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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당신의 사이버 ATM "빨간 불?"
[포커스] 당신의 사이버 ATM "빨간 불?"
  • 홍승민(와이즈인포넷)
  • 승인 2000.08.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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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인터넷은행 지나친 마케팅 비용에 휘청…신규진입사들 오프라인 고객밀착 마케팅으로 승부
한때 온라인 업체들이 기세를 높였지만 소매시장은 다시 기존 오프라인 업체들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들은 그동안 자금이 풍부한 대형 온라인 업체들에게 수십억달러의 시장을 내주며 경쟁력을 상실한 공룡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반전되고 있다.


아마존 www.amazon.com이 지난주 토이즈러스(Toys“R”Us)와 제휴를 체결한 것이 이런 추세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손잡는 이전의 시도는 실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분석가들은 이번 제휴가 새로운 협력방식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한다.
순수 전자상거래 업체가 오프라인 경쟁업체의 힘을 빌리는 것이다.
오프라인 업체들의 힘은 전국적 점포망이 있다는 데서 나온다.
점포망은 한때는 비용을 잡아먹는 약점으로 간주됐지만 이제는 장점이 되고 있다.
대형 오프라인 업체들은 브랜드 인지도가 막강할 뿐 아니라 소비자들이 구입한 물건을 반납하고 환불받기도 쉽다.
실패한 ‘인터넷은행’ 혁명 이같은 경향은 이른바 사이버금융(e-Finance)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전자상거래 조사회사 이마케터(eMarketer)에 따르면 미국에서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는 가구수는 540만에 달하지만 ‘순수 인터넷은행’을 이용하는 가구는 12만으로, 전체 인터넷 뱅킹 이용가구의 2.25%에 불과하다.
이는 아직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복합 인터넷은행’(click and mortar)을 순수 인터넷은행보다 신뢰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96년 세계 최초로 인터넷은행이 등장하자 사람들은 세계 소매금융 시장에 일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생각했다.
인터넷은행은 높은 예금이자, 낮은 대출이자, 수수료 파괴 등으로 인터넷 뱅킹 고객들을 끌어갔다.
그러나 닷컴기업 위기론이 대두하면서 인터넷은행들은 광고비 예산을 삭감하고 예금이자를 낮추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애초 예상처럼 은행산업에 혁명을 불러일으키는 데 실패했다.
그러기는커녕 오프라인 쪽과 전략적 제휴를 맺거나 자체 점포망을 개설하는 등 전통 은행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다.
인터넷은행인 텔레뱅크 www,telebank.com는 지난 1월 온라인증권사 이*트레이드(E*Trade)에 합병됐다.
3월에는 엑스닷컴 www.x.com이 페이팔(Paypal)과 합병하고 온라인 뱅킹에서 온라인 송금(online money transfer)으로 주력사업을 바꿨다.
최초로 인터넷은행 설립 승인을 받았던 컴퓨뱅크 www,compubank.com는 제너럴 일렉트릭(GE) 같은 기업들과 전략적 제휴에 치중하고 있다.
온라인은행들은 기존 은행의 고객을 빼앗아오는 것은 고사하고, 그들에게 사업 아이디어만 던져주고 말았다.
미국에서 25위 안에 드는 소매은행들은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시작했으며, 온라인 빌링 시스템까지 구축하고 있다.
게다가 기존 은행들은 전통기업이나 인터넷기업들과 유리한 전략적 제휴 기회를 가지고 있다.
시티그룹(Citigroup)은 AOL과 제휴해 2300만 AOL 고객들에게 마케팅을 하고 있으며, 웰스 파고(Wells Fargo)는 이베이(eBay)와 손잡고 온라인 지불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터넷은행들이 지금까지 50만 계좌밖에 개설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웰스 파고의 인터넷 뱅킹 고객은 200만에 육박한다.
“고객 유치비용 너무 비싸다” 대부분의 인터넷은행들은 다른 닷컴기업과 같이 광고에 엄청난 돈을 쏟아부었다.
넷뱅크(Net@Bank)는 지난해 광고비로 무려 900만달러를 썼다.
하지만 유치한 계좌수는 10만4천개에 불과하다.
