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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틈새시장서 분투하는 토종 빅3
1. 틈새시장서 분투하는 토종 빅3
  • 유춘희 기자
  • 승인 2001.11.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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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본부·능률협회·표준협회, 공공기관과 중소기업 시장서 활약 돋보여 현재 한국에는 크고 작은 규모의 외국계 컨설팅 회사 100여개 이상이 들어와 있다.
그러나 어느 회사가 어떤 기업이나 기관에 대해 얼마를 받고 컨설팅했는지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다.
대충 짐작해본다면, 언론을 통해 자주 거론되는 유명한 외국 컨설팅 업체들이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는 정도다.
이들은 IMF 사태 이후 중요하고 굵직한 프로젝트를 독식하면서 시장에서 엄청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외국계 업체에 토종 컨설팅 업체가 눌린 배경에는 맹목적인 브랜드 선호 현상이 깔려 있다.
유명 업체가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책을 제시하면 고개를 끄덕이다가도 국내 업체가 하면 고개를 갸웃거리는 풍조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외국계 컨설팅 회사들은 100년이 넘는 역사만큼 선진기업을 대상으로 쌓은 풍부한 경험을 지적자산으로 축적하고 있는데다, 주목할 만한 레퍼런스 사이트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잘나가는 외국 업체에 맞설 토종 컨설팅 기업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형 회계법인들이 컨설팅 사업부서를 따로 두는 경우가 많고, 삼성이나 LG 같은 대기업 경제연구소나 일부 국책연구소가 수익사업으로 컨설팅을 하기도 한다.
IT쪽에서는 삼성SDS나 현대정보기술, LG-EDS시스템, 한국IBM 등 SI(시스템통합) 업체가 기업의 시스템 구축 노하우를 가지고 사업을 한다.
경영·전략 분야보다 생산 혁신 부문에 강점 외국계와 비슷한 프로그램을 갖고 맞서는 전통적 컨설팅 업체로 한국생산성본부, 한국능률협회 패밀리, 한국표준협회를 가리키는 이른바 ‘토종 빅3’를 꼽는다.
특수법인인 생산성본부가 사내에 컨설팅사업본부 조직을 두고 있고, 능률협회와 표준협회는 별도 법인으로 독립시켰다.
이들은 기업(은행)간 합병이나 대기업의 토털 경영혁신 프로젝트에서는 외국계 회사에 밀리지만, 대기업의 특정 분야, 공공기관과 중견기업, 벤처기업 시장에서는 짭짤한 재미를 보고 있다.
토종 빅3는 경영·전략 분야보다 생산 혁신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 이유를 초기 컨설팅이 일본에서 왔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1980년대까지 한국에서 컨설팅 사업을 해왔던 일본능률협회, 노무라종합연구소 등으로부터 생산공정과 품질관리, 생산설비관리 같은 제조공정 혁신 노하우를 전수했다.
이 때문에 미국식 노하우를 받아들일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다.
생산현장 개혁보다 구조조정이 급선무였던 국내 기업이 당장 외국계 업체에 일을 주는 게 자연스런 분위기였다는 얘기다.
한국생산성본부 consulting.kpc.or.kr는 1958년 문화연필과 일신메리야스, 이천전기 등을 대상으로 ‘기업 진단’을 해준 것을 시초로, 한국 최초의 컨설팅 업체로 역할해왔다.
이 기관은 기업의 비전과 전략 수립, 조직 혁신, 성과 관리, 인사제도 등 4파트로 나눠 컨설팅을 수행하는데, 가장 강점을 가지는 분야로 조직과 인사 부문을 꼽는다.
공공기관인만큼 정부나 공공기관 시장에서 강세다.
99년에는 한생컨설팅이라는 회사를 따로 설립해 ISO 국제규격(품질, 환경, 안전 등)과 관련한 기업과 조직의 경영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컨설팅 서비스를 하고 있다.
비영리단체인 한국능률협회는 올해 초 한국능률협회컨설팅과 한국능률협회매니지먼트 두 업체에게 기존에 벌이고 있던 컨설팅 사업을 모두 넘기고 회원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능률협회매니지먼트의 전략마케팅실 조남운 실장은 '초기엔 두 회사가 부딪치는 경우도 있었지만, 올해 초 업무가 확실히 전문화됐다'고 말한다.
능률협회컨설팅 www.kmac.co.kr은 디자인·마케팅·유통, 6시그마, 생산설비 관리, 에너지 혁신, 식품 위해요소 관리 등 생산 부문과 고객만족 부문에 특화한 컨설팅을 펼치며, 능률협회매니지먼트 www.kmam.co.kr는 경영전략, 기업조직, 지식관리, 퍼포먼스(성과), IT 솔루션, e비즈니스 컨설팅에 주력한다.
한국표준협회컨설팅 www.ksac.co.kr은 백화점식의 앞의 두 업체에 비해 품질경영 컨설팅으로 특화해 있다.
제품 질 향상, 생산성 제고, 공장 혁신, 표준화, 규격인증 사업을 추진하면서 축적한 노하우로 컨설팅 사업을 펼치다가 99년 한표컨설팅이란 회사로 독립했고, 지난해 한국표준협회컨설팅으로 이름을 바꿨다.
기업의 장단기 경영목표를 달성하고 고객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품질관리 전략을 수립하고 신제품 개발, 구매·자재 협력업체 관리, 생산 관리, 설비 자동화, 품질 평가, 신뢰성 시험, 영업과 정보 관리 등 기업활동 전반을 개선하는 품질경영 컨설팅이 주무기다.
