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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와건강] 러프에 빠뜨린 새하얀 피부
[골프와건강] 러프에 빠뜨린 새하얀 피부
  • 고우석(드림피부과)
  • 승인 2001.02.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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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조급한 이들은 벌써부터 봄치장을 하느라 바쁘다.
특히 겨우내 와신상담하는 심정으로 푸르른 필드를 꿈꾸었을 골퍼들에게는 축복의 계절이 돌아온 셈이다.
아직 꽃샘추위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벌써부터 아이언과 우드를 정성들여 닦고 있는 골프 마니아들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는다.
광활한 잔디밭, 흐드러지게 피어 있는 꽃, 깨끗한 연못, 맑은 하늘…. 생각만 해도 황홀경에 빠져든다.
지난 겨울은 골퍼들에게는 괴로운 나날이었다.
미처 녹을 새도 없이 쌓이는 눈과 매서운 바람. 오렌지 볼도 자연의 위력 앞에서는 한낱 어린아이의 ‘귀여운 앙탈’에 지나지 않았다.
아마도 설이 지난 직후였을 것이다.
평소 잘 알고 지내던 분이 연락도 없이 찾아왔다.
그 분은 40대 초반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에 잡티 하나 없이 깨끗한 피부를 자랑했다.
그런데 그날은 왠지 분위기가 달랐다.
갑자기 진료실을 찾은 것도 그러하거니와, 여느 때와 달리 둔탁해 보일 정도로 화장을 하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전체적으로 피부 톤이 고르지 못했다.
두 눈가에는 나비 모양의 기미가 도드라져 보였다.
사연인즉슨 이렇다.
설 연휴에 호주에 갔는데, 그곳 골프장의 풍광에 매료되어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것도 잊은 채, 매일 36홀을 돌며 골프 삼매경에 빠졌다는 것이다.
서울에 돌아와서야 얼굴이 그 지경이 된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골퍼에게 따사로운 햇살은 곧 유혹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피부노화’라는 검은 함정이 숨어 있다.
99년 US오픈 결승에서 박세리 선수가 워터 해저드에 빠진 공을 치기 위해 양말을 벗던 장면을 기억하는가? 흙빛으로 그을린 장딴지와 하얀 발의 극명한 대조. 사실 직업선수는 물론이고, 아마추어라도 플레이에 집중하다 보면, 햇볕에 신경을 쓴다는 것 자체가 사치스럽다.
라운딩 전에 충분히 자외선 차단제를 발랐더라도 인코스만 돌면 흘러내리는 땀 때문에 자외선 차단제는 그 효력을 잃고 만다.
아웃코스를 돌기 전에 차단제를 덧바르는 것도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다.
특히 여성 골퍼의 경우 이미 화장을 한 상태에서 자외선 차단제를 덧바르기가 여의치 않다.
어떤 여성 골퍼는 땀이 난 얼굴에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려다 피부가 따갑고 눈이 아파 포기했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많은 골퍼들은 자외선에 과도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피부는 태양에 그을리고, 잡티와 기미가 두드러진다.
목에 보이는 옷자국이나 한쪽 손만 하얗게 보이는 장갑자국은 골퍼에게는 숙명이나 다름없다.
자외선 차단제도 이런 멍에를 벗겨주는 데는 엄연히 한계를 안고 있다.
자외선 차단체는 다른 화장품에 비해 기능적 측면에서는 매우 뛰어나지만 피부에 트러블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아 피부가 예민한 사람에게는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그렇다고 그것이라도 바르지 않으면 ‘피부노화’라는 배에 돛을 단 격이 된다.
따라서 자신의 피부에 적합한 제품을 골라서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피부는 마치 아기와 같아서 항상 공을 들이지 않으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그런데 골프란 것이 그런 사정을 잘 봐주지 않는다.
예상치 않게 갑자기 필드에 나가거나, 1번 홀에서 맑았던 날씨가 5번 홀에서는 비가 내려 우산을 쓰고 라운딩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러므로 골퍼들은 골프공을 챙기듯이 항상 자외선 차단제를 상비해야 한다.
이는 겨울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눈 덮인 필드에서 눈에 반사되는 햇볕의 강도는 여름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다소 거추장스럽더라도 아웃코스를 돌기 전에 자외선 차단제를 다시 한번 덧바르는 게 좋다.
여성 골퍼들은 화장 위에 자외선 차단제를 덧바르고 파우더로 간단히 마무리하면 큰 무리가 없다.
땀을 많이 흘리는 골퍼라면 모자가 햇볕을 가려주는 이마와 눈 부위를 제외한 얼굴 아래 부분과 목 뒷부분에 차단제를 바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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