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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1. 투자은행, 실리주의 기업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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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기섭/ <한겨레> 국제부
  • 승인 2002.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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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검찰이 내놓은 메릴린치증권에 대한 수사 결과는 이 회사가 자사의 이익을 위해 기업에 대한 투자의견을 어떻게 바꿔왔는지를 생생히 보여준다.
메릴린치는 1999년 12월 처음으로 인터넷 기업 ‘인포스페이스’의 주식에 대해 ‘단기 비중확대, 장기 매수’라는 투자의견을 제시했다.
‘비중확대’는 주가가 10~20%, ‘매수’는 20% 이상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는 뜻이다.
2000년 3월2일 이 회사 주식은 261달러(액면분할에 따라 현재 기준으로는 130.5달러)로 최고를 기록한 이후 급속하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이렇게 주가가 추락하고 있던 3월21일 메릴린치는 투자의견을 도리어 ‘단기 매수, 장기 매수’로 상향 조정했다.
이때쯤 메릴린치는 ‘고2네트’라는 기술 관련 기업을 투자금융 부문 고객으로 끌어들이려 하고 있었다.
이 기간 중에 메릴린치의 기업분석가들은 “인포스페이스 주식을 사들이는 뮤추얼펀드가 거의 없다.
투자의견을 조정해야 할 것 같다.
고객들이 걱정된다”는 내용의 e메일을 주고받았다.
7월10일 고2네트는 자사를 인포스페이스에 매각하는 일을 메릴린치에 맡겼으며, 바로 다음날 메릴린치는 특별한 변동 요인도 없는데 인포스페이스에 대해 ‘단기 매수, 장기 매수’라는 의견을 다시 발표했다.
7월 중순 한 분석가는 “이 문제 때문에 죽겠다”는 e메일을 동료에게 보냈고 인포스페이스의 주가는 여전히 하락 행진을 계속했다.
10월26일 메릴린치는 고2네트를 인포스페이스에 매각하는 작업을 끝냈다.
그리고 12월11일 이 회사 주가가 13달러까지 떨어지고서야 투자의견을 ‘단기 비중확대, 장기 매수’로 한단계 낮췄다.
20일에는 인포스페이스의 부사장이 최고경영자에 대해 증권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소송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알렸다.
그런데도 ‘비중확대’라는 비교적 좋은 평가는 변함이 없었다.
이 기간에도 분석가들은 이 회사 최고경영자가 너무나 저속하다는 내용의 e메일을 주고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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