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7-19 17:21 (금)
[재테크] 안전 투자전략 ‘정액분할 매수’
[재테크] 안전 투자전략 ‘정액분할 매수’
  • 이경숙 기자
  • 승인 2002.04.1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오를만큼 오른 장 “지금 사긴 겁난다”… 적금처럼 일정액 투자, 위험 줄고 수익은 늘어 여윳돈 1천만원이 있다.
지금이라도 펀드에 가입하거나 주식을 사두는 것이 좋을까? 혹은 여윳돈이 하나도 없다.
그러면 지금부터라도 적금을 부어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할 자금을 모으기 시작해야 할까? “제가 이 일을 하면서 지금껏 주변 사람한테 가입을 권유한 상품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 상품이 나왔을 땐 아는 사람들한테 전화를 돌려 빨리 가입하라고 했어요. 저도 두개 가입했고요.” HSBC(홍콩상하이은행) 주종규 마케팅 담당 지배인은 자신감이 뚝뚝 떨어지는 말투로 말한다.
아마 개인 대상 상품으로는 HSBC 서울지점 사상 최대의 히트작일 것이라고 그는 귀띔한다.
지점 PB(개인고객전담역)들의 상담방 앞마다 고객들이 길게 늘어서서 이 상품의 가입 상담을 받으려고 기다릴 정도란다.
4월초부터 발매된 이 상품의 이름은 ‘HSBC정기투자적금’. 적금처럼 매달 일정 금액을 펀드에 넣는 것이 특징이다.
월 30만원 이상만 정기적으로 넣으면 되기 때문에 봉급 생활자들에게 인기가 좋다.
투자자는 매달 일정한 시기에 HSBC은행과 제휴를 맺은 11가지 펀드 중 몇개를 선택해 일정한 금액을 투자할 수 있다.
정액분할식 펀드 인기 급상승 가입대상은 템플턴 그로스펀드, LG인덱스 플러스알파, 템플턴 베스트 신종MMF 등 국내 펀드 8가지와 템플턴 유에스 에쿼티 펀드 등 3가지 해외 펀드들이다.
HSBC는 지금까지 실적이 비교적 우량해 3년 이상 장기투자를 해도 손실 위험이 적은 펀드들로 가입대상을 묶었다.
사실 이와 비슷한 상품은 올해 초부터 제일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HSBC보다 먼저 판매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상품이 새삼 투자자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이유는 뭘까? 세 회사에서 내논 상품의 원리는 같다.
제일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도 투자자들이 월 최소 15만원의 투자액으로 MSCI 국제인덱스, 미국의 S&P 500 인덱스, 유럽의 FTSE 인덱스 등 피델리티의 해외펀드 40여개 중 몇개를 골라잡아 투자하도록 해준다.
적립은 매월 28일 한번, 15만원 이상 1만원 단위로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만기는 2년이며 1년 단위로 연장이 가능하다.
다른 점이라면 HSBC정기투자적금에는 국내 펀드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HSBC는 템플턴 그로스펀드, LG인덱스 플러스알파 등 국내 투자자들한테 인지도가 높은 펀드들을 가입대상으로 택했다.
투자자들이 MSCI 국제인덱스 펀드나 미국의 S&P 500 인덱스 펀드 같은 낯선 해외 펀드들보다 친숙한 국내 펀드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지사다.
그 사이 투자 분위기가 바뀐 탓도 있다.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종합주가지수가 700~800대일 때만 해도 투자자들은 지수 1000을 바라보면서 주식이든 펀드든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었다.
그렇지만 지수 800에서 900을 오가는 요즘의 주가는 투자자들이 선뜻 투자를 결정하기엔 부담스럽다.
그래서 투자자금을 조금씩 쪼개 넣어 투자위험은 낮추고 수익률은 높인 적금식 펀드 투자상품이 투자자들의 눈에 쏙 들어오게 된 것이다.
투자자들은 아직 1999년 중반부터 2000년 하반기 사이에 목돈을 잃었던 쓰라린 기억을 갖고 있다.
당시 지수는 800대에서 1000대로 올랐다가 500대까지 처박혔다.
그 과정에서 많은 개미투자자들이 원금까지 날리고 가슴을 치며 시장을 떠났다.
심지어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대표는 “그동안의 지수 움직임으로 봐선 지수가 900대를 오갈 땐 차라리 은행 예금에 넣어두는 게 낫다”고 말할 정도이다.
요즘 들어 상승장에 적합하다고 소개되고 있는 전환형, 선취형, 엄브렐러형 같은 펀드들도 위험하긴 마찬가지이다.
따로 수수료를 물지 않고 주식형에서 채권형, 머니마켓펀드(MMF)로 옮겨다닐 수 있는 엄브렐러 펀드는 수익률을 더 악화시키기 일쑤다.
다른 펀드로 옮겨타는 타이밍을 잘 잡아내는 노련한 투자자가 드문 탓이다.
