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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 “인재가 인재를 알아본다”
[커리어] “인재가 인재를 알아본다”
  • 황보연 기자
  • 승인 2002.11.1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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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원을 헤드헌터화하라.”

‘인재 확보’가 기업의 핵심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사내추천제를 통한 채용이 확산되고 있다.
말 그대로 직원들이 해당직무에 적합한 인재를 추천하는 방식이다.
올 초 온라인 취업정보 사이트 잡링크 www.joblink.co.kr가 1127개 기업 채용담당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결과에 따르면 61%에 해당하는 689개 기업이 사원추천제를 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잡링크 김현희 홍보실장은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거나 경품제공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중인 곳도 많다”고 설명했다.


사내추천제의 장점은 우선 채용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보통 헤드헌팅 업체에 의뢰하면 채용된 인력에게 지급하는 연봉의 20~30%를 부담해야 한다.
하지만 사내추천제를 활용하면 추천한 직원에게 일정금액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정도여서 기업 입장에선 훨씬 이득이다.
헤드헌팅 비용처럼 계량화된 수치비교가 가능하진 않지만 사원추천으로 들어온 직원들이 조직 융화력에서도 뛰어나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입사 이후에나 알게 될 업무환경에 대해 미리 풍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는 데다 추천한 동료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하기 때문. 아무리 업무역량이 뛰어나다 하더라도 실제 소속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를 창출해내지 못하는 경우도 빈번한 것이 사실이다.
기업들이 사원추천제에 주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인재 추천에 포상금은 필수


안철수연구소 그룹웨어팀 최은혁(33) 과장은 지난해 회사로부터 400만원의 보너스를 받았다.
그러나 모든 직원들이 일괄적으로 받는 평범한 보너스를 말하는 것은 아니다.
최 과장만이 받은 일종의 ‘포상금’이다.
바로 지난 2000년부터 회사가 도입한 사내추천 채용에 적극성을 보인 데 따른 대가다.
안철수연구소는 직원이 추천해 외부 직원을 채용한 경우 추천자에게 100만원의 포상금을 준다.
그러니까 최 과장은 한해에 모두 4명의 인재를 추천한 셈이다.
추천한 이들은 주로 학교 후배 혹은 동호회를 통해 사귄 친구들로 대개 6~7년 정도 알고 지낸 사이들이다.
사원추천을 받은 지원자의 경우 서류전형을 면제받을 수 있고 면접에서도 가점을 받는 특혜를 누린다.


이 회사 인사팀 성백민 차장은 “직원들이 추천하는 경우 최종 합격률도 높다”며 “직원들이 해당직무에 적합한 사람을 헤드헌터들보다 더 잘 알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입사 이후에도 추천한 직원이 계속 자문역할을 해주다 보니까 일반 전형을 거친 사람들보다 조직적응 속도도 훨씬 빠른 편”이라고 전했다.
회사 이름만 보고 지원하는 이들도 꽤 있어 적합한 사람을 채용하는 일은 늘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던 차에 사원추천제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인터넷게임 업체 넥슨의 경우도 현재 직원 10명 중 두세 명은 사원추천제로 채용한 사람들이다.
지금까지는 추천하는 직원들에게 10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을 지급하는 수준이었지만 앞으로 100만원 이내에서 포상금을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하는 등 사원추천제를 사내에 제도화할 계획이다.
이처럼 사원추천제는 주로 IT기업 혹은 외국계 기업에서 많이 활용해왔다.
IT기업의 경우 대체로 경력 위주의 기술인력을 채용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1차로 검증절차를 거치는 것은 상당한 도움이 된다.
사원추천제의 ‘원조’격인 셈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잘만 활용하면 이득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면서 상당수 기업들이 이러한 채용방식을 도입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동종업계에서 후발주자로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사원추천제를 활성화한 사례로 꼽힌다.
설경석 인사부장은 “직원들의 인재 추천도 하나의 성과로 자리잡혀 있어 매년 연봉협상시 반영한다”며 “경력직 사원의 60~70%는 사내추천으로 입사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CJ그룹의 경우 기존에 계열사인 CJ시스템즈가 기술인력 채용시 사내추천제를 활용하고 있는 정도였으나 앞으로는 CJ도 이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CJ 인사팀 조영기 과장은 “사내 채용 인프라 구축의 일환으로 사내추천 프로그램을 도입할 예정”이라며 “기술과 마케팅쪽을 중심으로 운영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CJ는 리스트로 관리해왔던 인재 풀을 아예 핵심인재 DB로 만들어 시스템화하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다.



IT·외국계 기업이 사원추천제 원조


그러나 일부 대기업의 경우 포상금을 지급하는 사원추천제로 폐해를 경험하기도 했다.
지난 99년 ‘임직원추천제’를 도입한 LG전자 채용담당자는 “애초 목적은 우수한 인재를 채용하는 것이었는데, 지나치게 제도가 활성화되다 보니까 자기가 아는 사람들은 다 추천하는 병폐가 나타나기도 했다”고 전했다.
한해에 수백명 이상을 추천하면서 본래 취지가 변질됐다는 이야기다.
직원 한명이 한해에 15명을 추천하는 경우도 나왔다.
한달에 한명 이상꼴로 인재를 데려오는 셈이어서 사실상 헤드헌터나 다름없다.
이에 따라 LG전자는 지난해부터는 R&D부문의 석사 이상 경력자들로 추천대상을 제한했다.
핵심사업부문으로 한정해 우수인재 채용이라는 취지를 되살리자는 것이다.
또 추천자에 대한 포상도 지급시기를 나눠서 채용이 결정되면 일부 지급한 뒤 새로 들어온 사원의 업무적응 능력을 지켜보고 3개월이 경과한 뒤 나머지를 주고 있다.
허수를 최대한 줄이자는 취지다.


이밖에도 학맥이나 인맥을 위주로 오는 경우가 있어 또 다른 연고를 조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기도 한다.
특히 경력사원보다는 신입사원 채용시 기업들이 해당학교 출신자들을 동원해 캠퍼스 리쿠르팅에 나서는 과정에서 심심찮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로 지적된다.


몇가지 우려에도 불구하고, 직원이 인재를 추천하는 방식은 내부에서 인재를 확보하는 차원에서도 유용하게 쓰이는 만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직원추천제’가 노동시장의 여건에 충실하게 적응할 수 있는 외부채용의 장점과 기업의 특성에 적합한 검증된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하는 사내 인재확보의 장점을 동시에 충족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LG경제연구원 허진 선임연구원은 “인재 확보와 유지에 효과적 방법이라는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성공하기 위해서는 까마귀보다는 백로인 직원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한사람의 우수한 인재가 더 많은 우수한 인재를 데려올 수 있는 구조가 마련될 때 직원추천제의 취지가 십분 발휘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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