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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12. 구직자들이 말하는 취업 전선
관련기사12. 구직자들이 말하는 취업 전선
  • 이코노미21
  • 승인 2002.09.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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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는 어디라도 일단 들어가고 보자는 분위기가 많았지만, 올해는 직장을 고르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 같아요.” 경희대 취업대책위원장 민병완(26)씨. ‘혹한’과 다름없었던 지난해 채용시장과 비교하면 올해는 그나마 전망이 밝은 편이라고 안도한다.
무역학을 전공한 그 역시 내년 2월 졸업 예정으로, 올해 하반기 중에 직장을 잡을 계획이다.
첫 직장에 계속 정착할 생각은 없다.
한국무역협회에 들어가고 싶다는 그는 우선 무역분야 전반에 대한 전문성을 쌓은 뒤 일반 무역회사로 이직할 작정이다.
외국체류 경험이 있어 영어에 능통하다는 강점을 갖고 있고, 현재는 제2 외국어로 독일어도 공부하고 있다.
그가 이끌고 있는 취업대책위원회는 기업들이 학교로 보내오는 추천요청서를 각 과별로 배부하는 등 학생들의 구직 활동을 지원하는 일을 맡고 있다.
하지만 요즘에는 한계를 많이 느낀다고 한다.
“예전에는 학교 추천서를 갖고 가면 대부분 취업이 됐지만, 지금은 추천서를 갖고 가도 면접 정도나 볼 수 있지요. 기업들이 학교 추천서 말고도 평가할 잣대들이 많이 생긴 데다, 학생들도 개인적인 구직 활동에 더 치중하니까요.” 취업대책위 입장에선 보다 풍부한 취업관련 정보를 보유해야 하는 것도 과제다.
가입비를 꼬박꼬박 내는 회원들은 전공별 특성에 따라 자신의 구미에 맞는 알짜배기 취업 정보를 원하기 때문이다.
경영학을 전공하고 있는 서지원(24)씨는 지금까지 3군데 입사지원서를 냈다.
상경 계열 학생들에게 인기가 높은 증권사나 카드사에 취업하길 희망하고 있다.
대체로 2단계에 걸쳐 진행되는 면접을 보면서 그는 적잖이 당혹스러웠다고 한다.
“투자상담사, 금융자산관리사 등 금융관련 자격증 두개를 취득했고 학점관리에도 신경 썼지만, 기업들이 경력자를 선호하는 탓에 최종면접에서 계속 떨어졌죠.” 10월에 몰리게 될 금융권 입사시험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그동안 학교만 열심히 다닌 것이 못내 아쉽다는 표정이다.
그와 같이 경영학을 전공한 이동규(26)씨도 금융권으로 취업하기 위해 이곳저곳을 탐색 중인 졸업반 학생이다.
가고 싶은 회사는 대체로 경력 2년 이상은 요구하고 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래서 우선 작은 회사에 들어가 경력을 쌓은 뒤 대기업으로 옮길 계획이라고 한다.
“얼마 전에 면접을 본 한 생명회사에서는 신입과 경력자 면접이 같이 실시됐어요. 그러니 신입은 채용 가능성이 더 희박할 수밖에 없지 않겠어요?” 면접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질문은 어떤 것이었냐고 묻자 이씨는 아이러니하게도 ‘지원 동기’라고 말했다.
“사실 가고 싶은 회사를 고르기보다는 일단 업종을 먼저 보고 지원하기 때문에 질문에 답하기 어려운 거죠. 또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경험삼아 지원하는 경우도 있어서…” 많은 구직자들이 현재 회사의 브랜드만을 보고 지원하기 보다는 향후 이직을 염두에 둔 선택을 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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