 침입에 각별히 대비해야 한다는 내용의 팸플릿을 돌렸다.
보안 전문가들이 공격팀과 방어팀으로 나뉘어 누구 기술이 더 뛰어난지를 겨루는 경기도 재미있었다.
초보자 눈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감을 잡을 수 없었으나, 우리나라에서 ‘스타크래프트’ 게임 대결을 중계하듯 도우미들이 열심히 경기내용을 전달하며 분위기를 돋우고 있었다.
이밖에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정보기술(IT) 전문 미디어인 아스키가 ‘한국 IT에서 배우는 향후 일본 IT 비즈니스’라는 세미나를 열고, '닛케이신문사'는 ‘대만 정보산업’과 ‘중국 정보산업’에 관한 세미나를 여는 등 곳곳에서 예년과 달리 아시아 각국의 IT산업을 배우고자 하는 움직임이 보였다.

일본 기자들, 한국 IT 강연에 질문 세례

이번 제7회 월드 PC엑스포 2001에서는 800여 업체가 참여한 전시장뿐 아니라 70여명의 유명인들이 모인 30여 강연장도 엄청난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그중에서도 특히 한국, 대만, 중국의 정보기술(IT) 산업에 관한 세미나에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일반인뿐 아니라 기자들을 가장 많이 불러모은 강연은 9월21일 오후 1시부터 열린 ‘한국에서 배우는 향후 일본의 IT’였다.
회의장에는 일본에서 '한국 인터넷 노하우를 훔쳐라'라는 책을 출간해 일본에 한국의 IT산업을 소개한 JIBC 조장은 대표,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 e삼성의 게임포털 자회사인 ‘게임온’의 구보 유타카 대표, 네이버재팬의 김양도 대표이사, 이네트의 일본 현지법인인 커머스21의 임성묵 이사 등이 참석했다.
유명 작가가 아닌 이상 저자가 등장하는 강연이나 좌담회에 규모 있는 일간지 기자들이 잘 참석하지 않는 것이 관례임에도 '니혼게이자이신문', '요미우리신문' 등 굵직한 일간지 기자들이 대거 참석한 것은 한국 IT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었다.
일본 기자들은 강연회가 예정시간을 45분이나 넘겨 계속됐음에도 모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가 앞다투어 질문하기에 바쁜 모습이었다.
'초고속인터넷 인프라를 활용한 비즈니스 중 어떤 것이 활기를 띠고 있는가', '어떤 콘텐츠가 인기 있는지 알고 싶다' 등의 질문이 쏟아졌다.
일본 기자들은 일본이 가장 배우고 싶은 것은 바로 한국의 브로드밴드임을 지적했다.
그러나 '한국은 저작권에 그다지 민감하지 않다고 들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라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 콘텐츠의 해적판이 나돌던 예전의 한국 이미지가 아직도 뿌리깊게 남아 있음을 보여주는 지적이었다.
전자상거래에 관심이 많은 경제지 전문기자들은 '한국의 온라인 쇼핑몰들의 매출이 모두 몇백억원 규모라 하는데 믿기 어렵다.
순이익은 나는가?'라며 온라인 상거래의 가능성이 일본에서도 이루어질 수 있을까 궁금해했다.
일본 국내 벤처기업들을 담당하는 기자들은 주로 일본 회사들이 한국과 비즈니스를 하는 데 문제점은 없는지, 한국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일본에 도입할 수 있는 것인지 등 앞으로의 전략에 대해 집중적으로 질문을 던졌다.
'마이니치신문'의 미디어사업본부장인 구보무라 도시아키씨는 현재 일본에서 유행어처럼 번지고 있는 브로드밴드, 즉 초고속인터넷에 관한 본격적인 세미나를 10월24~25일 개최할 예정이라며 '일본 마이크로소프트 대표 등 IT를 논하는 데 빠질 수 없는 인사들과 함께 한국의 IT에 대해 집중 조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미나를 통해 '한국에서 성공한 고속인터넷 환경의 콘텐츠와 비즈니스 모델을 일본에 자세히 알릴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11월15~16일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벳부완 국제회의’에서도 한국의 IT산업이 소개될 예정이다.
한국의 IT를 배우고자 하는 일본의 열정은 당분간 더 계속될 전망이다.
하헌준/ JIBC 객원기자 hajun44@orgi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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