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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이기호 / 청와대 경제수석
[얼굴] 이기호 / 청와대 경제수석
  • 김경호 기자
  • 승인 2001.12.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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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성급한 GDP발표 물의… 조사 경제열등생 1위 선정되기도

최근 이기호 청와대 경제수석의 심기가 무척 불편하다.
이 수석이 최근 밝힌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정부 다른 부처의 관계자가 밝힌 수치와 달랐기 때문이다.
민감한 국내 자금시장은 즉각 널뛰기를 했고, 언론은 즉각 이기호 경제수석의 ‘통계보안 불감증’을 문제 삼았다.
시장 참가자들은 '도대체 정부 발표를 어떻게 믿어야 하느냐?'며 흥분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이기호 경제수석은 지난 11월21일, 3분기 GDP 성장률이 1.5%를 넘을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밝혔다.
이 발언을 접한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극도의 혼란에 빠졌다.
바로 전날 재정경제부 박병원 경제정책국장이 밝힌 3분기 경제성장률과 전혀 다른 수치였기 때문이다.
GDP처럼 중요한 통계치가 하룻밤새 바뀌는 해프닝을 겪은 셈이다.


이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0.13%포인트나 급등했고 시장참가자들은 정확한 통계치를 알아내기 위해 전화통을 붙잡고 하루종일 전화기와 씨름해야 했다.
이 수석이 밝힌 수치는 전날 재정경제부 국장이 말한 것으로 전해진 성장률 1.3%포인트와는 의미상 큰 차이가 있었다.


이날의 해프닝은 ‘업무상 기밀’을 이 수석이 미리 밝힌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나라의 경제수석이 전날 GDP 성장률 때문에 시장이 요동쳤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GDP 성장률의 공식 발표기관인 한국은행이 발표하기 전날, 이렇게 무책임하게 발설한 것이 문제였다.
한국은행도 이번 해프닝에 어리둥절하고 기막혀 한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이 수석측 답변도 기가 막힌다.
이 수석의 보좌역인 한승희 국장은 한국은행 발표 하루 전에 이런 발설을 한 이유를 묻는 기자에게 'GDP가 한국은행 거냐?'고 되물었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까지 나왔다.
경제팀의 정책 혼선이 이해가 갈 법도 한 대목이다.


차제에 정부 당국자들의 섣부른 통계 언급을 자제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물론 때로는 각종 발표가 시장에 미칠 충격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언론에 사실을 흘리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최근의 정부 당국자의 발표는 그런 선의의 목적이라기보다는 실언에 가깝다는 게 주위의 평이다.


외국의 경우 해당기관의 공식발표 전에는 모든 통계치나 정책은 철저히 보안이 유지된다.
시장에 불필요한 혼란을 초래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정책에 관여하는 사람이라면 주요사항에 대한 정보를 미리 알 수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의 말 한마디에 시장이 천국과 지옥을 오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좀더 신중했어야 한다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정부 관료의 이러한 ‘무책임한 발설’은 이번만이 아니다.
그간 주요 정책사항이나 결정이 공식 발표 전에 미리 알려져 극도의 혼란을 초래하거나 협상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한 전과가 몇건 있었다.


대우자동차 매각에도 우리 정부는 협상 전략을 언론에 모두 흘려버려 결국 질질 끌려다녀야 했고, 현대투신 매각 과정에도 그러한 실책은 되풀이됐다.
심지어 외국에선 '한국 정부의 모든 전략은 신문에 다 나와 있다'고 비아냥거리기까지 한다.
정부 당국자들의 입단속에 신경써야 한다는 얘기다.
이번 이 수석의 ‘섣부른 발언’이 그런 사례들과 똑같진 않겠지만 아무래도 눈총을 살 수밖에 없다.


이 수석은 과 <이슈투데이>에서 조사한 ‘현 경제팀 정책평가 및 2002년 경기전망 설문조사’에서도 부끄러운 성적표를 받아야 했다.
지난 11월1일부터 약 보름 동안 국내 주요 기업의 임원급 이상 95명, 대학교수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70명 등 모두 16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설문조사에서 이 수석은 ‘현 경제팀에서 우등생과 열등생을 꼽아달라’는 질문에서 우등생 4위, 열등생 1위로 지목됐다.
한마디로 우리 경제 주요 인사의 이 수석에 대한 신뢰가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래저래 이 수석은 당분간 호사가들의 입방아에서 벗어나기 힘들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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