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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기사5. 중동 - 신흥시장으로 재부상할 수도
관련기사5. 중동 - 신흥시장으로 재부상할 수도
  • 박복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 승인 2003.01.0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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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는 지난해 중동지역 경제가 3.5% 성장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 수치는 2001년의 성장률 4.2%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이 지역경제의 성장세가 둔화한 가장 커다란 원인으로는 세계경제 전체의 회복이 지연되었다는 것과 이라크 문제 등 정치적 불안정 요인이 커진 사실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세계 주요기관들은 한결같이 새해에는 중동 경제가 지난해에 비해 상당히 활기를 띨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IMF는 이라크 전쟁이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올해 중동 경제가 4.6%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은행의 전망치는 이보다 조금 낮은 수준이다.
세계은행은 중동지역과 북아프리카지역의 성장률을 3.5%로 전망하고 있다.
이런 수치들은 세계경제 전체 평균성장률을 웃도는 편이다.
물론 이라크에서 전쟁이 일어날지 여부와 막상 전쟁이 일어날 경우 어떤 전개양상을 보일 것인가가 올해 중동 경제의 향방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은 틀림없다.


그럼에도 올해 중동 경제가 활기를 띨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레 나오는 배경에는 우선 세계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주요 선진국 경제가 회복되면 자연스레 중동지역의 석유나 비석유부문 수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 이란, 알제리 등 중동 산유국들이 정부지출 프로그램을 더욱 늘릴 것이라는 점도 올해 경기전망을 밝게 해주는 데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지난 3년간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었기 때문에 이들 정부가 인프라나 농업, 사회보장부문 등에 지출할 수 있는 여력이 확대된 덕이다.
최근 들어 중동지역에 대한 우리 기업의 플랜트 수출이 크게 증가한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이라크를 제외하고는 지역내 정치적 긴장이 조금씩 완화되면서 이집트나 이스라엘 등 비석유수출국의 관광산업이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물론 중동 경제를 전망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국제유가 동향이다.
중동 경제의 석유산업 의존도가 너무나 높기 때문이다.
중동지역 산유국만을 놓고 본다면, 재정수입의 약 80%가 석유판매 수입에서 나오는데다 수출액 가운데 80~90%를 원유 수출이 담당하는 실정이다.


만일 이라크 전쟁이라는 변수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올해 국제유가는 지난해보다 다소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세계경제의 회복세에 따라 석유 수요도 1.5~2%가량 증가하겠지만, 수요 증가에 대응해 전체 석유 공급량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지난해 12월 연례 정기총회에서 할당된 생산쿼터를 초과하는 석유생산을 억제하는 대신, 하루 생산량을 2170만배럴에서 2300만배럴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원유 증산을 통해 수출과 재정수입을 늘려야 하는 압박을 받고 있는 회원국들이 이 쿼터를 엄격히 준수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러시아, 노르웨이, 카스피해 주변 국가 등 비OPEC 산유국들은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올해에도 석유생산량을 계속 늘릴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전체적 시장상황은 공급초과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는 셈이다.


문제는 이라크 전쟁이 일어날 경우, 국제유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점이다.
현재 다양한 전쟁 시나리오를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전쟁이 1분기에 시작돼 단기간에 미국의 승리로 끝나는 것이다.
만일 현재 국제유가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베네수엘라의 정치불안이 해소되고 이라크 전쟁이 앞서 예로 든 시나리오대로 전개된다면, 국제유가는 1분기 동안 일시적으로 35달러선까지 올라갔다가 점차 하락할 게 틀림없다.


이 경우 중동 산유국들은 지난해와 비슷한 유가 수준에서 석유수출량을 확대함으로써 수입을 증대시킬 수 있으므로, 다소간 경기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장기적으로 이 지역의 정책환경이 점차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1990년 중반 이후 역내 여러 나라에서 추진하고 있는 경제개혁 조처는 다소 속도가 느리기는 하지만, 민영화, 무역자유화, 거시경제 안정 등 여러 측면에서 조금씩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해볼 때, 이라크 문제만 해결된다면 중동지역은 올해 ‘신흥시장’으로 다시 부상할 가능성이 무척 높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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