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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재패니메이션의 진수, 스크린 가득
[영화] 재패니메이션의 진수, 스크린 가득
  • 임범/ <씨네21> 기자
  • 승인 2003.01.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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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은 재패니메이션이 국내 극장에서는 재미를 못 본다는 통념을 깨뜨렸다.
이 작품을 만든 미야자키 하야오의 서정적 드라마가 재패니메이션의 한축이라면, 또 다른 축은 '아키라'의 오토모 가쓰히로로 대표되는 SF애니메이션이다.
후자는 '인랑'과 '공각기동대'의 흥행이 시들하면서 아직도 국내 관객들의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메트로폴리스'는 한번 눈여겨볼 만하다.
오토모 가쓰히로가 각본을 쓴 이 작품은 제작비 10억엔을 들여 5년 동안 만든 역작이다.
또 일본 만화의 아버지인 데즈카 오사무의 초기 만화를 가지고 재패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인력들이 모여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만든, 데즈카에게 바치는 헌사라는 점도 기대요인의 하나다.
감독 린타로는 데즈카가 1963년에 차린 무시프로덕션의 창단멤버로, 40년 동안 '철완 아톰'부터 '은하철도 999' '하록 선장' '환마대전' '불새:봉황편' 등 수많은 작품의 원화작업부터 감독까지 거쳐온 재패니메이션의 산증인이다.


지난해 일본 개봉에서 흥행이 기대에 못미쳤지만 '메트로폴리스'의 화면은 압권이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은 미래의 가상도시 메트로폴리스의 상층부부터 지하구역까지, 이 애니메이션은 이제껏 보지 못한 거대도시 하나를 완벽하게 디자인해낸다.
각종 건축양식을 망라한 건물 하나하나의 외관에서부터 광고탑과 건축물, 공중을 가로지르는 전철망, 전자제품 폐기물이 즐비한 달동네까지 이 도시가 펼쳐 보이는 스펙터클만으로도 관객의 상상력을 압도하기에 충분해 보인다.


내용은 바벨탑의 전설을 연상시키는 미래의 묵시록이다.
인간과 로봇이 함께 사는 미래도시 메트로폴리스에 ‘지구라트’라는 초고층 탑을 세우고 로봇의 에너지와 결합해 그 힘으로 전세계를 지배하려는 과학자의 시도가, 권력층의 암투와 로봇을 혐오하는 그의 아들, 인간의 노동시장을 잠식하는 로봇을 파괴하려는 과격단체와 충돌하면서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그 안에서 희망을 읽게 하는 건 경찰인 삼촌을 따라 사건에 엮이게 된 소년과 로봇 소녀의 우정이다.
여기엔 데즈카가 일관되게 추구해왔던 주제의식이 깔려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의 일본 폭격 현장을 보면서 만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던 데즈카는 인간 사회를 일찍부터 회의하면서 자기와 다른 존재를 차별하고 혐오하는 인간의 속성을 은연중에 비판해왔다.
'철완 아톰'에서 인간과 로봇을, '밀림의 왕자 레오'에서 인간과 동물을 대립항으로 설정하면서, 로봇이나 동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그의 의도를, 후배들은 '메트로폴리스'에서도 살려냈다.


절정부에서 레이 찰스의 'I can’t stop loving you'가 완주되는 가운데 이 거대도시가 무너져내리는 장면은 놓치기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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