전환형·선취형·엄브렐러형 펀드, 투자위험 마찬가지 수수료를 미리 떼고 언제든 펀드를 팔 수 있도록 한 선취형 펀드도 큰 실익은 없다.
어떤 펀드든 수익률이 0% 이하로 떨어지면 환매수수료를 물어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수수료는 사실상 투자비용으로 봐야 한다.
수익률 낮은 선취형 펀드를 사느니 수익률 높은 일반 펀드를 구입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지금같이 고점에 근접한 조정장에선 전환형 펀드 역시 적합하지 않다.
전환형 펀드는 목표수익률을 달성해야 채권형 등 다른 상품으로 전환되는데, 지수가 충분히 오르지 않아 펀드 수익률이 목표에 미치지 못하면 다른 상품으로 갈아탈 수가 없다.
손실은 고스란히 투자자 몫이 된다.
99년 상반기를 풍미했던 스폿 펀드도 같은 운명을 겪었다.
스폿 펀드는 목표수익률을 달성하는 즉시 투자자한테 상환해준다.
예컨대 어떤 펀드가 1개월 목표수익률 10%로 투자자를 모집하고 기간 안에 목표수익률을 달성했다면 투자자들은 그 즉시 10%의 수익을 챙길 수 있다.
원리는 전환형 펀드와 비슷하다.
스폿 펀드는 한때 하루 만에 수익률을 달성하기도 해 투자자들의 선풍적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지수가 1000을 넘어서면서부터 이내 엄청난 손실을 낳기 시작했다.
2000년 11월 한국펀드평가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설정액이 50억원 이상이고 3개월 이상 운용된 스폿 펀드 19개 중 15개가 -30% 이하, 그중 10개가 -4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20%대는 3개였다.
모두 2000년 초, 그러니까 지수 900대에 설정된 펀드들이다.
‘바닥에서 사서 어깨에서 팔라’는 투자 격언은 이론으로는 백번 옳은 말이지만 현실에서는 적용하기가 쉽지 않다.
지난해 가을 지수 500일 때 샀더라면 얼마나 좋았겠냐만 그땐 그 나름대로 전쟁 확전이 두려워서, 한국 경제 전망이 불투명해서, 돈이 없어서 주식이고 펀드를 사지 못했을 터. 남들이 다 팔고 시장을 나올 때 혼자만 사서 들어가는 강심장을 가진 투자자가 얼마나 되겠는가?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대표는 “개미투자자들은 흔히 장이 오를 때도 못 사고 장이 떨어질 때도 사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매매 타이밍을 잡지 못한다는 것이다.
매월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만큼의 주식이나 펀드를 사는 정액분할 매수는 이런 투자자들한테 영험한 효력을 발휘한다.
정액분할 매수는 적금처럼 나눠 투자하기에 정기정립식 투자계획(Regular Saving Plan:RSP)이라고도 한다.
투자자는 주가가 낮을 때 주식을 많이 사고, 주가가 높을 때는 주식을 적게 산다.
주가는 오르락내리락해도 투자금액은 일정하기 때문이다.
수익률 더 높은 ‘정액분할 매수의 마술’ 이렇게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주식의 평균 매수단가가 평균 주가보다 낮아지게 돼 그만큼 차익을 실현하게 된다.
반면 위험은 분산된다.
모든 자금을 한꺼번에 주식에 투자하면 주가 등락에 따라 평가금액이 크게 변하게 되지만, 적립식으로 분할매수하면 상대적으로 변동 폭이 작아진다.
가령 99년 6월 김아무개씨는 3300만원을 한번에 템플턴 그로스펀드에 투자했고 이아무개씨는 한달에 100만원씩 33번 같은 펀드를 샀다고 하자. 33개월 뒤인 2002년 2월 김씨는 3만2783좌, 이씨는 3만6937좌를 가지게 된다.
수익률도 달라진다.
김씨는 48%를 얻는 동안 이씨는 67%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시기만 분할했는데도 수익률이 20%포인트 가량 높아진 것이다.
이런 효과는 ‘정액분할 매수의 마술’이라고 불린다.
이 ‘마술’은 직접 주식투자를 할 때도 부릴 수 있다.
삼성전자를 한꺼번에 1천주 사는 것보다는 한달에 20주씩 50주에 거쳐 사들이는 것이 평균수익률이 높다.
펀드 투자 때와 같은 원리다.
물론 삼성전자 주가가 바닥을 칠 때를 기가 막히게 포착할 수 있다면 굳이 정액으로 분할 투자할 필요는 없다.
김문성 네오머니에셋투자자문 대표는 “정액분할 매수는 주식같이 가격 변동폭이 큰 상품에 장기투자할 때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정액분할 매수는 미국, 영국, 홍콩 같은 금융 선진국에서는 아주 일상적인 투자법이다.
특히 자녀교육, 결혼자금, 주택자금, 노후 생활자금 등 장기적으로 목돈을 마련하고자 하는 투자자들한테 널리 퍼져 있다.
한꺼번에 종잣돈을 거머쥐기 힘든 봉급 생활자한테도 유용하다는 건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