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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이시혁 / SKT 마케팅 팀장
[사람들] 이시혁 / SKT 마케팅 팀장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2.06.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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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의 ‘응원 마케팅’이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6월5일 대학로에서 열린 ‘붉은 악마와 함께하는 온 국민 응원 페스티벌’에는 수만명의 인파가 모여 뜨거운 응원전을 펼쳤다.
이날 ‘붉은 악마가 되자’는 뜻의 ‘Be the Reds’라고 쓰인 티셔츠 10만장을 무료로 나눠줬다.
SK텔레콤은 응원 마케팅을 통해 브랜드 선호도가 5~6% 높아지는 등 모두 1천억원 이상의 광고효과를 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를 위해 들어간 비용은 50억원.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가 아닌 SK텔레콤으로서는 놀라운 성과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공식 후원업체가 아닌 일반 업체들의 월드컵 마케팅을 철저하게 규제하기로 유명하다.
일반 업체들은 ‘2002 한일월드컵’이라는 명칭조차 쓸 수 없다.
SK텔레콤은 법률자문을 받는 등 FIFA와의 분쟁 소지를 없애기 위해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쟁사인 KTF가 월드컵 공식 후원사이기 때문이다.
아직까지 FIFA측의 공식 이의제기는 없었다고 한다.
일단은 성공인 셈이다.


이시혁 SK텔레콤 마케팅전략본부 팀장도 처음에는 막막하기만 했다.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았죠. 월드컵이 조용히 지나가기만 바라야 할 처지였어요”. 고민 끝에 방향을 잡은 것이 ‘응원’이었다.
월드컵을 직접 내세울 수 없다는 한계를 인정하고 나면, 축구 이미지를 끌어낼 수 있는 것은 응원뿐이라는 생각이었다.


광고대행사에서는 월드컵 기간중에 응원 이벤트만 진행하자는 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 팀장은 생각이 달랐다.
사전 광고 캠페인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중기적 광고 플랜을 짜고 밀어붙였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영화배우 한석규와 붉은 악마가 나오는 ‘Speed 011’ CF다.
이 광고를 통해 붉은 악마의 응원가 ‘대~한민국 !!! !!’과 ‘오~필승 코리아’가 국민들 사이에 널리 알려졌다.
이 팀장은 “지속적인 광고 캠페인을 통해 ‘응원=붉은 악마=SK텔레콤’이라는 등식이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이런 연상효과가 없었다면 대학로에서 벌인 응원 페스티벌도 단발성 행사로 끝나버렸을 것이다.
“다른 업체가 경쟁적으로 응원 이벤트를 벌여도 사람들은 거기서 SK텔레콤을 연상할 정도가 됐다고 봅니다.


붉은 악마와 후원사 계약을 맺는 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붉은 악마는 축구협회와 관계를 고려해, 월드컵 공식 후원업체와 계약을 맺길 원하고 있었다.
이 팀장은 “상업적 이용보다는 붉은 악마의 확산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해 공감을 얻었다”고 말한다.
“처음엔 붉은 악마도 회원이 1만명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0배 이상 늘었어요. 서로 윈윈했다고 봅니다.


이 팀장은 광고대행사 오리콤을 거쳐 1995년 SK텔레콤으로 옮겼다.
경쟁이 치열하다는 이동통신 업계에서 ‘전쟁’을 벌이며 숱한 마케팅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으로 TTL 광고를 꼽는다.
이 팀장은 좋은 광고는 일관성과 지속성을 지녀야 한다고 믿는다.
TTL과 이번 응원 마케팅이 바로 그런 예에 속한다.


“시민들의 반응이 좋아 대규모 응원 이벤트를 계속할 생각입니다.
” 아직 장소는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학로는 좀 좁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한다.
이 팀장은 이제는 월드컵이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라지 않는다.
한국팀이 16강에 오르고, 응원 열기가 달아오를수록 응원 마케팅의 효과도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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