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 열풍의 최대 수혜자는 누구였을까? 닷컴들에게 장비를 판 이른바 ‘청바지 장사꾼’들이었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중 첫손에 꼽히는 장사꾼이 서버업체 썬마이크로시스템즈였다.
특히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독보적인 성과를 보이며 콧노래를 불렀다.
썬은 정보기술(IT) 업계의 선두기업답게 미래를 내다보는 비전을 제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대표적인 것이 “네트워크가 곧 컴퓨터.”(The Network is the Computer) 경쟁사들이 메인프레임 시장에 목을 매고 있을 때 썬은 10년 앞을 내다보고 서버와 워크스테이션, 운영체제 개발의 초점을 오로지 네트워크 성능 향상에 맞춰 인터넷을 대비했다.
그리고 1999년에 유명한 ‘닷인컴’(We are the dot in .com)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닷컴시대를 정확히 예측하기도 했다.
이러한 비전과 그에 대비한 썬이 닷컴시대 최고 수혜자가 됐다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그러나 닷컴 열풍이 싸늘히 식어가자 썬에도 시련이 왔다.
국내 IDC 시장을 석권하다시피했던 한국썬은 지금 천국에서 한순간에 지옥으로 떨어지는 시련을 맛보고 있다.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이상헌 사장은 결국 회사를 떠난다.
99년 7월 CEO로 부임한 지 2년6개월여 만이다.
정통 엔지니어 출신인데다 온화한 성격의 학자풍인 이 사장은 그같은 자신의 캐릭터 때문에 저돌적인 영업조직을 이끌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 섞인 시선을 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1년 뒤에 보자”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고 꼭 1년 뒤인 2000년 6월 회계결산에서 전년대비 두배가 넘는 3200억원의 매출 성적표를 내보였다.
그러나 한국썬은 다시 1년 만인 2001년 6월 회계결산에서 전년대비 3% 성장에 그친 331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더니 지난해 말로 끝난 2002회계연도 상반기 매출은 전년 동기대비 20% 감소라는 초라한 성적표를 안고 말았다.
30여명의 인력감축이 뒤따랐다.
비록 닷컴 몰락에 따른 실적부진으로 물러나긴 하지만 탈권위주의적이고 창조적 아이디어를 부추기는 경영 스타일로 한국썬 내부에 바람을 불러있으켰던 그는 인터넷 시대 ‘변화의 전도사’란 평가가 부족하지 않다는 게 중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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