선진경영 기법 익혀 경쟁력 키워야 이들 4개 회사가 컨설팅을 통해 올리는 한해 매출은 800억원 정도. 능률협회컨설팅이 400억원 가량 되고 생산성본부와 능률협회매니지먼트가 각각 150억원, 한국표준협회컨설팅이 100억원 정도 매출을 올린다.
한 기업의 연간 매출이 유명 외국계 회사가 대기업 프로젝트 한건으로 올리는 수주액과 비슷하다.
이같은 현상은 컨설팅 비용을 결정하는 맨먼스(Man Month:컨설턴트 한사람이 한달 동안 투입될 때 지불하는 돈)의 차이 때문이다.
맨먼스는 한국 회사의 경우 월 1500만~2천만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외국 회사는 이것보다 작게는 3~4배에서 많을 땐 10배가 넘기도 한다.
한 프로젝트에 투입하는 최소한 3~4명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 7개월은 걸리니 금액이 차이가 커질 수밖에 없다.
고객 구조가 외국계는 대기업과 금융기관, 국내 업체는 중소기업으로 갈린 것도 이런 이유가 크다.
토종 컨설팅 업체들은 '컨설팅 품질에 비해 외국 회사의 비용이 너무 높고, 한국 회사는 비용이 싸지만 이것이 컨설팅 품질이 낮은 것으로 오해받고 있다'는 게 불만이다.
표준협회 김문성 본부장은 '100억원을 써서 1조원의 효과를 본다면 아깝지 않다.
그러나 과연 그런 막대한 비용에 상응하는 효과를 얻는지 의문'이라며 '대기업이나 금융기관이 유행병처럼 수백억원을 들여 외국사에 컨설팅 용역을 맡기는 것은 낭비 요인이 있다'고 지적한다.
외국 컨설팅 업체가 한국적 현실에 대한 이해 부족으로 실정에 맞지 않는 보고서를 내놓는 경우도 있어, 이 문제를 한국 컨설팅 회사가 해결해준다는 주장도 있다.
한국금융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세계적 컨설팅 업체의 보고서가 원론적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있으며, 미국식 제도를 그대로 권유하는 사례도 없지 않고, 자칫하면 한국기 업의 정보가 유출될 가능성도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무조건 애국심에 호소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최근 전경련이 150개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경영 컨설팅을 받았다는 기업 가운데 74%가 국내 컨설팅 업체를 이용했고, 외국 업체는 26%였다.
그러나 앞으로 다시 받는다면 외국 업체로 전환하겠다는 CEO가 50%가 넘었다.
컨설팅 결과의 실제 사업 반영률도 외국 업체(63%)가 국내 업체(59%)보다 조금 높게 나타나 외국사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중소 컨설팅 업체인 포시엠넷 송현수 사장은 '컨설팅 산업은 지식산업이 발달할수록 선진국과 격차가 벌어지게 된다'며, '외국 기업에게 배울 건 배워야 하고, 한국 업체가 살아남기 위해선 독창적 컨설팅 방법론을 개발하고 컨설팅 정보를 축적하고 공유하는 지식관리 체제를 확립돼야 하며 교육 확대를 통한 전문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3~4년 동안 이런 과정을 쌓으면 한국 컨설팅 업체와 컨설턴트에 대한 신뢰와 전문성에 원초적 의문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터뷰 | 이춘선/ 한국생산성본부 컨설팅사업본부장
'한국 실정 안 맞는 외국사 리포트 많아'

외국 컨설팅 업체가 강한 부분은 어디라고 생각하는가? '외국계라는 자체가 강점이다.
세계 시장에서 동시다발적인 비즈니스가 이뤄지기 때문에 축적된 지식 자산이 엄청나다.
만약 삼성전자 반도체의 미래를 진단한다면 텍사스인스트루먼트나 마이크론을 컨설팅한 경험으로 쉽게 접근한다.
그리고 방법론이 세계적으로 표준화해 있다.
적용이 쉽고 빠르며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인재가 경쟁적으로 몰릴 만큼 우수한 컨설턴트를 가진 것도 자산이다.
' 결국 한국 컨설팅 업체는 경쟁이 안 된다는 얘긴가? '경영 전략이나 비전, 구조조정 부문에선 토종 업체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문화적인 면은 우리가 강하다.
현대전자와 LG반도체의 합병 과정은 외국 회사가 주도했지만, 통합 인사관리나 조직구조 부문은 우리가 했다.
한국 정서를 이해해야 하는 부분은 한국식 경험이 중요하다.
현실을 무시한 이론적인 것은 적용하면 실패한다.
' 고객에게 제출하는 최종 결과물이 질적으로 차이가 많이 나나? '한국 컨설팅 기업이 망하지 않고 사는 이유가 뭔지 생각해봐라. 나름대로 가치가 있고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에 고객이 받아들인다.
그들의 방법론이 아무리 뛰어나도 모든 환경에 들어맞는 건 아니다.
한국 기업은 고객 특성을 잘 아는 만큼 방법론이 훨씬 현실적이다.
이를 바탕으로 리포트를 제출한다.
컨설턴트도 작품 프로필이 평생 따라다니기 때문에 결과물을 함부로 내지 않는다.
' 컨설팅 사업을 하면서 어려운 점이 많을 텐데? 또 개선할 점은? '좋은 인력을 뽑아놓고도 3년을 지키지 못한다.
외국계 기업보다 급료든 인지도든 자부심이든 한단계 낮기 때문이다.
결국 지식 축적이 안 된다.
대기업의 젊은 경영자들이 글로벌 컨설팅 회사의 위력을 잘 알기 때문에 그들을 선호하는 것도 우리에겐 불리하다.
그리고 산업계 동향이 워낙 빨리 변해서 개발과 교육에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는 것도 아쉽다.
그리고 공공기관이 아직도 최저가 입찰제를 하는 건 바뀌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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