주가도 34달러에서 7월19일에는 12달러로 폭락했다.
넷뱅크의 그라임스(D.R.Grimes) 사장은 올해 안에 계좌수가 2배 이상 증가할 것이며, 이미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규 고객을 잡기 위한 비용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고객들은 애초 인터넷은행이 약속했던 저렴한 비용에 신속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실제 점포가 없기 때문에 고객들은 문제가 생겨도 이를 상담할 상대를 만나지 못한다.
인터넷은행들은 24시간 전화나 이메일로 상담을 한다고 주장하지만, 기존 은행의 느린 서비스조차도 빨라 보일 정도로 인터넷은행의 고객 서비스 체제는 허술하다.
고객들은 높은 이자를 주는 CD(양도성 예금증서) 같은 상품을 거래하는 데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고 있으나, 인터넷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하지는 않는다.
매킨지의 조사에 따르면 겨우 1%만이 인터넷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이용할 의사가 있다고 한다.
또한 비즈니스 모델 자체가 잘못돼 인터넷은행들이 지금처럼 많은 고객유치 비용을 들이고서는 이익을 내기가 불가능하다고 살로먼스미스바니는 분석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별도 자회사로 인터넷은행을 운영하는 기존 은행들도 한숨을 내쉬고 있다.
지난해 6월 뱅크원(Bank One)은 인터넷은행 윙스팬 www.wingspan.com을 열었으나, 실적이 좋지 않아 골치를 썩고 있다.
뱅크원의 고객이 50만명인 데 비해 윙스팬의 계좌는 14만4천개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뱅크원은 윙스팬 광고를 중단하고 매각을 심각하게 고려한 끝에, 7월19일 계속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신규업체의 부지런한 ‘발품’ 인터넷은행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업체들은 더욱 정교한 비즈니스 플랜과 오프라인 요소들을 갖추고 있다.
퍼스트 USA 사장을 역임한 리처드 베이그(Richard Vague)는 최근 주니퍼 파이낸셜(Juniper Financial)을 설립하면서, 도시의 부유한 젊은층이 목표고객이며 직접 마케팅으로 이들을 유치하겠다고 발표했다.
6개월 전에 출범한 에버뱅크(Everbank)는 직접 마케팅과 고객관계 강화(affinity relationship)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에버뱅크는 블룸버그 웹사이트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고 있는데, 현재 7천계좌를 개설했다.
이런 추세라면 9월부터는 고객들이 1만5천여개의 ATM(현금자동인출기)을 사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한다.
아메리칸뱅크의 피시뱅커 www.pcbanker.com도 고객관계 강화 마케팅으로 신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내셔널인터뱅크 www.nationalinterbank.com는 미국 노동조합 웹사이트 바이유니언 www.buyunion.com을 통해 마케팅을 펼치고 있으며, 클래리티뱅크 www.claritybank.com는 계좌를 개설한 고객들에게 공짜로 인터넷 접속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들 신생 인터넷은행들이 오프라인 은행들을 위협할 만큼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들은 잘해야 틈새시장을 공략하는 수준에 그칠 전망이다.
단순히 연명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곳도 생겨날 것이다.
지난 3년간 인터넷은행의 성적표가 향후 추이를 시사하는 예고편이었다고 한다면, 대형 은행들은 본편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일부에서는 아예 ‘금융의 인터넷화’에 회의적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거래의 가장 큰 핵심요건인 보안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은행들이 금융거래의 보안성을 지키기 위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으나, 해커의 공격으로부터 안전한지 여부에 대해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사이버 주식거래에서 자주 나타나는 ‘시스템 불안정’도 해결해야 할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객 서비스와 경쟁력은 한몸이다 그러나 역시 중요한 것은 고객이다.
고객 기반을 조사하고 잠재고객의 요구를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고객들이 당장 인터넷 뱅킹을 사용하는 데 주저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인터넷 뱅킹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인터넷 뱅킹 서비스의 질이 은행의 평판을 좌우할 것이다.
인터넷 고객은 까다롭고 요구가 많기로 악명높다.
그들은 빠르고 정확한 서비스를 원한다.
고객이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한다면, 이는 그 은행의 ATM이 작동하지 않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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